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작가의 말
물결인 사람
당신을 보았던 기억이 납니다
책 속에서
물의 방향
멀구슬나무 뿌리가 물길인가요 입구가 터진 동그라미인가요 물길의 강약은 흐르면서 저울질하죠 물에 빠져 본 사람도 그 깊이를 몰라요 물은 중력을 믿지만 힘을 빼니까 물길을 거스르면 물의 저항으로 뿌리가 박혀 버릴지도 몰라요 박힌 뿌리가 낙타의 등이라면 믿을 수 있나요 사막의 모래는 물길을 보호하는 식물 그늘을 만들어 주는 모든 식물의 뿌리는 아래로 두고 낙타와 상인에게 오래된 약속으로 오아시스를 선물하죠 물의 형태로 바위 밑이나 흙더미를 만나면 ‘물길’이라고 동그랗게 말해 보세요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한번 길게 말해 보세요 물방울이 모여 큰 물줄기로 흐르는 소리가 들리죠 그때 귀를 아래 방향으로 늘여 보세요 옆집 멀구슬나무 뿌리가 당신의 물길일지도 모르죠 ■
자전거를 타고 화성으로
너무 뜨거워서 반으로 잘랐어요
중력으로 중심을 잡고 달리고 있어요
처음부터 덩어리라서 한 방향으로 가고 있어요
앞쪽으로 힘을 줄게요
지구의 중심은 나니까
지구가 굴러가는 속도는 다리의 힘이 아니에요
간격이죠
지구는 비타민 같아요
푸른 이끼가 자라는 땅이라면 바람이 지구를 자라게 하겠죠
페달에 힘을 주세요
분리된 지구는 뒤쪽에 심장이 있어요
소식을 마라톤으로 전한다면 지구가 조금이라도 서늘해지겠죠
지난밤 얼마나 뜨거웠는지
소리를 질렀어요
토론하면 더 늙어 버리는 얼굴, 지구를 닮았어요
심심해서 지구로 자전거를 만들었어요
앞과 뒤는 중요하지 않아요
어느 곳을 잘라도 지구는 둥글게 굴러가는 회전문
손잡이에 브레이크를 걸면 처음으로 돌아갈 수 있어요
바람으로 가는 자전거를 만들겠어요
화성인들이 지구를 식히려고 도착했어요
화성에서 온 지구인들이 자전거를 타고 지구를 돌리고 있어요
지구의 심장 소리에 자전거가 날고 있어요
화성에 갔다 올게요 ■
직사각형으로 살아가기
열여덟 살까지 늘어나는 직립입니다
그건 머리통이나 두 팔이나 두 다리도 포함되는
선이지만 잘라 보면 길고 가는 원통으로
함부로 손댈 수 없는 길도 되는 도형입니다
내가 살던 최초의 물은 원입니다
원은 낮잠 자는 우주 비행사의 웅크린 중력, 아주 작은 꿈으로 시작되지만
나는 당신의 높이로 걸어 다니는 직사각형의 태몽이죠
직사각형은 구부러지고 접히는 고도로 발달된 로봇입니다
로봇은 수많은 도형으로 이루어졌고 중심을 잡아 주는 이등변삼각형도 있습니다
그건 두 팔이거나 두 다리로 직사각형의 유의어입니다
변이가 아닙니다 진화도 아닙니다
걸을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직사각형은 열여덟 살까지 늘어난 탄력입니다
작은 직사각형으로 교집합이 된 손과 발
직사각형이 된 몸통은 원에서 분화된 유도체입니다
직사각형은 걸어 다니는 영장류의 특징입니다
적당히 밀어 주고 끌어 주는 중력이라고 하더군요
결국 중력도 원의 일부라는 증거겠지요
난 직사각형을 이어 주는 선입니다
서로 다른 도형을 이어 주는 선은 다른 것과 섞여서는 안 되는
독특한 분화구입니다
분화구가 흐르기 시작하면 함부로 손댈 수 없을 때
예민해진 선이 길을 막고 직사각형을 가둘지도 모릅니다
길은 직사각형의 숨은 기관입니다
직사각형은 수학으로 설명되는 생명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