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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강인숙

프롤로그
이어령의 하이퍼텍스트―김정운
대립과 통합의 시학―김치수

경기고등학교의 기억
‘화전민’의 달변과 침묵―김화영
던져진 존재들의 만남―주광일

서울대 강사 이어령
마로니에 잎이 푸르르던 시절―오세영

이화여대 교수 이어령
큰 스승 이어령의 발자취―김현자
독수리, 날개를 펴다―김혜니
나의 지적 호기심은 잠들지 않는다―이수자
분석 비평가 이어령―김옥순
50년 전의 기억을 연다―신선희
마지막 노트―나정순
도쿄에서 온 편지―한정희
능소화는 피고 지고―유인순

에필로그
강의실에서 본 교수 이어령 촌평

부록
이어령 대학원 강의의 주제와 항목
이어령 강의와 강의 노트 목록
이어령 평론·논문 목록
이어령 교육 경력
저자 소개
엮음 : 강인숙
1933년생으로 현재 영인문학관 관장이자 건국대학교 명예교수이다. 서울대학교 국문과를 졸업하고 숙명여대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대학 동기 동창인 이어령과 결혼하여 2남 1녀를 두었다. 1965년 『현대문학』을 통해 평론가로 등단하였으며 문학평론가로 활동했다. 저서로는 논문집 『자연주의 문학론Ⅰ,Ⅱ』 『일본 모더니즘 소설 연구』 『박완서 소설에 나타난 도시와 모성』 등이 있으며, 문화기행집 『함께 웃고, 배우고, 사랑하고―네 자매의 스페인 여행』 『이집트 문화기행』, 자전적 에세이 『글로 지은 집』 『만남』 『성안집 사람들』 『나는 글과 오래 논다』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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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는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가르치지 않았다.
대신 깨우쳤다.

“강의실에서 선생님의 강의에
빠져들던 시절로부터도 30여 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선생님과 대화 중이다.”

『강단에서 만나는 이어령』은 영인문학관이 기획한 ‘이어령 시리즈’의 두 번째 권으로, 앞서 영인문학관 도록으로 출간된 〈에디터로서의 이어령〉에 이어 ‘교수로서의 이어령’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이어령이 아닌 강의실에서의 모습, 사유하고 질문하며 끊임없이 텍스트를 해체하고 재구성하던 한 ‘선생’의 얼굴을 복원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고, 경기고등학교 시절부터 서울대 강사 시기, 그리고 이화여대 교수로 이어지는 그의 교육 이력을 시간순으로 따라간다. 이어령은 전쟁과 식민지라는 격변의 시대를 통과하며, 제대로 배우지 못한 채 가르쳐야 했던 세대를 살았다. 강의록을 만들며 학문을 구축해 나갔던 그의 여정은, 곧 한국 현대문학의 지난한 형성 과정과도 맞닿아 있다. 이 책은 그러한 시대적 맥락 속에서 형성된 강의와 사유의 흔적을 제자들의 증언과 기억을 통해 입체적으로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단일 저자의 서술이 아닌 이어령의 강의를 직접 경험한 제자들과 동료 학자들의 다양한 증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문화심리학자 김정운, 불문학자 김치수를 비롯해, 김화영, 주광일, 오세영, 김현자, 김혜니, 이수자, 김옥순, 신선희, 나정순, 한정희, 유인순 등의 다양한 필자들은 각기 다른 시기와 공간에서 이어령의 강의를 경험한 인물들로, 그의 강의 방식, 사유의 특징,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까지 다층적으로 증언한다. 이어령의 강의는 텍스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해체하는 ‘사유의 실험실’이었다. 제자들은 그 강의실에서 경험한 지적 충격과 매혹, 때로는 혼란까지도 생생하게 증언한다. 이 책은 한 지식인의 강의와 사유를 통해 한국 문학과 지성사의 한 단면을 복원하는 작업이자, 아직 시작에 불과한 ‘이어령 연구’의 출발점이다. 더 이상 들을 수 없는 강의를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난다.

책 속에서

이어령 선생님은 나에게 단순한 국어 교사가 아니었다. 인생의 스승이었고, 문학의 길잡이였으며, 평생에 걸친 정신적 아버지였다. 선생님이 보여주신 학자로서의 자세, 스승으로서의 사랑, 지식인으로서의 양심은 내 삶의 나침반이 되었다. 비록 선생님이 원하셨던 대로의 시인이 되지는 못했지만, 선생님께서 가르쳐주신 ‘언어의 힘’과 ‘문학 정신’은 법조인으로서의 삶에서도 큰 자산이 되었다. 정의를 구현하는 일에서도 아름다운 우리말의 힘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달았다. 이제 83세의 나이에 이르러 선생님을 그리워하며 이 글을 쓴다. 하늘에 계신 선생님께서 보시기에 나는 여전히 ‘배신한 제자’일까? 아니면 늦었지만 다시 시를 쓰기 시작한 ‘돌아온 제자’일까? 한 가지는 분명하다. 1959년 봄 경기고등학교 2학년 9반 교실에서 시작된 인연은 이제 영원히 내 가슴에 남을 것이다. 시공간에 던져진 두 존재의 만남이 이토록 아름답고 의미 깊은 인연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것을, 이어령 선생님은 몸소 보여주셨다. 우리는 모두 던져진 존재들이다. 하지만 그 던져진 자리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는 우리의 선택이다. 선생님은 당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해 사셨고, 제자들에게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셨다. 그것이 바로 스승의 도리였고, 지식인의 사명이었다. _「던져진 존재들의 만남-주광일」, 58~59쪽

또 어떤 친구는 이날 선생님의 마지막 시집 『헌팅턴비치에 가면 네가 있을까』를 사 가지고 와서 친구들에게 한 권씩 나누어 주기도 했다. 묘소에서 우리는 기도를 하고, 선생님과의 만남의 과정을 설명하고, 선생님께 드리는 헌시를 읊고, 찬송가를 부르면서 선생님을 추억하고 기억했다. 나는 그때 속으로 ‘선생님, 다른 대학에 가시지 않고 한평생 우리 이화여자대학교 국문과에 교수로 근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애에서 선생님을 만난 것은 큰 행운이고 축복입니다. 제 학문의 9할은 선생님의 강의와 말씀에 힘입은 것입니다. 제가 이제 우리 민족문화의 정체와 뿌리를 밝히는 일에 더 매진하여, 과연 선생님의 제자구나 하는 말을 듣을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선생님, 한평생 저희들에게 좋은 강의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라는 말을 되뇌었다. 우리는 예쁜 꽃다발을 상석에 놓아두고 그곳을 떠났다. 그곳의 관리인들은 이어령 교수님 묘소에는 항상 꽃다발이 많아서, 어딘지 모르고 와도 누구나 다 선생님 묘소를 찾을 수 있다고 했다. 학생들로 가득 찼던 교실 안에서의 그 열정적인 강의들, 그리고 스승의 날 모임을 했던 ‘평창동의 봄’에서 환하게 웃으시며 들려주셨던 그 수많은 이야기들…… 지금도 선생님의 말씀이 귀에 쟁쟁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아, 그리운 선생님…… 뵙고 싶습니다. _「나의 지적 호기심은 잠들지 않는다-이수자」, 135~136쪽

능소화, 선생님께서는 능소화가 하늘을 향해서 한없이 뻗어나간다는, 인간의 상상력은 지상에서 천상을 향해 무한대로 확장될 수 있음을 가르쳐주고 싶으셨던 것일까. 그런데 근래에 들으니 ‘능소’의 의미는 어둠을 깨치고 빛으로 나아가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능소화는 단순한 활엽 덩굴 꽃나무가 아니라 상승과 확장, 암흑을 깨고 광명으로 나아가는 강한 운동성까지를 보여준다. ‘능소’가 지닌 이런 깊은 의미가 선생님을 매료시킨 것일까. _「능소화는 피고 지고-유인순」, 238~23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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