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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 / 006

1부 사랑과 이별과 그리움을 노래하다
떠나가는 남자, 이별하는 여자 / 012
_작자미상 〈서경별곡〉·심수봉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별리와 그리움의 시학 / 028
_정지상 〈송인〉·김민기 〈친구〉
보통의 사랑과 보통의 이별 / 046
_김명원 〈별리〉·윤종신 〈좋니〉
그대에게 내 마음을 고이 띄워 보냅니다 / 062
_홍랑 〈묏버들 가려 꺾어〉·아이유 〈밤편지〉
탑 그림자 드리운 봄밤의 연극 무대 / 082
_김부용 〈부용상사곡〉·김윤아 〈야상곡〉
떠나간 아내가 사무치게 그리운 시간 / 106
_김정희 〈도망시〉·임재범 〈내가 견뎌온 날들〉
고독에도 품격이 있다 / 124
_작자미상 〈노처녀가〉·최성수 〈위스키 온 더 록〉
소리에 그리움을 얹다 / 136
_이화중선 〈추월만정〉·나훈아 〈홍시〉

2부 메마른 땅에 노래가 단비처럼 내리면
자기 안의 생동력으로 관습을 거스르다 / 152
_황진이 〈동짓달 기나긴 밤을〉·이효리 〈미스코리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어찌할까 / 170
_정철 〈사미인곡〉·안예은 〈상사화〉
비루하고 궁상맞은 일상에 물들 때 / 190
_박인로 〈누항사〉·장기하와 얼굴들 〈싸구려 커피〉
내 작품의 제단에 나를 바치다 / 204
_허난설헌 〈곡자〉·김광석 〈일어나〉
얼음이 얼었다, 봄은 언제쯤 / 220
_김창협 〈착빙행〉·한강 〈12월 이야기〉
서민문화의 예인, 대중문화의 딴따라 / 236
_이정보 〈임으란 회양 금성〉·박진영 〈날 떠나지 마〉
흔들리는 게 어디 버들뿐이랴 / 256
_작자미상 〈천안삼거리〉·인순이 〈실버들〉
광대와 영웅이 건네는 위로 / 274
_신재효 〈광대가〉·임영웅 〈모래 알갱이〉

참고 자료 / 295
저자 소개
저자 : 이미경
다섯 살, 삼촌네 만화방에서 글을 깨쳤다. 1969년 겨울, 폐업 직전 만화방 한구석에서 시작된 문자와의 인연은 오늘까지 단 하루도 끊이지 않았다. 38년간 ‘노래를 읽고, 시를 부른다’는 파격적인 방식으로 학생들의 고전시가 ‘멀미증’을 치유하는 강사로 일해왔다. 가톨릭대학교 교육대학원 독서교육 석사 과정을 마쳤으며, 같은 대학원에서 리터러시 분야 박사 과정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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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고전시가와 현대 대중가요의 매혹적인 앙상블

고려가요 〈서경별곡〉 속 여성 화자는 최선을 다해 사내를 붙들고, 기어이 떠나는 사내와 사공을 향해 “네 아내가 바람난지 몰라서 (…) 떠나는 배에 얹었느냐 사공아” 하며 악담을 퍼붓는다. 저자는 이 여성 화자를 우리가 배워온 전통적 여성상, 즉 운명 앞에 순응하고 체념하는 여성의 모습과 다르다고 해석한다. 나아가 전문직 여성 화자는 이별 앞에 깊이 슬퍼하다가 결국에 다시 일상을 살아내고 새로운 사랑을 찾을 거라고 장담한다. 떠나는 남자를 객관화하며 이별의 주체로 나서는 여성상은 심수봉의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에서 되살아난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별 앞에서 처연하고 비루해진다. 하지만 그녀는 슬픔을 딛고 일어나 이별의 주체로 나선다. “눈앞의 바다를 핑계로” 이별하려는 남자에게, 여자는 “뱃고동 소리도 울리지” 말라고 냉정하게 경고한다. 은유적인 표현을 벗겨내고 보면, 떠날 거면 구구절절 변명하지 말고 닥치라는 뜻이다. 심수봉식 냉소 속에는 체념이 아닌 각성이 있다. 현실을 직시하지만, 그에 굴복하지 않는다.

신윤복의 〈월하정인〉에 쓰여 있는 표제시의 두 번째 행 “兩人心事兩人知(양인심사양인지, 두 사람 마음은 두 사람만 알지)”는 조선 중기 문신 김명원의 칠언절구 한시 〈별리〉의 한 구절과 일치한다. 신윤복은 왜 김명원의 시구를 자신의 그림에 써 넣었을까? 저자에 따르면, 신윤복은 인간은 사랑의 감정 앞에 솔직해져야 하며, 이를 숨기거나 억압할 수 없다고 믿었다. 이 때문에 신윤복의 그림에는 성적 욕망에 대한 관음증적 시선과 남녀 간의 사랑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이 화풍의 정점에 선 작품이 〈월하정인〉이다. 신윤복이 보기에 양반들은 도덕과 체면을 앞세우며 사람들의 행위와 감정까지 구속하려 했다. 그러면서 정작 자기네들은 뒤에서 기생들과 노닥거렸다. 신윤복은 그런 양반들을 신랄하게 풍자한다. 하지만 김명인은 〈별리〉에서 양반으로서는 드물게 사랑의 감정을 솔직하게 내보였다. 양반이라는 외피를 벗고 보통의 인간으로서 자기 자신을 드러낸 것이다. 신윤복은 그 〈별리〉를 자기 그림에 넣음으로써 우리네 보통의 정서가 얼마나 소중하고 위대한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다.

김명원 캐릭터는 현대 대중가요의 윤종신과 겹친다. 윤종신은 슬픔의 정서가 희석되지 않는 선에서 자질구레한 일상의 소회를 늘어놓으며, 그게 우리네 현실 속 이별 이야기라고 말한다. 더불어 윤종신은 오늘날 남성 일반의 평균치에 수렴하는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이별 앞에서 고상한 척 덤덤한 척 폼 잡지 않고, 오히려 질척대고 휘청거린다. 그게 밉지 않은 이유는 우리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사랑과 이별 앞에 선 보통 사람들의 속내를 이토록 적나라하게 들여다볼 기회는 흔치 않다.
조선 중후기 문신 이정보는 고위 관료를 두루 거친 사대부다. 그런데 이 지체 높은 양반이 “밋붓터 끗까지 죠굠도 뷘틈업시, 찬찬 굽의 나게 휘휘 감겨 주야장상 듸트러져 감겨 잇셔” 하며 남녀가 사랑을 나누는 행위를 연상케 하는 사설시조를 천연덕스럽게 읊는다. 사설시조는 조선 후기 사회 변화에 맞물려 발화한 서민 문화의 한 갈래다. 이정보는 고리타분한 양반 문화에서 벗어나 스스로 조선 후기 르네상스의 마중물이 된다. 저자는 이정보가 눈부시게 탈피한 이유를 그이 안에 잠자고 있던 예인 기질에서 찾는다. 예인을 오늘날 대중문화 언어로 바꾸자면 ‘딴따라’이다. 딴따라 하면 박진영을 빼놓을 수 없다. 박진영은 저속하고 퇴폐적이라는 이유로 금기시되던 농밀한 사랑의 언어를 노래와 춤으로 스스럼없이 보여준다. 박진영은 예술을 고상하게 포장하여 극소수 사람들만 향유하던 시대가 저물고, 더 많은 사람이 자유롭게 생산자이자 소비자로서 활약하는 대중문화의 시대가 열렸음을 알린 신호탄이다. 이정보와 박진영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지금, 얼마나 자유롭게 노래하고 있는가.”

이 밖에도 『조선의 싱어송라이터』에서 홍랑이 꺾어 보낸 묏버들은 아이유가 띄워 보낸 반딧불로 되살아나고, 황진이의 당당한 에로티시즘은 이효리가 그 계보를 이어받고, 달팽이 집처럼 자그마한 초가집에서 사는 〈누항사〉의 몰락 양반은 발바닥이 쩍쩍 달라붙는 비닐장판 깔린 좁은 방에 사는 〈싸구려 커피〉의 백수 청년으로 환생하고, 판소리를 예술적 차원으로 끌어올린 신재효와 트로트를 대중가요의 주요 장르로 끌어올린 임영웅은 시대를 뛰어넘은 광대이자 영웅으로 등극한다.


고전시가의 르네상스를 꿈꾸다

저자는 적지 않은 분량의 이 책 곳곳에서 쉴 새 없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폭죽처럼 터지는 상상력은 때로는 난데없고 어지럽게 보이지만, 사실 매우 일관된 하나의 목적성을 지닌다. 바로 고전시가에 대한 기존 해석의 틀을 비틀고 전복하기이다. 예컨대 정지상의 한시 〈송인〉의 진짜 주인공은 비운의 도시 서경이고, 김민기는 고등학생 때 지은 〈친구〉가 사회상과 맞물려 공명하기를 바라며 앨범 『김민기』에 의도적으로 삽입했고, 김부용은 18년이라는 오랜 세월을 스스로 꾸민 무대에 올라 메소드 연기를 펼쳤고, 민요 〈천안삼거리〉는 원형 부재를 본질적인 특징으로 장착한 작품이고, 인순이는 안티 오리지널리티 전사로 거듭난다.

이러한 글쓰기 전략은 저자가 입시학원에서 고전문학 강사로 지내면서 느낀 문제의식에서 비롯되었다. 앞서 확인했듯이, 오늘날 고전시가는 반쪽으로 나뉘고 박제되어 박물관에 진열되었다. 치열한 대학입시 교육 현장에서는 박제된 유물의 해설서를 들이밀며 한 자도 빠짐없이 외우라고 강요한다. 고전시가를 가르칠수록 고전시가의 진면목과 멀어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에서 저자는 고전시가의 르네상스를 간절히 꿈꿨을 것이다. 저자가 이 책 곳곳에서 보여준 파격적 상상력이 그 고민의 결과물이다. 저자는 수백 수천 년 시공간을 오가며 고전시가와 현대의 대중가요를 해체하고 재구성하고 접붙인다. 놀랍게도 저자의 스토리텔링을 거친 고전시가는 본디 모습이 훼손되지 않으며 오히려 무척이나 풍성하고 다채롭고 사랑스럽게 변모한다. 케이팝의 생동력과 확장성이 어디에서 시작되었는지 확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한편, 저자는 존중할 만한 기존 해석의 틀은 받아들이되, 고전시가를 다룬 기존 책에서 사용하던 고색창연한 표현법을 따르지 않는다. 그 대신 교육 현장에서 갈고닦은 생생한 언어로 대체한다. 덕분에 이 책은 후천적 고전문학 기피 증후군에 시달리는 일반인과 학생들을 위한 치유서로 제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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