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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박혜선
미루나무를 좋아하고 지나가는 아이들에게 말 걸기가 취미인 나는 어릴 때부터 궁금한 걸 못 참았어요. 작가가 되고부터는 세상에 대한 궁금증을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습니다. 『신발이 열리는 나무』, 『할머니의 사랑 약방』, 『우리 할아버지는 열다섯 살 소년병입니다』, 『소원』, 『낙타 소년』 등의 그림책과 『저를 찾지 마세요』, 『그렇게 안 하고 싶습니다』, 『옛날 옛날 우리 엄마가 살았습니다』, 『잠자는 숲속의 아이』 등의 동화책을 썼습니다. ‘한국아동문학상’, ‘소천아동문학상’, ‘열린아동문학상’ 등을 받았으며 지금도 여전히 궁금한 세상에 고개를 갸웃거리며 즐겁고 신나는 이야기를 찾아다닌답니다.

그림 : 정인하
담백하고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쓰고 그린 책으로는 『밥·춤』, 『부드러운 거리』, 『요리요리 ㄱㄴㄷ』 등이 있으며, 여러 어린이 책과 표지 등에 그림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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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마을의 마지막 주인,
그리고 비밀 결사대

솥뚜껑처럼 둥그런 산골 마을, 한 집 건너 빈집인 이곳에 진수네, 경애네, 숙자네 할머니가 살고 있습니다. 자식들 이름 따라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오순도순 서로에게 의지하며 살지요. 옥수수, 감자, 콩잎 같은 것들을 돌보면서요. 마당이 깨끗하고 밤이면 따뜻한 불이 피어나는 집, 이 마을의 마지막 주인인 할머니 세 분의 보금자리랍니다. 그런데 어디선가 슬그머니, 귀여운 점박이 토끼 한 마리가 등장합니다. 이 마을을 지키는 ‘비밀 결사대’ 대장이랍니다. 마을을 둘러싼 산을 보금자리 삼아 함께 살아가는 고라니, 다람쥐, 산비둘기, 멧돼지도 역시 바로 이 비밀 결사대의 대원입니다. 하지만 하는 일이라곤 할머니들이 열심히 키운 작물을 몰래 훔쳐 먹고 여기저기 어지르는 것밖에 없는 이 친구들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 모든 게 마을을 지키기 위한 비밀 임무라고 자랑스레 밝히는 걸까요? 배가 고픈 것을 꾹 참으며 할머니들의 밭을 지키는 일, 날이 갈수록 건강이 나빠지는 할머니들을 운동시키기 위해 여기저기 발자국을 남겨 놓는 일, 고추밭을 흩트리고 똥을 싸 놓고 도망가는 일…. 사실 ‘비밀 결사대’의 이 모든 기특한 작전과 귀여운 말썽들이, 적막했던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고 있었습니다.

모두가 떠나 버린 자리에 남아
서로를 지키는 존재들

그동안 세 할머니는 모두가 도시로 떠난 마을에 덩그러니 남아 쓸쓸한 몸 구석구석 쓸어내리며 살아왔지요. 그런데 이제는 그곳에서 보낼 여생의 의미가 새롭게 생겼습니다. 녀석들 때문에 어질러진 꼴을 보면 화가 나다가도, 뒤돌아서면 엉덩방아 찧을 만큼 껄껄 웃게 됩니다. 그렇게 자식도 이웃도 떠난 자리에 어느새 녀석들의 존재감이 떡하니 자리 잡았습니다. 할머니들은 이 녀석들을 지켜 주고 싶습니다.
한편 우리는 또 알고 있지요. 이 모든 건 비밀 결사대가 할머니들을 지키려는 작전에서 비롯되었다는 걸요. 그리고 그보다도 앞서, 텅 빈 마을 땅을 묵묵히 지키는 할머니들이 있었습니다. 아, 무언가를 지키는 마음이 돌고 돌아 서로를 지켜 주고 있습니다. 이 애틋한 동그라미를 느끼노라면, 우리도 함께 누군가의 ‘비밀 결사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이 몽글몽글 피어납니다. 적막했던 땅에 춤추는 웃음꽃 피워 올리는 이야기가 긴긴 겨울 꽁꽁 얼어 있던 우리들의 가슴에 똑똑, 문을 두드립니다.

주름진 따뜻한 손길
코끝에 물씬, 어머니 냄새

점박이 토끼에게 먹을 것을 내어 주고 가만가만 쓰다듬는 할머니의 손길이 왜 이리도 시큰할까요.
“그래, 밥은 잘 먹고 다니니? 난 괜찮다, 그럼 아픈 데도 없고.”
아, 어쩌면 바로 이 거짓말 때문일까요. 여기저기 안 아픈 데 없이 매일매일 부지런히 일만 하는 할머니들이 자식 걱정 안 시키려고 하는 이 새하얀 거짓말, 이 거짓말 너머엔 등이 굽고 찬바람에 시린 뒷모습이 있습니다. 그 뒷모습의 냄새가, 시골 밥 냄새 풀풀 나리는 온기가 훅, 그리운 바람으로 불어옵니다. 괜히 잊고 지내던, 괜히 자꾸 밀어 두던 그 이름을 살포시, 소리 내 불러 봅니다.
이제 알 것 같습니다. 파릇파릇 봄 새싹 돋고, 푸른 여름 장마처럼 젖다 발간 가을 맺고, 흰 겨울 눈 나리듯 그렇게 계절 따라 나이 드신 진수네, 경애네, 숙자네 할머니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제 이름보다 자식 이름으로 불리며, 자식 기르듯 논밭을 일구며, 살아 있는 여린 존재들을 돌보느라 제 몸은 늙어 가신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재치와 생동감이 넘치는 글과 그림으로
우리의 ‘현실’에 따뜻한 손을 내미는 이야기

박혜선 작가는 마을에 남은 마지막 주인인 세 할머니를 지키기 위해 엉뚱하지만 사랑스러운 비밀 임무를 펼치는 산짐승들의 이야기를, 주인공 점박이 토끼의 목소리에 담아냈습니다. 간결하고 단정한 문장 안에는 따뜻한 재치가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한 문장 한 문장 옛날이야기 듣듯 술술 읽히면서도, 그 안에는 독자들의 마음을 흔드는 통찰력이 숨어 있지요. 그리고 이 이야기는 할머니와 동물들의 개성을 담뿍 살린 정인하 작가의 그림을 만나 살아 움직입니다. 주름진 할머니의 손길과 역동적인 동물들의 움직임, 보들보들 콩잎이 손끝에 느껴질 듯한 부드러운 시골 풍경 속에 넋 놓고 머무르다 보면, 어디선가 산메아리가 울립니다. 우리에게도 텅 빈 땅이, 가슴 한 구석 시큰해지는 이름이 있지 않느냐고. 이제는 그 땅의 계절들을 힘껏 일구며, 그 이름 힘껏 부르며 살아가 보지 않겠냐고. 때론 시끄럽고 때론 속 깊은 몸짓을 주고받으며, 그래 그렇게 우리 함께 ‘비밀 결사대’가 되어 보지 않겠느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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