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이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초반부에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의 지적 관계 및 죄르지 루카치와 로자 룩셈부르크의 물질대사론, 생태사회주의 및 인류세 관련 논의에서 핵심이 되는 이원론과 일원론의 쟁론을 벌이고 있는 존 벨러미 포스터와 폴 버켓, 안드레아스 말름, 알프 호른보리 등과 제이슨 W. 무어와 노엘 카스트리, 브뤼노 라투르 닐 스미스 등의 논의들을 살펴보고, 자본의 논리와 지구의 한계와 관련한 일원론적 시각의 문제점을 밝히며 이원론적 관점의 우수성을 주장한다. 다음으로 생태근대주의자들 및 좌파 가속주의자들의 논의를 살펴보며, ‘대가속의 시대’에 성장에 관한 기술 중심적 해결책에 대한 비판을 전개한다. 탈희소 사회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진정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를 마르크스의 변모와 더불어 밝혀내는데, 이는 MEGA 연구를 통한 새로운 마르크스의 발견에 근거한 것이다.
마르크스가 당대 자연과학에 대해 어떻게 연구를 진행했는지, 더불어 베라 자술리치의 편지를 비롯한 러시아 혁명가들과 어떤 지적 바탕에서 의견을 주고받았고 논의를 발전시켰는지 보여주면서 자본주의 이전 사회에서 발견한 공동(체)의 부와 사용가치를 바탕으로 한 새로운 사회의 구상을 펼쳐낸다. 저자는 마르크스의 노트를 치밀하게 분석하면서 그동안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던 대안사회에 대한 마르크스의 관점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지점을 어떻게 이후 마르크스주의자들이 놓쳤는지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이러한 논의를 바탕으로 결론으로 탈성장 코뮤니즘론을 주장하고 탈희소 사회로의 전환을 촉구하면서 책을 마친다.
이 책에서 저자는 마르크스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주며 전작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의 논의를 이론적, 실천적으로 보강한다.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인류세의 위기에 대한 구체적 대안으로 탈성장 코뮤니즘론을 제시하며 자본의 논리가 아닌 협동의 논리를 추적하고 대안 원리로 제시하고 있다. 인류세와 기후 위기를 어떻게 돌파하고 바람직한 세계를 만들어 갈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종횡무진 펼쳐지는 현 시기에 마르크스를 새롭게 읽는 방법을 제시하면서 마르크스가 아직도 살아 있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저자가 주장하는 탈성장 코뮤니즘의 다른 이름인 탈희소 사회를 향한 여러 가능성들에 대한 논의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들도 함께 비판적으로 미래 사회의 모습에 관해 숙고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기후변화와 급속한 환경의 저하가 누구에게나 가감 없이 전해지고 있다. 위기가 급속도로 다가오는 가운데 새로운 지질학 시대를 부르는 인류세라는 용어와 이를 둘러싼 논의들이 많은 이들의 관심을 얻게 되었다. 비단 환경문제나 지질학뿐 아니라 생물학, 인류사, 인문학과 사회과학까지 관련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프로메테우스주의, 생산지상주의라는 오명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마르크스의 사상을 되살리려는 노력의 의미는 무엇일까? 저자가 말하는 것처럼 1860년대 이후 자신의 사유를 변경해 나갔던 마르크스를 통해 인류세의 위기를 벗어난 새로운 사회의 전망을 꾸려 나가 볼 수 있을까? 포스트-자본주의를 향한 이상향들이 격돌하는 이때, 새로운 사회를 향한 논의 중 하나로써 탈성장 코뮤니즘론 얼개를 이 책을 통해 만나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선입견에서 벗어나 새로운 마르크스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은이의 말
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직면한 상황에서, 서구 자본주의에서 생산력의 추가적인 발전이 역사의 해방적 동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은 분명 지나치게 순진하다. 사실 오늘날의 상황은 1848년의 상황과 확연하게 다르다. 즉, 자본주의는 더 이상 진보적이지 않다. 오히려 자본주의는 생산과 재생산의 일반 조건을 파괴하고 심지어 인간과 비인간 존재를 심각한 실존적 위협으로 내몬다. 요컨대, 역사 발전에 대한 마르크스의 관점은 구제 불능의 한물간 관점인 것처럼 보인다. 이와 같은 상황, 이와 같은 역사적인 국면에서, 마르크스주의가 부활할 가망이 조금이나마 있으려면 ‘생산력’과 ‘생산관계’의 모순을 중심으로 하는 ‘역사 유물론’이라는 악명 높은 거대 도식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 바로 이것이 전 지구적 생태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비관하거나 종말론에 빠지는 것이 아니라 마르크스주의의 시각에서 (인류) 역사의 끝이 아니라 또 하나의 맑고 밝은 미래를 그려 보는 계기로 삼으려는 이 책의 중심 주제이다.
- 서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