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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작가의 말

1부
무논에서
산 넘어오는 포성
주재소 가는 할머니
아니, 이 사람아
동생이 생겼다
이사 가는 날
도적골

2부
겨울 햇살
눈 오는 날에
별이 내리는 언덕
송홧가루
팔려간 아이
땅밑에 여우가

3부
마른 꽃의 기억
말집 아이
쥐꼬리와 멍멍이
엄마는 하나다
멍덕이 보내는 날
닭을 몰고 학교로
새로 시작하는 길

평설 │ 시간은 어떻게 ‘나’의 형상이 되는가 _ 오윤주




저자 소개
우한용 禹漢鎔 (필명 우공)
충남 아산 출생.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수, 국어국문학회 대표이사, 현대소설학회 회장, 한국작가교수회 회장, 한국학술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저서로 『한국근대작가연구』(공저), 『문학교육론』(공저), 『한국현대장편소설연구』, 『한국현대소설구조연구』, 『채만식 소설 담론의 시학』, 『문학교육과 문화론』, 『창작교육론』, 『한국 근대문학교육사 연구』, 『소설장르의 역동학』 등을 간행했다. 장편소설 『생명의 노래 1, 2』, 『시칠리아의 도마뱀』, 『악어』, 『심복사』, 『소리 숲』, 『그래도, 바람』 등, 소설집 『초연기-파초의 사랑』, 『도도니의 참나무』, 『사랑의 고고학』, 『붉은 열매』, 『아무도, 그가 살아 돌아오리라고 기대하지 않았다』, 『수상한 나무』, 『시인의 강』, 『왕의 손님』 등, 시집 『청명시집』, 『낙타의 길』, 『검은 소』, 『내 마음의 식민지』, 『만화시초』, 『나는, 나에게 시를 가르친다』 등, 픽션 에세이 『떠돌며 사랑하며』를 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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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소설가이자 서울대학교 명예교수인 우한용 작가의 『내 유년의 콜라주』는 한국전쟁의 포연이 짙게 남아 있던 그 시절에도 왕성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세상을 배우며 자라나는 한 소년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장편 성장소설이다.
선재는 유난히도 매사가 궁금하고 알고 싶은 것이 많은 아이이다. 이념 대립으로 인한 혼란과 전쟁의 포연 속에서도 선재는 왕성한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저 나름대로 세상을 배워간다. 전쟁이 나고 탱크가 들어오면 신나겠다고 철없는 소리를 하던 아이도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면서 세상은 불합리하게 돌아갈 때도 있다는 것, 마음 먹은 대로 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 떼를 써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죽음의 공포와 질병의 고통도 겪는다. 그러면서 소년은 성장해간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손자 ‘선재’에게 유년 시절의 이야기를 해주겠다고 말한다. 그런데 작품 속 소년의 이름 또한 ‘선재’이다. 소년 ‘선재’가 노인이 되어 다시 손자 ‘선재’에게 그의 기억과 경험을 전달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의 삶은 이야기가 되고, 이야기는 역사가 된다는 것을, 이 소설은 현재의 독자에게 70년 전을 살아가는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을 통해 보여준다.

책 속에서

옆에서 귀를 세우고 듣고 있던 선재가 제 엄마 치맛자락을 놓고 앞으로 나섰다.
“아줌마, 우리 동네 탱크 언제 들어온대요?”
“왜 탱크 들어오면 만세 부를라구 그러냐? 제 에미랑 똑같구먼. 저것도 애비 탁한 것이여.”
진봉득은 끔찍한 여자들 속에 둘러싸여 있었다. 남편이 지서에 끌려간 것을 이들은 사상이 볼온해서 그렇다는 듯이 이야기를 늘어놓는 중이었다.
“엄마, 나 탱크 구경하러 갈래?”
“탱크 들어오면 너는 죽어, 이노무 자식아.”
“탱크놀이 얼마나 재미있는데… 쿠르릉 콰광! 엄마 탱크 보러 가자아. 엄마 안 가면 나 혼자 갈래.” 선재는 제 엄마 치맛자락을 붙들고 늘어져 발을 굴렀다.(49~50쪽)

벼가 누렇게 익은 논두렁길을 걸어가는 동안 선재는 잠시도 쉬지 않고, 이야길 늘어놓았다. 전에는 이건 무슨 풀이야, 이 돌은 왜 동그래, 저 산은 왜 쌍둥이야 그런 질문을 해댔다. 그런데 묻는 게 수준이 달라졌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선재는 무언가 이야기를 끊임없이 옮기고, 또 이야기를 만드는 눈치였다.
“선재야, 그래 유치원이 그렇게 좋으냐?” 선재는 대답 대신, 어른들은 왜 유치원에 안 가는가 물었다.
“어른들은 배울 거 다 배워서 그런 데 안 가도 된단다.”
“쌩이야, 어른들은 무관심해서 뭘 못 배운대….”(131~132쪽)

대문 밖에 훤한 새벽빛이 마당으로 스며들었다. 아버지가 지게를 지고 일어나 할아버지를 따라 나갔다. 아버지 지게에 얹힌 선아는 그렇게, 새벽에 집을 떠났다. 선아는 다섯 살이었다.
선재는 자기가 울고 있는지 눈을 손으로 문질러보았다. 눈물은 없었다. 대신 이상한 생각들이 머릿속에 버러지처럼 날아다녔다.
선아는 나무가 아닌데, 꽃이 아닌데 땅에 묻을 모양이었다. 땅속은 춥고 물이 질컥거릴 것이다. 어두워서 아무것도 볼 수 없다. 해도 안 뜬다. 달도 안 뜬다. 소리를 질러도 말이 되어 나가지 않는다. 여우가 와서 발톱으로 땅을 헤집고, 선아의 배가 보이면, 할금할금 사방을 두리번거리다가, 이빨을 드러내고 뱃살을 찢고 처벅처벅 먹기 시작한다. 여우 주둥이가 벌겋게 피로 젖어 있었다. 여우는 캐앵 한번 울음소리를 내고는 다시 선아의 몸뚱이를 뜯어먹기 시작했다.(155~156쪽)

“선재야, 너 어제 우리 논둑에서 쥐 잡았다면서… 우리 아버지가 다 봤대. 쥐꼬리 하나 나 주라. 우리 논둑에서 잡은 쥐는 우리 쥐나 마찬가지 아냐.” 선재는 쥐꼬리를 통째로 주기가 아까웠다. 꼬리만 가지고 오고 몸뚱이는 다시 땅에 묻었으니 돌려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하려다가 말았다. 또 멍청이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한선재, 멍청이야, 쥐꼬릴 잘라서 내자. 어디 보자, 네 마리네. 반씩 자르면 너도 네 마리, 나도 네 마리, 그럼 공평하겠다.”
“아냐, 내가 할아버지랑 잡은 거니까 이건 내 거라구.”
“멍청이 새끼, 그 논이 우리 논인데, 그러니까 너는 너네 할아버지랑 우리 쥐를 훔쳐간 놈이야. 그러니 잔소리 말고 잘라서 같이 내자니까.” (20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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