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제발 엄마를 떠나. 그래야 살 수 있어.
주민등록 말소, 네 명의 새아버지, 사창가와 게임 중독에 빠진 엄마. 잦은 학대와 성폭력을 겪으며 자란 저자 이수의 어린 시절은 생존 그 자체에 가까웠다.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했고, 힘들게 번 아르바이트비는 집 월세와 부모의 게임 아이템비가 되곤 했다. 그럼에도 저자는 오래도록 엄마를 미워하지 않으려 했다. 그녀 역시 엄마라는 역할이 처음이었을 거라고, 자신의 상처를 참고 버텨왔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가족을 끊어내야만 자신이 비로소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가장 큰 백팩에 아끼는 옷만 챙겨 넣고, 자는 엄마에게 마지막 인사를 건넨 뒤 청소년 쉼터로 향하는 택시에 오른 순간, 이수의 첫 책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는 바로 그 절박한 출발점에서 시작된다.
낯선 여행이 나를 구했어.
낯선 사람이 나를 살렸어.
쉼터에서 해외 선교를 보내주어 저자는 난생처음으로 비행기를 타고 먼 곳으로 떠나게 된다. 스마트폰도 인터넷도 제대로 쓸 수 없는 말레이시아 산속 원주민 마을에서 만난 아이들은 2천 원짜리 줄넘기 하나에도 세상을 다 가진 듯 환하게 웃었다. 그 맑은 눈망울 앞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깨닫는다. 자신은 불행 속에만 갇힌 사람이 아니며, 지금 있는 자리에서 멀리 떠날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 그리고 사랑은 거창한 구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따뜻한 시선과 작은 기쁨 속에서도 배울 수 있다는 것.
이후 저자는 제주로 이주해 여행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며, 국내외 여러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온기를 통해 조금씩 사랑을 배워간다. 스스로를 인정하고 안아주기 시작하면서 타인도, 세상도 다시 사랑할 수 있게 된다.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나를, 미래의 나를 버리지 않기로 약속해.
현재 저자 이수는 2030세대를 위한 자기돌봄 여행 프로젝트 '이수 투어'의 기획자이자 호스트로 활동하고 있다. 이 책은 그가 지나온 시간을 뒤돌아보며 처음으로 꺼내놓는 사랑의 기록이자, 자기돌봄의 언어를 찾아가는 여정의 출발점이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는 '사랑받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버텨온 사람이 낯선 사람들과의 우정, 여행을 통해 타인을 이해하고, 결국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기까지의 진실한 이야기다. 가족에게 받은 상처, 관계의 두려움, 자존감의 흔들림 속에서도 다시 살아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조용하지만 단단한 손을 내민다.
어둠이 있었기에 빛이 있음을 아는 당신에게
상처를 완전히 지운 것이 아니라,
상처를 안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랑의 힘
누군가에게 이 책은 오래 외면해온 자기 자신에게 안부를 처음 묻는 문장이 될 것이다.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는 주민등록 말소, 야반도주, 아동학대, 네 명의 새아버지라는 저자의 강렬한 실화를 담담한 문장으로 풀어내며, 불행했던 삶이 오히려 행복에 더 가까이 데려다주었다는 역설적 희망을 전한다. 화려한 관광이 아닌 낯선 사람들과의 교류와 낯선 장소에서의 자기 직면을 통해 내면이 회복되는 여행의 치유력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무너지고 흔들리면서도 스스로를 포기하지 않는 과정에서 길어 올린 진솔한 자기돌봄의 언어를 건넨다.
이 책은 가족과 관계, 자존감의 흔들림을 겪는 2030세대에게 깊은 공감을 전한다. 각 장의 끝에 놓인 '사랑에 대해 묻는 질문들'은 독자가 스스로의 감정과 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실질적인 장치가 된다. 가족으로부터 상처받고 오랫동안 그 무게를 혼자 짊어져온 사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 미래의 나를 버리지 않겠다는 약속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이 책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삶’이라는 응원을 전한다.
책 속에서
나는 바란다. 불우했던 어린 시절이 오늘의 삶을 붙잡는 족쇄가 되지 않기를. 상처가 이유가 되어 멈추는 삶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아가는 삶이 되기를. “나는 이런 과거를 가졌으니 행복할 수 없다”가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더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할 수 있기를. 이 글이 거창한 위로나 정답이 아니라, 그저 어디에나 있을 법한 한 사람이 조용히 건네는 인사처럼, 당신의 하루에 가만히 스며들 수 있다면 좋겠다.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이 스스로를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존재로 느낄 수 있다면 나에게도 큰 기쁨이 될 것이다.
- 7p ‘프롤로그’ 중에서
어떤 관계는 멀어져야 비로소 서로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그리움으로 다시 이어지기도 한다. 어쩌면 엄마와 나, 우리의 관계가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각자의 자리에서 살아가다, 언젠가 다시 만나자, 엄마.
우유부단하고 마음이 약한 나는 결국 제주로 향했다. 엄마와 가장 멀어질 수 있으면서도, 마음만은 놓지 않을 수 있는 곳. 멀리서라도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거리, 그곳이 제주였다.
- 21-22p ‘엄마에게서 가장 멀리 떨어지는 법’ 중에서
아이가 아이로 머물 수 있었던 시간에, 제대로 어린아이가 되지 못했던 나를 떠올린다. 오늘은 그 아이를, 가만히 위로해주고 싶은 날이다. 이 작은 위로가, 앞으로의 ‘어른이 된 아이’인 나를 다시 일으킬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몇 번이고 나를 안아주려 한다.
- 57p ‘내 안의 어린아이를 안아주고 싶은 날’ 중에서
그들을 향한 얄팍한 동정은 아니었다. 자신의 삶에 만족하며 고마워할 줄 아는 그 선한 마음 앞에서, 경쟁에 치여 살아가는 내가 한심할 뿐이었다. 나는 봉사를 ‘더 나은 사람이 못한 이에게 베푸는 행위’로 여겼다. 그래서 해외 봉사자를 좋게 보지 않았다. 나도 그렇게 될까 두려웠다. 하지만 그 아이들이 준 마음은 나를 흔들었다.
말레이시아에 다녀온 이후, 나는 여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나도 떠날 수 있는, 멀리 멀리 날아갈 수 있는 사람이구나. 남들의 현생 도피나 동정이나 위선이 아니라, 현생을 인정하고 깨닫고 감사하는 감정으로 나를 마주 볼 수 있게 되었다.
- 99-100p ‘처음으로 비행기를 타던 날’ 중에서
결국 우리는 자기 연민을 통해서만 진짜 회복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 타인이 지적하는 문제보다, 내가 스스로 찾아낸 문제를 마주하는 게 덜 부끄럽잖아. 고통과 상처, 외로움을 부정하지 말자. 내가 겪은 실패와 상처를 내 손으로 쓰다듬으며, 자기 자비로 감싸 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나’와 다시 연결된다
- 184-185p ‘내가 나를 위로하겠다는데’ 중에서
‘그곳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웠어’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그곳’이 꼭 멀리 떠난 여행지만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그곳은 상처받았던 집, 외로웠던 시간, 그리고 혼자 울던 제주의 어느 바닷가까지, 그 모든 장소들을 포함한 이름이었다. 그곳에서 나는, 타인을 향한 마음뿐 아니라 나를 향한 사랑도 조금씩 배워나갔다.
언젠가 우리 모두가 알게 되었으면 한다. 우리는 충분히 사랑받을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걸 알았을 때 우리는 조금 더 스스로에게, 또 타인에게 다정해질 수 있을 것이다.
- 215p ‘에필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