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도시의 고독, 청춘의 상처, 따뜻한 연대, 순수한 사랑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필사집
이두헌은 1980년대 한국 대중음악계에서 독보적인 감성을 자랑하는 밴드 ‘다섯손가락’을 결성,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 기차’, ‘풍선’, ‘사랑할 순 없는지’ 등 많은 이들에게 사랑받는 명곡들을 발표했다. 그는 싱어송라이터로서 뿐 아니라 프로듀서, 기타리스트, 작사가로 활동하며 한국 대중음악의 서정성을 확장해온 인물이다. 이번 노래시집은 그러한 그의 음악 세계를 시문학적 언어로 다시 정리한 자전적 기록이기도 하다. 표제작을 비롯한 가사들은 단순한 노랫말을 넘어, 한 개인이 바라본 한국 사회의 풍경, 청춘의 어둠과 빛, 잃어버린 이상과 희망을 시처럼 응축해 들려준다.
이 책에는 그의 대표곡 가사들이 노래시 형태로 다시 담겨 있다. 특히 ‘이층에서 본 거리’는 우리가 부르는 가사와 조금 다르다는 걸 알 수 있는데, 이는 첫 발매 당시 검열로 인해 수정해야 했던 가사가 아닌 원곡의 가사를 수록했기 때문이다. 또한 유명 아이돌 그룹이 리메이크 한 ‘풍선’의 원 가사도 이 책에서 다시 찾아볼 수 있다. 많은 사랑을 받은 곡인 ‘풍선’은 그림책으로도 만들어지기도 했으며, 가요, 동요 등 지금도 계속 여러 버전으로 불리는 노래다. 이처럼 이 책은 이두헌이라는 작가의 원작 노래시를 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사랑했던 곡인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새벽 기차’, ‘이층에서 본 거리’, ‘풍선’, ‘사랑할 순 없는지’ 등의 노래 가사가 담겨 있다. 이 곡들은 감성적 기타 선율과 더불어 시적인 가사가 강한 인상을 남긴, 세대를 초월해 지금도 사랑받고 있는 곡들이다.
이 책은 싱어송라이터 이두헌의 음악을 사랑한 이들에게는 깊은 공감과 향수를 전달하며, 필사를 좋아하는 독자들에게는 노래시에서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문학적 즐거움과 힐링을 선사할 것이다.
책 속에서
p. 16
이층에서 본 거리
수녀가 지나가는 그 길가에서
어릴 적 내 친구는 구두를 닦고
길거리 약국에서 담배를 팔듯
세상은 모순 속에 깊어만 가고
분주히 길을 가는 사람이 있고
온종일 껌을 파는 아이도 있고
시간이 숨을 쉬는 그 길가에는
낯설은 그리움이 나를 감싸네
이층에서 본 거리 평온한 거리였어
이층에서 본 거리 안개만 자욱했어
해묵은 습관처럼 아침이 오고
누군가 올 것 같은 아침이 오고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이유로
하루는 나른하게 흘러만 가고
구경만 하고 있는 아이가 있고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도 있고
안개가 피어나는 그 길가에는
해묵은 그리움이 다시 떠오네
이층에서 본 거리 평온한 거리였어
이층에서 본 거리 안개만 자욱했어
p. 88
새벽 기차
해지고 어두운 거리를 나 홀로 걸어가며는
눈물처럼 젖어드는 슬픈 이별이
떠나간 그대 모습은 빛바랜 사진 속에서
애처롭게 웃음 짓는데
그 지나치는 시간 속에 우연히
스쳐 가듯 만났던 그댄
이젠 돌아올 수 없는 길을 떠났네
허전함에 무너진 가슴
희미한 어둠을 뚫고 떠나는 새벽 기차는
허물어진 내 마음을 함께 실었네
낯설은 거리에 내려 또다시 외로워지는
알 수 없는 내 마음이여
p. 90
풍선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내 어릴 적 꿈은
노란 풍선을 타고
하늘 높이 날으는 사람
그 조그만 꿈을 잊어버리고 산 건
내가 너무 커 버렸을 때
하지만 괴로울 땐
아이처럼 뛰어놀고 싶어
조그만 나의 꿈들을
풍선에 가득 싣고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왜 하늘을 보면 눈물이 날까?
그것조차도 알 수 없잖아
왜 어른이 되면 잊어버리게 될까?
조그맣던 아이 시절을
때로는 나도 그냥
하늘 높이 날아가고 싶어
잊었던 나의 꿈들과
추억을 가득 싣고
지나가 버린 어린 시절엔
풍선을 타고 날아가는
예쁜 꿈도 꾸었지
노란 풍선이 하늘을 날면
내 마음에도 아름다운
기억들이 생각나
p. 218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그녀에게 안겨주고파
흰옷을 입은 천사와 같이
아름다운 그녀에게 주고 싶네
슬퍼 보이는 오늘 밤에는
아름다운 꿈을 주고파
깊은 밤에도 잠 못 이루던
내 마음을 그녀에게 주고 싶네
한 송이는 어떨까?
왠지 외로워 보이겠지.
한 다발은 어떨까?
왠지 무거워 보일 거야
시린 그대 눈물 씻어주고픈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슬픈 영화에서처럼 비 내리는 거리에서
무거운 코트 깃을 올려세우며
비 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