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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악의가 가득 8

걷는 자 16

이제는, 전부 24

슬픈 캥거루 30

조용한 생활 40

인턴 마녀 62

달콤한 이야기 88

이혼 재판 116

나쁜 꿈 148

눈물 젖은 히트 퍼레이드 176

잊었니? 204

아침햇살처럼 부드럽게 258
잊지 않아 294

여자와 여자의 세상 338

사랑은 죽음을 초월하지 않는다 378

악마가 못 돼 408

타이틀 매치 432

계약 462

물의 기억 510

연기가 눈에 아려 544

Love of Speed 574

왠지 업 사이드 다운 610

페퍼민트 러브스토리 670

You may dream 742

밤의 피크닉 790

공백으로 꽉 찬 세계 820

그것은 사랑의 사이키델릭 858

추억의 씨사이드 클럽 936

972
절대적으로 심심해

1011
‘지금’의 SF - 역자 후기
저자 소개
저자 : 스즈키 이즈미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고향 시즈오카현 이토시청에서 일하다가 1969년 도쿄로 상경하여 모델, 핑크영화 배우, 연극배우, 각본가 등을 하며 소설을 썼다. 1970년 「소리 없는 나날」로 『문학계』 신인상 후보에 오른 것을 계기로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1973년 색소폰 연주자 아베 가오루와 결혼, 딸을 낳았으나 1977년 이혼했다. 1975년 『SF 매거진』에 첫 SF 단편 「마녀 견습생」을 발표한 뒤 SF를 중심으로 활발히 활동하는 한편 다수의 에세이도 남겼다. 신문, 잡지, 단행본, 영화, 무대, TV 등 거의 모든 미디어에 등장했으며 그 존재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되어 70년대를 구현했다는 평을 받는다. 1986년 자살로 36년 7개월의 짧고도 뜨거운 생을 마감했다. 일본 분유사에서는 1993년부터 스즈키 이즈미 컬렉션을 출간했으며, 2021년과 2023년에는 미국에서도 SF 작품집이 출간되어 시대를 뛰어넘는 명작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역자 : 이승준
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졸업, 동대학원 석사 졸업 후 나고야대학 문학연구과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일본학술진흥원 특별연구원을 역임했고, 아이치가쿠인대학 등에서 강의하며, 일본 근대문학 및 문화사에 관한 연구를 하고 있다. 현재 서울 세종대학교 일어일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 『소개체험의 전후문화사』, 공저로 『가능한 인문학』(비고, 2022), 역서로 『나는 어떻게 기독교인이 되었는가』(b, 2019) 『범용한 예술가의 초상』(비고, 2024), 『스즈키 이즈미 SF 전집』(마르코폴로, 2024)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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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스즈키 이즈미의 SF는 종종 마약적 환각과 현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한다. 작품 곳곳에 등장하는 정체불명의 약물이나 뇌 내 통신, 현실을 도피하기 위한 가상현실 장치들은 단순한 소품이 아니다. 그것은 고도로 발달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고립과 소외를 극복하기 위한 ‘필사적인 비명’이다. 작가는 건조하고 서늘한 문체로 인물들이 무너져가는 과정을 묘사하지만, 그 안에는 세상을 향한 지독한 연민이 서려 있다. 그녀의 소설을 읽는 경험은 마치 낡은 흑백 TV에서 뿜어져 나오는 전자파를 온몸으로 받아내는 것처럼 기묘하고도 중독적이다.

그녀의 전집에서 외계인은 정복의 대상이나 두려운 침략자가 아니다. 때로는 연인이고, 때로는 무심한 관찰자이며, 무엇보다 ‘나 자신’의 투영이다. 작품 속에서 외계 생명체와 교류하는 주인공들은 사회적 낙오자이거나 세상에 적응하지 못한 자들이다. 스즈키 이즈미는 ‘인간성’이라는 좁은 틀을 벗어나기 위해 외계적 시선을 빌려온다.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외계인의 눈을 통해 기괴한 의식으로 변하는 과정을 지켜보며, 독자는 우리가 믿어온 상식이 사실은 얼마나 부서지기 쉬운 모래성인지를 깨닫게 된다.

전집의 배경이 되는 도시들은 대개 70~80년대 도쿄의 파편들을 품고 있다.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뒷골목, 습기로 가득한 단칸방, 고장 난 안드로이드가 버려진 쓰레기장. 작가는 고성장 시대 일본의 화려함 뒤에 가려진 그림자를 SF적 풍경으로 치환했다. 그녀의 도시에는 미래의 희망보다는 ‘현재의 권태’가 가득하다. 이 권태는 기술이 아무리 발전해도 인간의 외로움은 치유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스즈키 이즈미는 하이테크 기기들이 일상을 지배하는 풍경 속에서도 여전히 사랑을 갈구하고, 빵을 씹으며, 죽음을 고민하는 ‘육체적 존재’로서의 인간을 놓치지 않았다.

스즈키 이즈미의 문학은 ‘펑크(Punk)’ 그 자체다. 기승전결의 우아한 구조를 파괴하고, 정제되지 않은 날 선 언어들을 쏟아낸다. 그녀의 SF는 과학적 고증보다는 감각적 충격에 집중하며, 세련된 은유보다는 직설적인 폭로를 택한다. 이러한 펑크적 미학은 당대 일본 SF 주류를 형성했던 하드 SF나 스페이스 오페라에 대한 강력한 반격이었다. 그녀는 문학적 권위라는 허울을 찢고, 그 틈새로 인간의 가장 밑바닥에 있는 날것의 욕망을 드러냈다. 이 전집은 세련되게 다듬어진 고전이 아니라, 여전히 피를 흘리며 맥동하는 살아있는 생명체다.

2026년 오늘, AI가 시를 쓰고 우주여행이 현실로 다가온 시대에 그녀의 작품은 더욱 서늘한 예언으로 다가온다. 그녀가 40년 전에 그렸던 ‘박제된 인간들’과 ‘환상에 중독된 사회’는 지금 우리의 거울상이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는다는 것은 안락한 현실의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작가가 설계한 저 거칠고 위험한 우주의 끝으로 몸을 던지는 행위다. 그곳에서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될 것이다. 진정한 SF란 먼 별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 바로 지금 내 옆에 있는 타자의 눈동자 속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스즈키 이즈미가 남긴 이 뜨겁고도 차가운 열원은, 규격화된 삶을 거부하는 모든 독자의 가슴속에 펑크적 해방의 불꽃을 지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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