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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9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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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1. 본질
2. 전쟁
3. 이동성
4. 반란
5. 르포
6. 영웅 또는 악당
7. 아웃사이더들
8. 스타일
결론
덧붙이며
감사의 말
주
저자 소개
저자 : 제인 타이넌Jane Tynan
문화역사학자로, 얼스터대학교와 유니버시티칼리지더블린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제1차세계대전의 문화적 유산에서 군복이 가지는 의미’라는 주제로 런던예술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20년 암스테르담자유대학교에서 디자인 역사 및 이론을 연구하는 부교수로 부임했다. 『유니폼: 현대 세계에서의 복식과 규율』(공저) 등을 썼다.

역자 : 이상미
성균관대학교 의상학과 졸업 후 런던예술대학 세인트마틴에서 여성복 디자인을 전공했으며, 현지 디자이너 브랜드에서 어시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에서 출판 기획 및 패션 분야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패셔너블』 『스타일리시』 『보그: 더 가운』 『위대한 사진가들』 외 여러 패션 전문 도서를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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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오’ 하고 새롭게 보게 되는
우리를 둘러싼 일상 속 사물들

여행가방, 트렌치코트, 퍼스널 스테레오, 청바지, 유아차, 인형, 먼지, 쇼핑몰 등 이 시리즈에서 조명하는 사물의 종류에는 한계가 없다. 작가들은 사물이 겪어온 다양한 변화들을, 어떻게 지금에 이르게 되었는지를 풀어낸다. 형식에도 제한이 없다. 작가가 선택한, 아니 작가를 선택한 사물이 무대에 앉아 마치 감독이자 주연배우처럼 책의 장르와 연구 방향을 지시하는 것 같다. 그 결과 독자들은 갖가지 주제와 형식의 다채로운 책들을 만날 수 있다.

‘지식산문 O’의 세번째 책은 『트렌치코트』다. 트렌치코트는 제1차세계대전의 참호에서 군용 외투로 탄생했다. 이 코트는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현실 및 허구의 인물들과 함께하며 탐정, 작가, 기자, 반항아, 예술가, 지식인의 내면을 투사하는 상징이 되었다. 이 책은 이 상징적 의상이 미디어, 디자인, 문학, 영화, 패션 영역에서 지나온 궤적을 8개의 주제를 통해 보여준다. 이를 따라가는 동안 독자들은 이 옷이 얼마나 복잡한 역사와 의미로 짜여 있는지 알게 될 것이다.

“트렌치코트는 시간을 뛰어넘고,
약점을 감추며, 환상을 불러일으킨다.”
옷자락 속에 감춰진 불안과 폭력, 아름다움에 대하여

디자인 역사를 연구하는 문화역사학자 제인 타이넌은 어느 날 생각했다. 트렌치코트야말로 제1차세계대전에서 진정으로 살아남은 유일한 장비가 아닐까? 딱히 특징이 없어 보이는 이 옷에 어떤 비밀이 있기에 아직까지 패션 미디어, 문학, 텔레비전, 만화, 무대 위와 화면 속에서 끊임없이 소환되고 사람들의 옷장을 채우는 걸까? 미셸 푸코, 그레타 가르보, 시몬 드 보부아르, 어니스트 헤밍웨이, 필립 말로부터 비욘세까지 한자리에 모을 수 있는 지난 세기의 문화적 유물은 아무리 봐도 트렌치코트가 유일했다.

트렌치코트는 그것이 차지하는 풍경이나 이 옷을 통해 삶의 방식에 활력을 얻은 사람들만큼 생명력을 지닌 존재다. _29쪽

저자는 ‘생동하는 물질’이라는 관점으로 트렌치코트에 접근해 그 다채로운 물질적 변화를 추적한다. 그가 찾은 트렌치코트의 기원은 기성복의 탄생을 알린 고무 방수코트다. 야외에서 몸을 감싸 쾌적함을 보장해준 덕분에 인기를 모았으나 고무 채취 산업 때문에 노예화된 원주민과 가공 공장의 유독한 환경을 견뎌야 하는 노동자의 현실을 감싸지는 못한 코트였다. 고무 특유의 악취로 인해 어느덧 ‘쿨’하지 못한 것으로 취급받고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진 이 방수 코트의 뒤를 이어 트렌치코트의 시대가 열렸다. 새 시대에도 ‘보호’라는 상징성과 보호받지 못하는 현실의 대비는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이 코트가 부상한 곳이 다름아닌 전쟁터의 참호(trench)였으니까.

트렌치코트는 불멸의 코트였을지는 모르나 참호에서 죽음과 부상을 막아주는 방패는 아니었다. 현대세계는 경이로운 동시에 지옥과도 같았다. _68~69쪽

하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이제 트렌치코트는 매력적인 유행 아이템일 뿐이었고, 이 군복 스타일의 코트를 적극적으로 입고 나선 이들 가운데는 여성들도 많았다. 많은 여성들이 입대를 꺼리지 않았고, 제복 차림으로 자랑스럽게 사진을 남긴 여성 군인들의 사진에서 전시 노동과 페미니즘의 연합을 확인할 수 있다. 즉, 트렌치코트는 단지 패셔너블한 액세서리가 아닌 위험한 직종에서 일했다는 증거이자 대담한 활동에 맞게 디자인된 제복에 대한 여성들의 요구였다.

트렌치코트를 선택한 이들 가운데는 작가나 기자도 있었다. 특히 헤밍웨이는 “겨울에 입는 트렌치코트야말로 군 복무 경험을 자랑할 수 있는, 군복보다 더 좋은 수단”(145쪽)이라고 말할 정도였다. ‘트렌치코트 산문’이라는 장르가 모험가와 대담한 인물들의 선풍적인 글을 뜻했다는 사실로 헤밍웨이의 마음을 충분히 설명할 수 있으리라. 트렌치코트는 그가 원하는 남성적 삶,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전투를 벌이는 영웅들을 대변했던 것이다.

트렌치코트는 전쟁이 끝난 뒤에도 살아남았고, 누아르에서 SF까지, 알베르 카뮈에서 비욘세까지 두루두루 근사하게 어울렸다. 범죄가 스며든 거리에서 암약하는 탐정이 입는 옷, 폭력적인 세계에서 불안함을 감추는 옷, 아웃사이더의 옷, 폭압에 대한 여성의 저항을 표현하는 옷, 지식인의 자율성을 드러내는 옷 등등으로 활약했다. 수많은 상징들을 껴안은 덕분에 낡아빠지고 칙칙한 이 옷은 패션계에서도 ‘클래식’ ‘아이코닉’ ‘필수품’ ‘자연스럽게 멋진’ 등의 빛나는 수식어를 차지할 수 있었다.

트렌치코트를 탐구하기로 하고 그걸 입었던 사람들과 입었던 장소, 트렌치코트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미지와 냄새와 소리까지 샅샅이 담아내겠노라 야심차게 출발했던 제인 타이넌은 이렇게 결론 내린다. “트렌치코트는 공허한 위로일 수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우리에게 그 포용력이 꼭 필요하기에 굴복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257쪽) 정말인지 독자들이 확인해볼 시간이다. 이 책을 읽고 트렌치코트를 한 벌 사게 될지도 모르니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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