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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그럴 리가
9 이세계로 떨어졌는데 □ 이 없다 한유주
25 나는 기억한다, 책을 서성진
41 영원한 저항 천쓰홍
55 책을 금지하는 세상 이유진
71 가장 오래된 보호구역 이정모

2부 그렇지만
89 세상의 카프카들에게 내리는 빛 고명섭
105 건축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 박구용
123 소크라테스와 책 없는 세상 전병근
147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심의용
161 성의 없음의 디스토피아 김경수

3부 그럴지도
179 03.12.2124 그날 밤 조태성
197 실리카겔 - 책이 없는 세상에서 책은 어떻게 시작될까 이다희
211 잠 클리닉 김보경
227 엄밀하게 말해 인간이 아닙니다 한미화
241 신 없는 고통은 견딜 수 있지만 장은수
257 지구로 돌아온 조종사의 눈물 박산호
저자 소개
저자 : 고명섭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서울신문』을 거쳐 1995년부터 『한겨레』 기자로 있다. 기자생활의 과반을 문화부에서 보냈으며, 그 기간의 태반을 출판담당으로 지냈다. 시집 『황혼녘 햇살에 빛나는 구렁이알을 삼키다』를 냈으며, 『말론 브랜도』(공역)를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 김경수
영화평론가이자 인터넷 밈meme 연구자. 연세대학교 비교문학협동과정에서 인터넷 밈을 주제로 쓴 논문으로 척척석사가 되었고, 영화평론가로 활동을 시작한 것은 더 이전이다. 만성적인 도파민 중독 증세에 시달리는 중이며 예술 영화를 볼 때 가끔 존다. 인터넷 밈과 영화를 함께 본다는 것은 제로콜라와 탕후루를 동시에 먹는 것과 같다고 생각한다. 먼 옛날에 인문학 스탠드업 코미디 페이지 ‘인문학적 개소리’를 운영한 적 있다.

저자 : 김보경
웅진지식하우스 대표, 인플루엔셜 출판본부장으로 일하며 인문, 교양 분야를 중심으로 성인 단행본 출판을 해왔다. 대표작으로는 〈명견만리〉, 〈청춘의 독서〉, 〈프로이트의 의자〉 등이 있다. 현재는 1인 출판사 '지와인'을 설립하여 교양서 분야의 출판을 진행하고 있다. 서울북인스티튜드(SBI), EBS Class-e, 출판문화아카데미, 파주 에디터 스쿨 등에서 강의를 진행했다.유튜브 '김보경의 책 읽을 결심'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저자 : 박구용
전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뷔르츠부르크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서로 《Freiheit, Anerkennung und Diskurs》, 《우리 안의 타자》, 《부정의 역사철학》, 《문파, 새로운 주권자의 이상한 출현》, 《아토포스 광주》 등이 있고, 《정신 철학》(공역)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저자 : 박산호
한양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공부하고 영국 브루넬대학교 대학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시사외국어학원에서 영어회화 강사로 활동하다가 삼성과 LG를 비롯한 여러 기업체의 회화 및 토익 강사로 근무했다. 현재는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번역서로는 '석유 종말시계', '콰이어트 걸', '솔로이스트', '세계대전 Z', '내 인생은 로맨틱 코미디', '빨강머리 앤', '차일드 44', '거짓말을 먹는 나무', '사브리나', '인간으로 산다는, 그 어려운 일' 등 60여 종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으며, 저서로는 '번역가 모모 씨의 일일(공저)', '어른에게도 어른이 필요하다', '단어의 배신' 등이 있다. 번역과 해설을 함께한 'vitamins for the soul' 도 있다. 딸 릴리, 고양이 송이와 함께 알콩달콩, 아주 가끔 우당탕탕 살고 있다. 최근에 강아지 해피를 새 식구로 맞이했다.

저자 : 서성진
도서출판 마티 편집자로 일하고 있다. 2023년 상반기에 출간할 예정인 『박물관 소풍』(가제)을 편집하면서 『문화재 다루기: 유물 및 미술품 다루는 실무 지침서』(이내옥 지음, 열화당, 2022)를 읽고 있다.

저자 : 심의용
숭실대학교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정이천의 《주역》 해석에 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전번역연수원 연수 과정을 수료했고, 충북대 인문연구원을 지냈다. 국사편찬위원회에서 《비변사등록》 번역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성신여대 연구교수를 역임했다. 현재는 숭실대학교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자 : 이다희
1990년 대전에서 태어나 2017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시 창작 스터디』가 있다.

저자 : 이유진
가부장적인 도시에서 태어나 ‘가시나’라고 불리면서 컸다. 순하게 지내면서 남동생을 두라는 뜻으로 ‘순남’이란 아명을 얻었지만 순하지도 않았고, 여동생만 두었다. 부모님은 음악가가 되길 바랐으나 자라서 기자가 되었다. 차별을 당한 탓인지 약자에 공감했고 ‘마이너’한 글들을 주로 썼다. 젠더/여성 분야를 10년 가까이 취재했을 때 대학원에 들어갔다. 감염병과 주부 주체에 관한 논문으로 여성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겨레21》 선임기자. 《한겨레》 편집국 문화부, 편집부, 사회부 기자를 거쳐 책지성팀장과 토요판 부장을 지냈다. 대학원에서 여성학과 문화학을 공부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여성인권보장 디딤돌 특별상’(2013)을 수상했다. 지은 책으로 『지성이 금지된 곳에서 깨어날 때』가 있고, 『엄마도 아프다』, 『종이약국』을 다른 필자들과 함께 썼다.

저자 : 이정모
연세대학교 생화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독일 본대학에서 유기 화학을 연구했다. 안양대학교 교양학부 교수와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5년, 서울시립과학관장 4년, 국립과천과학관장 3년, 총 12년을 ‘털보 관장’으로 재직하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누구나 과학을 쉽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소개하는 데 앞장섰다. 2019년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한 공로로 과학기술훈장 진보장을 받았다. 저서로는 생활밀착형 과학 에세이 『저도 과학은 어렵습니다만』을 비롯해 『과학이 가르쳐준 것들』, 『공생 멸종 진화』 등이 있다. JTBC 〈차이나는 클라스〉, tvN 〈어쩌다 어른〉 등의 방송과 유튜브 채널에서 기후위기와 인류 대멸종을 주제로 대중 강연을 진행해 화제를 모았다. 현재 펭귄각종과학관을 운영하며 집필과 강연을 통해 과학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저자 :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 읽기 중독자. 서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했으며, 민음사에서 오랫동안 책을 만들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주로 읽기와 쓰기, 출판과 미디어 등에 대한 생각의 도구들을 개발하는 일을 한다. 저서로 『출판의 미래』, 『같이 읽고 함께 살다』 등이 있으며, 『기억 전달자』, 『고릴라』 등을 옮겼다.

저자 : 전병근
디지털 시대 휴머니티의 운명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다. 현재 모바일 기반 지식문화 채널인 ‘북클럽 오리진’의 지식 큐레이터로 일하면서 읽고 생각하고 쓰고 가끔 강연도 한다. 서울대학교 사법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정치학과에서 막스 베버 방법론 연구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공군사관학교 국제관계학 교수를 지낸 후 [조선일보] 국제부와 문화부 기자로 일했다. 중남미 특파원을 거쳐 미국 존스홉킨스대학교 국제대학원인 SAIS 객원 연구원을 지냈으며, [조선비즈]에서 지식문화부장으로 일했다. 옮긴 책으로는 『왜 리더는 거짓말을 하는가?』, 『사피엔스의 미래』, 『조선자본주의공화국』, 지은 책으로는 『궁극의 인문학』이 있다.

저자 : 조태성
한국일보 기자.

저자 : 천쓰홍
타이완 소설가이자 영화배우, 번역가다. 현재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다. 1976년 타이완 융징향(永靖鄕)에서 한 농가의 아홉 번째 아들로 태어났다. 푸런(輔仁) 대학 영문과와 국립 타이완대학 연극학과를 졸업했다. 독자와 평론가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으며 현재 타이완 문단의 중심에 떠오른 작가로, 임영상(林榮三) 단편소설상과 구거(九歌) 출판사 연도소설상을 휩쓸었다. 그리고 『귀신들의 땅』으로 타이완 최고의 양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금장상(金鼎?) 문학부문상과 금전상(金典賞) 연도백만대상을 수상했다. 산문집 『반역의 베를린』 『베를린은 계속 반역중이다』 『아홉 번째 몸』과 소설 『손톱에 꽃이 피는 세대』 『영화귀도(營火鬼道)』 『태도』 『변신의 플로리다』 『알러지를 제거하는 세 가지 방법』 등을 출간했다. 『귀신들의 땅』은 12개 언어로 출간되었고, 《뉴욕타임스》 《라이브러리 저널》 《르몽드》 《마이니치신문》 등에서 격찬받았다.

저자 : 한미화
홍익대학교에서 독일문학을 공부했고, 지금은 책에 관해 글을 쓰고 방송을 하는 출판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읽은 책에 흔점 남기는 걸 좋아하는 '밑줄 긋는'아줌마이기도 하다. 세상에는 처음에 힘들지만 배우고 나면 즐거운 일들이 많다. 자전거 타기나 책읽기가 그렇다. 습관이 들면 책만큼 좋은 친구가 없다는 걸 어린이들에게 꼭 알려 주고 싶어 글을 썼다. 그동안 지은 책으로 '우리 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 등이 있다.

저자 : 한유주
1982년 서울 출생으로, 동대전고등학교 졸업, 홍익대학교 독어독문학 학사, 서울대학교 미학 석사. 2003년 제3회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소설 부문)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문학동인 '루'의 멤버로 활동 중이다. 시, 희곡과는 다른 소설만의 고유한 장르성이 어떻게 획득되는지에 대한 궁금증으로 소설을 쓰고 있다. 소설집으로 '달로', '얼음의 책' 등이 있다. 번역서로 '눈 여행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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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졌다는 발칙한 상상

경제 불황, 디지털 기기의 발전과 자료의 디지털화, 영상 콘텐츠의 대중화, 혀를 내두르게 만드는 AI의 학습 속도. 단군 이래 계속되어 온 출판계의 숱한 위기에 아무리 발 빠르게 대처해도 종이책은 너무나 무겁고 느리다. 종이책이 사라진다는 예언과 아무도 책을 읽지 않게 될 거라는 호언장담 속, 이 책은 그 한 가운데를 뚫고 들어와 이렇게 제안한다. ‘진짜로 책이 사라져 버린 세상을 이야기해 봅시다!’라고.

『책이 사라진 세상』은 픽션과 논픽션 2권으로 출간되었다. 7명의 SF 작가와 16명의 각 분야 전문가가 필진으로 모여 머리를 맞대고 세상의 모든 책이 사라진 세상에 관한 발칙한 상상을 시작했다. 그 상상을 담아낸 픽션은 정말로 ‘사라졌’(*10월 26일까지만 판매되었다)고, 논픽션만이 지금-이곳에 남아 16명 작가의 다양한 시선을 통해 현실과 과거, 미래를 넘나들며 ‘책이 없는 세상’을 비추어낸다.

책은 결국 인간의 ‘이야기’다. 인간이 밝혀내거나 상상하거나 구전해 온 이야기. 우리는 먼 옛날부터의 이야기를 잊지 않기 위해 지독히 오랫동안 그 이야기들을 모으고 또 모아, 책이라는 형태로 만들어 읽어왔다. 그런 책이 사라진다면, 인간의 이야기는 어떻게 쓰일까. 어떻게 남아, 어떤 이야기를 전할 수 있게 될까.

책이 사라진 자리, 인간의 이야기

16명 작가의 이야기를 담은 논픽션은 3부로 나뉜다. 1부 ‘그럴 리가’, 2부 ‘그렇지만’, 3부 ‘그럴지도’. 주어도 동사도 목적어도 없이 부사만으로 이루어진 각 장의 제목은 ‘책이 사라진 자리, 인간의 이야기는 어떻게 이어질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인 동시에 작가뿐 아니라 독자의 상상까지도 기꺼이 담아내는 넉넉한 빈칸의 역할을 해낸다.

1부 ‘그럴 리가’에는 바로 그 상상의 시작을 여는 작품을 담았다. 작가 한유주의 「이세계로 떨어졌는데 ?…이 없다」와 편집자 서성진의 「나는 기억한다, 책을」은 각자의 기억과 경험을 내어오며 과연 책이 없는 세상이 자신과 자신을 둘러싼 세상에 합당한지를 차근차근 살핀다. 이어 작가이자 배우 천쓰홍의 「영원한 저항」, 이유진 기자의 「책을 금지하는 세상」에서는 쓰는 행위와 읽는 행위, 특정 책이 권력에 의해 ‘금지’된 상황을 ‘책이 사라진 세계’ 옆에 나란히 놓아두며 반복된 역사 속 우리가 이미 목도해온 장면을 일깨운다. 과학커뮤니케이터 이정모의 「가장 오래된 보호구역」은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외계인의 시선을 가정하며 결국 인간이 책에서 이어온 것, 책이 사라진 이후에도 영영 이어가게 될 것은 ‘이야기’임을 다시금 확인한다.

2부 ‘그렇지만’은 오래전 책과 글, 말과 이야기에 관한 논의를 해온 인물과 그들의 작품을 경유해 ‘책이 사라진 세상’이라는 이야기를 확장한다. 단호한 불신을 품고 헤매다 이른 깨달음을 책으로 쓴 데카르트, 책을 씀으로써 자신을 끌어올린 니체, 약혼녀에게 온 마음을 담아 쓴 편지가 책이 된 카프카에 관한 이야기가 철학자 고명섭의 「세상의 카프카들에게 내리는 빛」에, 태초의 책에서 시작해 문자 언어와 음성 언어, 종교와 권력의 관계를 언어(책)로서의 건축으로 톺아낸 이야기가 박구용 교수의 「건축을 죽인 자는 누구인가」에 담겨 있다. 지식큐레이터 전병근의 「소크라테스와 책 없는 세상」에는 책을 경계하며 정작 자신은 책을 쓰지 않았던 소크라테스와 그가 그토록 중시했던 ‘대화’에 관한 고찰을 통해 문자 언어로서의 ‘책’을 환기한다. 이어 철학자 심의용은 「나는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에서 불온하고 공포스러운 ‘책’이 죽은 세상과 죽지 않은 세상을 보여준다. 『성경』, 『화씨 451』, 『전쟁과 선』이라는 세 권의 책뿐 아니라 마르셀 뒤샹, 제프 쿤스의 작품을 통해 사회적 작용과 반작용을 명료하게 담아냈다. 영화평론가 김경수의 「성의 없음의 디스토피아」는 ‘책이 사라진 세상’을 AI가 모든 것을 만들어내는 세상으로 전제하며, 이미 문학과 영상, 미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AI가 활약해 온 일련의 사건 연장선에서 우리가 정말로 두려워해야 할 것은 AI가 인류를 지배한다는 상상보다, ‘AI를 통해 자행되는 성의 없음’ ㅡ 비인간적인 인간의 태도임을 역설한다.

3부 ‘그럴지도’에는 1부와 2부에서 차곡차곡 톺아낸 과거와 현재를 딛고 쏘아 올려진 상상 혹은 단단하게 기대하는 미래의 모습을 그린다. 조태성 기자는 「03.12.2124 그날 밤」에서 비상계엄이 선포된 어느 밤에 관한 이야기를 AI에게 물으며 벌어지는 섬뜩한 이야기를 그렸다. 이다희 시인의 「실리카겔 - 책이 없는 세상에서 책은 어떻게 시작될까」에는 ‘한때 거의 모든 사람들이 사랑’한 여배우와 악기의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구해두고 남은 다섯 개의 실리카겔, ‘안녕’과 ‘사랑해’만 가르쳤으나 ‘그 외의 모든 나쁜 말을 자연스럽게 배워’ 말하는 앵무새 키야가 시적으로 공명한다. 이후 키야의 말을 끊임없이 받아적는 ‘나’로 수렴하며 이 책에 다 담기지 않은 어떤 책의 시작을 상상하게 만든다. 지와인 김보경 대표의 「잠 클리닉」은 불면증에 시달리는 아이를 위한 치료법을 가진 ‘잠 클리닉’에 관한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통해 쏟아지는 콘텐츠, 디지털화된 세상 속 책의 역할과 의미를 제안한다. 「엄밀히 말해 사람이 아닙니다」에서 한미화 출판평론가는 도쿄, 김포, 제주, 대구 등 각 지역의 동네책방을 호명하며 책에서 동네책방으로 이어지는 지역 커뮤니티가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만들어내는지를 이야기한다. 편집문화실험실 장은수 대표는 「신 없는 고통은 견딜 수 있지만」에서 최초의 SF 소설 『프랑켄슈타인』과 단어 ‘로봇’이 처음 쓰인 작품 「R.U.R」을 통해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서 우리가 지식과 지혜, 영혼과 정체성 - 인간 삶의 본질에 가까이 가게끔 돕는 것은 결국 ‘책’임을 다시금 짚어낸다. 마지막으로 박산호 작가는 「지구로 돌아온 조종사의 눈물」에서 번역가이자 작가로서 ‘책이 없는 세상’을 상상한다. 직업인으로서 감각한 삶을 확장하는 책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보여줌으로써 독자는 이 책의 가장 마지막 문장, ‘나는 그런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라는 작가의 선언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한다.

즐거운 상상이자 단단한 비책으로서의 ‘책’

‘책이 사라진 자리, 우리는 어떻게 우리의 이야기를 이어갈 수 있을까.’ 16편의 작품이 이 질문에 대한 정확한 대답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아직 책이 완전히 사라진 세상은 오지 않았으며, 그러니 이 책의 필진 중 아무도 그 시간을 사는 중은 아니므로. 다만 우리가 이야기를 듣고, 영화를 보고, 책을 읽을 때 늘 그렇듯, 우리가 멀리까지 다녀올 수 있게끔 돕는 이 모든 ‘상상’이 우리를 이전보다 훨씬 넓고 크게 확장할 것임은 분명하다.

그러니 이 책은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거대한 ‘상상 놀이’이자, 닥쳐올 미래에 대한 단단한 비책이다. 책을 펼치는 순간부터 필연적으로 펼쳐질 ‘책이 없는 세상’에 오신 여러분을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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