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33.55 진실 청구』는 대한민국 현대사의 가장 깊은 상처 중 하나인 제주 4·3을 정면으로 응시한 장편소설이다. 이 작품은 한 가족 3대의 서사를 통해, 오랜 시간 침묵 속에 묻혀 있던 역사적 진실과 정의의 문제를 집요하게 추적하고 있다.
소설은 제주 ‘어등마을’을 배경으로, 일제강점기부터 4·3, 그리고 6·25에 이르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낸 한 가문의 비극과 그 후손의 싸움을 그린다. 주인공 안민우는 조상의 이름으로 ‘진실’을 청구하며, 불법적으로 빼앗긴 토지와 왜곡된 역사에 맞서 싸운다. 그의 여정은 단순한 개인적 해원이 아니라, 세대를 관통하는 책임과 윤리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말해지지 않은 이야기”로 남아 있던 역사적 진실을 드러내고자 했다. 특히 제주 4·3이라는 비극을 단순한 과거 사건이 아닌, 오늘까지 이어지는 ‘현재진행형의 문제’로 인식하며 서사를 전개한다.
작품 속 인물들이 요구하는 것은 재산이 아니라 정의이며, 소유권이 아니라 인간의 도리다. 법과 제도의 언어로 환원되지 못한 진실을 문학의 언어로 복원하려는 시도가 이 소설의 핵심이다.
이 소설은 법정과 행정의 언어를 통과한다.토지대장, 소송, 특별조치법-건조하고 차가운 단어들이 서사의 중심에 놓인다. 그럼에도 작품이 메마르지 않은 이유는 작가가 그 틈 사이에 사람의 온기를 끌어들이기 때문이다. 제주어의 숨결이 살아 있는 대사, 절제된 문장, 그리고 감정을 과장하지 않는 서술이 깊은 울림을 만든다.
오늘날 우리는 수많은 정보 속에서 살아가지만, 정작 중요한 질문 앞에서는 외면하고 침묵한다. 그런 시대에 이 소설은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떤 진실 위에 서 있는가.”
『33.55 진실 청구』는 과거를 다루고 있지만, 결국 현재를 겨냥한 작품이다.그리고 그 질문은 독자의 몫으로 남는다.
저자의 말
제주의 한 귀퉁이 부락인 ‘어등마을’에서 살아남은 한 가족의 고통. 그 역사는 제주가 겪은 고통이며, 지역의 비극이 아니라 국가적 참극을 비추는 거울이었다. 억울하게 사라진 이름들, 부당하게 빼앗긴 땅들, 그리고 세대를 넘어 이어진 진실을 좇는 미완성의 과제들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다. 이 소설은 그 숙제를 외면하지 않는 작은 시도이길 바랐다.
이 작품을 쓰며 수많은 증언과 기록을 만났다. “말해줘서 고맙다.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기록해야 한다.” 그 한마디를 잊을 수 없다. 그 고마움이 부끄러움이었고, 부끄러움이 용기가 되었다. ‘역사의 기록은 이긴 자들이 몫’이라며 사람들은 승자의 기록을 진실이라고 믿기 쉽다. 그러나 역사는 왜곡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승자들이 이해득실을 따져 유리한 쪽으로 기록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만큼 역사적 사실 그대로를 알린다는 것은 어려운 작업이다. 그렇더라도 우리는 그 진실을 좇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