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워너는 어떻게 할지 처음부터 끝까지 고민했다. 그러다 더는 고민할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드레날린이 머리끝까지 솟구친 상태였다. 워너는 투를 왼팔에 끼운 후 상체를 최대한 바짝 붙여 안전하게 고정하고는, 오른손 관절을 아래로 향하게 한 다음 열린 창문의 나무 창틀 위에 놓았다.
워너는 투에게 말했다. “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아.”
그러고는 한 번에 올라가 밖으로 나왔다.
그는 발가락이 창틀을 휘감을 때까지 잠시 기다렸다. 창틀 위에 발가락이 올라오긴 했지만 제대로 휘감지는 못한 상태였다. 발가락이 창틀을 완전히 휘감은 후, 워너는 도약했다.
_「워너」, 37-38쪽
이제 때가 되었다.
사라와 케이티는 울부짖으며 무너진다. 손과 입, 얼굴과 머리카락, 눈물이 뒤엉킨 혼란 속에서 마지막 인사를 건넨다. 어느 순간엔가, 두 사람 모두 셰리의 무릎 위에 몸을 웅크린 채 그녀를 끌어안고 있다. 울음소리가 너무나 격렬하고 절박해서, 다들 두 사람을 조용히 달래려 하지만, 그들을 위로하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 간신히 몸을 떼어내고 문 쪽으로 향하려다가도, 두 사람은 다시 셰리에게 돌아와 매달린다. 셰리는 두 사람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조용히 속삭이며, 그들을 진정시키려 한다. 이제 산소통은 32분 치 남았다.
_「셰리」, 113쪽
그는 무엇을 더듬어 찾으려는 듯 몸을 뒤로 기울였다. 그 바람에 그의 정강이뼈가 그녀의 위쪽 팔을 강철봉처럼 짓눌렀지만, 소리를 지를 수는 있게 됐다.
미친 것 같았다. 죽기 전 마지막 한마디가 개 이름이라니.
필 그 림!
낯선 남자는 벽에 비스듬히 세워져 있던 자로 그녀의 목을 짓눌렀다.
목구멍은 파이프가 아니다.
필그림은 집 바깥의 뒤편 울타리 옆 마멋 굴에서 머리와 어깨, 앞발, 그리고 몸통을 빼냈다. 필그림은 코를 치켜든 채 여름 저녁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가 흙투성이 얼굴을 레이더처럼 돌려 집을 바라봤다.
_「레슬링의 무덤」, 136-137쪽
한 사람의 개인적인 경험을, 다른 사람을 가르치고 일깨우고 감동시키고 영감을 주는 무언가로 바꾸는 것은 고귀한 목표다. 그런 일을 시도하는 것부터가 영웅적인 일이다. 그래서 나는 논픽션 워크숍은 칭찬으로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가로서 성공하지 않았더라도, 시도 그 자체로 칭찬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_「문단속」, 182쪽
다이앤은 코트를 어디에 둬야 할지 물었고, 아리는 닫힌 문을 가리켰다. 때때로 빛이 들이쳤다. 집 안은 따뜻했고, 사람들이 내뿜는 분위기는 마치 조앤의 집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했다. 이곳은 황홀경의 몸짓으로 움직이는 우주였다. 사실 두 개의 문이 있었는데, 그녀는 발을 내디뎌 오른쪽(right)의 잘못된(wrong) 문을 열었다.
_「당신이 찾는 것이 당신을 찾고 있다」, 230쪽
글은 이렇게 쓰는 거다. 글이 이끄는 대로 따라가며 기억과 이미지, 언어가 주도권을 잡게 두는 거다. 작가는 당신이니까 결정권은 당신에게 있고, 당신이 원하는 무엇이든 쓸 수 있다. 나는 앞서 말했듯 치마를 걷어 올린 로라 스미스가, 듣기로는 학생들을 세게 때릴 수 있었던 로라 스미스가 더 이상 장례식장 뒤편에 있는 비올라 공동묘지의 흙에 불과하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나는 로라 스미스를 저 먼 알래스카 앵커리지의 무대 위에 세울 수 있고, 그래야 한다. 그녀의 이름과 업적은 그녀의 마지막 레이업슛보다 한참 후에 태어난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다.
_「지금」, 235쪽
‘아기처럼 우는 것’은 진부한 표현이지만, 막상 그걸 자신이 하면 결코 진부한 일이 아니다. 이제 그 울음은 마치 비처럼 멈추지 않고 흐른다. 하루 종일, 일주일 내내 그치지 않고 내려, 땅을 흠뻑 적시며 나무를 쓰러지게 할 정도다. 비가 그치면 모든 것이 더 나아지고, 씻기고, 반짝인다. 상처받은 감정이 그대로 떠오르게 두자. (“네 얼굴은 참… 열려 있어, 조.”) 왜냐하면 내 생각에는 그게 더 나으니까. 그리고 더 현실적이니까. 그래, 나무들은 쓰러진다. 하지만 이제 그 자리에 새로운 삶을 느낄 공간이 생긴다. 누군가의 판단에서 벗어날 자유, 그들의 규정에서 벗어날 자유, 나를 나로 살지 못하게 하는 억압에서 벗어날 자유. 이제 나는 다른 존재가 아니다. 진정한 나 자신(one)이다. 그리고 일(one)은 가장 외로운 숫자다.
_「축제의 날들」, 312쪽
필사적으로 어떤 생명을 지키려 애쓸 때는, 가끔 창밖을 내다보는 것이 좋다. 그러면 자신이 무엇을 지키려 하는지, 적어도 그 일부가 뭔지는 알게 된다. 사무실을 한 칸씩 지날 때마다 한 남자는 조금씩 다른 행동을 했다. 멈춰 서서 이어폰을 뺐다 끼거나, 듣고 있는 음악에 맞춰 리듬을 타거나, 바지 속으로 손을 뻗어 옷매무새를 고친다. 그러다 보면 깨닫게 된다. 아, 맞아. 삶이란 그런 거지.
_「축제의 날들」, 3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