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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청바지, 상충하는 의미들의 전쟁터가 된
가장 보편적인 옷

사물을 경험하는 가장 깊은 시선을 담은 시리즈, ‘지식산문 O’가 여덟번째로 주목한 사물은 바로 청바지다. 청바지는 소위 ‘기본템’이라고 불린다. 유행을 타지 않고 실용성이 좋아 옷장의 기반이 되어주는 ‘평범한’ 옷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청바지가 단순하고 심상하기만 한 의복일까? 역사학자 캐럴린 퍼넬에 따르면 청바지는 사실 “상충하는 의미들의 전쟁터”다. 광부들의 작업복으로 시작했지만 패션 런웨이에도 당당하게 오르는 옷.

시선을 끌지 않고 군중 사이에 녹아들고 싶은 사람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고자 하는 이들도 찾는 옷. 분명 오래가는 원단을 사용하지만 매 시즌마다 신상품이 쏟아져나와 금세 새것으로 교체되는 옷……. 퍼넬은 청바지가 쓴 ‘보통’의 가면을 들추고 그 아래 감춰진 모순을 들춰낸다. “그동안 당연시하던 사물의 의미를 더 자주 인식할수록 그 사물이 가진 힘의 진가를 제대로 알아볼” 수 있다는 저자의 믿음을 따라 책장을 넘기다보면 옷장 속 무심히 걸려 있는 청바지가 조금 달리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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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들어가며: 가장 변화무쌍한 옷

1. 디스트레스
2. 컷
3. 편안함
결론: 청바지의 역설

주
저자 소개
저자 : 캐럴린 퍼넬 (Carolyn Purnell)
역사학자이자 작가. 〈월 스트리트 저널〉 〈애틀랜틱〉 〈사이콜로지 투데이〉 등 다양한 매체에 기고해왔고, 박사과정 동안 주로 연구한 감각의 역사를 주제로 첫 책 『감각의 혁명』을 썼다. 단편영화 〈목초지 프라임〉의 시나리오를 쓰기도 했다.

역자 : 김하현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출판사에서 편집자로 일한 뒤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도둑맞은 집중력』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법』 『비바레리뇽 고원』 『한 번 더 피아노 앞으로』 『지구를 구할 여자들』 『한낮의 어둠』 『식사에 대한 생각』 『우리가 사랑할 때 이야기하지 않는 것들』 『미루기의 천재들』 『분노와 애정』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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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캐럴린 퍼넬
번역 김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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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착취하는 옷이자 해방하는 옷
청바지의 다채로운 이원성

청바지는 착취하며 해방한다. 얼핏 터무니없는 말 같지만 사실이다. 청바지의 원단은 자원을 짐승처럼 집어삼킨다. 청바지 한 벌, 단 한 벌을 만드는 데에는 최대 1만 1천 리터가량의 물이 들어간다. 청바지를 파랗게 만들기 위한 면과 염료는 제국 열강이 토착민에게 약탈한 자원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인간의 피로 얼룩지지 않고 영국에 도착한 인디고는 단 한 상자도 없었다.”

하지만 공장 바깥에선 자유를 향한 목소리를 높여왔다. 유럽의 마지막 독재자로 알려진 루카셴코에 대항하는 시위 현장에서 청바지는 파란 깃발이 되었고, 강간 피해자가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판결을 내린 이탈리아 대법원에 대항하고자 ‘치마 파업’을 결의한 여러 여성 의원 역시 청바지를 입고 국회에 나타났다. 청바지는 사람들의 발을 빌려 정반대의 목소리를 내온 것이다. 한 집단이 특정 방식으로 청바지를 활용하면, 다른 집단이 나타나 정반대의 방식으로 청바지를 활용했다. 이러한 진자 운동이 계속되며 청바지는 여러 사람에게 각기 다른 의미를 지녔고, 그 의미가 수없이 많아지며 ‘모두’의 옷이라는 명성을 얻었다.

의류계의 비장소, ‘비의류’가 된 청바지
“인간에게는 평범함이 필요하다”

청바지가 자신의 모순을 숨기고 태연하게 ‘평범’한 옷인 체할 수 있던 이유가 한 가지 더 있다. 청바지가 우리를 편안함으로 인도하기 때문이다. 전 세계 어딜 가도 공항은 엇비슷하게 생겼다. 이는 공항이 “비장소”로 기능하기 때문인데, 인류학자 마르크 오제가 고안한 이 용어는 의도적으로 문화적 특수성을 제거하여 안정적인 소통을 제공하기 위해 구상된 장소를 가리킨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한 여행자도 좌석 배치와 통로, 화장실 같은 핵심 요소는 파악할 수 있다. 캐럴린 퍼넬은 오제의 논의를 빌려와 청바지가 일종의 “비의류”로 기능한다고 말한다. 앞서 살폈듯 청바지는 가지각색의 맥락에서 착용되어온 역사가 풍부한데도 특수성보다 보편성이 드러나는 튀지 않는 옷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퍼넬은 오히려 청바지를 입지 않아서 눈에 띄는 이십대였다. 드레스를 좋아했던 퍼넬에겐 늘 왜 그렇게 차려입냐는 질문이 따라붙었고, 청바지를 입자마자 옷차림에 대한 평가는 잠잠해졌다.

패스트 패션이 각종 스타일을 제안하는 와중에도 청바지는 기본템으로서, 비의류로서 옷장에 남아 편안함을 준다. 퍼넬은 강조한다. “인간에게는 평범함이 필요하다”고. 평범한 것들은 삶에 우리를 단단히 붙들어 안정감을 준다. 그리고 사실 평범한 것이야말로 가장 복잡한 요소를 숨기고 있다. 청바지가 증명한다. 청바지에는 “우리 삶을 이끄는 규범과 문화적 기대, 욕망이 소리 없이 가득 담겨 있”다. 이제 『청바지』를 통해 청바지와 함께 우리 사회와 문화가 걸어온 역사를 읽어낼 차례다.

작은 책, 무한한 사유
사물을 경험하는 가장 깊은 시선

복복서가 ‘지식산문 O’ 시리즈는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물들이 품고 있는 놀라운 이야기와 깊은 인문적 통찰을 전하는 에세이 시리즈다. 각 권마다 한 가지 사물을 조명하며, 그 사물을 통해 확장되는 뜻밖의 흥미로운 지적 모험을 선사한다. ‘해리 포터’를 출간한 영국 블룸즈버리 출판사의 대표적인 스테디셀러 ‘오브젝트 레슨스’ 시리즈의 한국어판으로, 100여 권 넘게 출간된 시리즈 가운데 특히 새롭고 흥미로운 사유를 던지는 12권을 선별해 국내 독자들에게 선보인다. ‘지식산문 O’의 O는 지적 발견의 놀라움을 나타내는 감탄사(Oh)이자, 고정관념을 깨고 사물을 응시하는 관찰(Observation)의 시선을 뜻하기도 한다.

독창적이고 깊은 시선으로 주변의 익숙한 사물들을 다시 보게 하며,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새로운 통찰의 지평이 열리는 순간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각 권의 구성과 형식이 자유롭고, 학자부터 기자, 예술가, 러너까지 다양한 분야의 작가가 참여해 저마다의 깊은 사유를 다채로운 서사로 전한다. 한 손에 들고 읽기 좋은 작고 콤팩트한 판형으로 짧지만 강렬하고 농밀한 독서의 경험을 독자들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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