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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문

하나
호메오스타시스
뜻밖의 선물
그리운 음성
가까이 계심
선생님, 선생님!
친구 H

둘
길
사랑해 이모
유언
동요
사진 한 장
아늑한 기억들

셋
하나님의 열심
카이로서, 하늘의 시간
격려하심
황금잉어빵 포장마차
그것이 사랑
답장을 쓰며

넷
망각과 기억
간절함으로
보살펴주심
치아 치료를 받으며
노란 화살표를 따라서 - 동행
견인
저자 소개
저자 : 조혜경
2004년 한국소설 신인상으로 등단
2004년 토지문학제 평사리문학 대상 수상
2006년 기독신춘문예 대상 수상
2006년 문예진흥기금 수혜
저서 : 단편소설집 <꿈꾸지 않는다>
수필집 <길>
<딸의 아토피 극복기>
<멀리 있지 않은>
출판사 “지혜의언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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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인생의 긴 길을 가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난다. 스쳐 지나는 사람도 있고, 연을 이루어 평생을 함께 가는 동행도 있다. 잠깐 만났으나 크게 위로와 본을 받기도 하고 짧은 만남에 깊은 상처와 슬픔을 주고받기도 한다”(245쪽).
우리는 모두 길 위에 서 있다. 사람들은 저마다의 길 위에서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을 만나며 사랑하고 상처받고, 떠나고 그리워하며 살아간다. 〈길 the way〉는 저자의 인생길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기억, 그리움을 가득 담고 있다. 따뜻하게.

그중에는 어린 시절 글솜씨의 싹을 틔워준 초등학교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이야기도 있고(26쪽), 듣는 것만으로도 어지럽던 마음을 반절쯤 가라앉히던 엄마 목소리 이야기도 있다(32쪽). 이런 이야기들이 우리 마음속에 잠들어 있던 추억을 흔들어 깨운다. 알고 보면 감사한 일이 참 많다.

길 위에 저장된 기억은 사랑이다. “‘사랑해! 이모! 이모, 사랑해요···.’ 이모에게 사랑한다고 몇 번이나 더 말할 수 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92쪽). 비위가 없어 이모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지만 뒤늦게나마 전한 사랑의 고백이 마음을 울린다.
후회되는 사랑 이야기도 있다. 당신의 죽음을 생각하며 말씀하시는 아버지의 말씀을 무겁게 듣지 않고, 아버지의 의중을 짐작하면서도 죽음의 그 시간을 예상하고 대면할 용기가 없어 우물쭈물, 갈팡질팡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는(100쪽) 저자의 말에서 우리는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미숙함으로 비롯된 잘못의 대가를 대신 갚아주려는 동생의 마음, 그 사랑에서 저자는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거대한 사랑, 아들까지 십자가에 내어주신 그 사랑(183쪽)을 발견한다. 본향으로 돌아가는 순례자의 길에서 만나는 사랑은 하나님의 위로다.
결국 우리의 길은 우리 ‘생의 끝’에 이른다. 생의 끝에 이르렀을 때 우리의 마음은 어떨까? 어떤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있을까? 홀가분하다고 느낄까? ‘모든 것이 감사하다’라고 고백하게 될까? ‘이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 본향에 돌아가 주를 뵈올 때 우리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으며 주님은 우리의 무엇을 기억하실지 저자는 자신에게 묻는다. 그때 아쉬움 없이 감사하며 우리 길을 돌아볼 수 있기를. 우리 걷는 길의 주인이신 하나님께서 사랑 안에서 주님과 동행한 우리 길을 보시기를 저자와 함께 소망한다.

우리 사는 세상이 차갑다. 복잡하다. 오리무중이다. 이런 세상을 지나가는 우리에게 이 책 〈길 the way〉는 우리에게 ‘어디로 가는가’ 질문을 던진다. ‘어떻게 사는가’라는 질문과 함께.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질문에 대한 답변도 찾을 수 있기를. 이 책이 길을 잃은 시대에 인간다운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길과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하기를 기대한다. 일독을 권한다.

책 속에서

14-15쪽
마음에서도 작동되는 호메오스타시스 기능이 있을까?
뜻밖의 벅찬 감격으로 심장이 터져버릴 것 같은 순간, 대개 뜨거운 눈물이 함께 볼을 타고 흐른다. 그 눈물은 팽창해 폭발할 것 같은 심장에서 슬그머니 한 줄기 바람을 빼주는 호메오스타시스 작용이다. 큰 기쁨의 순간에 함박웃음 위로 차오르는 눈물, 절망과 고통으로 많이 울고 났을 때 마음 한 켠이 말갛고 깨끗해지는 담담한 마음, 너무 행복한 순간에 느끼는 막연한 불안감…. 우리가 당연하다고 느끼는 이 모든 현상은 어쩌면 나도 모르게 작동하는 마음의 호메오스타시스 기능인지 모른다.

26쪽
구두 뒤축 바깥쪽이 심하게 닳아 걸으실 때마다 바깥쪽으로 몸이 기우셨던 3학년 때 담임 선생님. 걸으실 때마다 낡은 구두에서 뒤꿈치가 조금씩 나왔다가 들어가던 뒷모습은 선명한데 성함이 기억나지 않는다. 지금 되돌아보니 그 선생님께서 내게 있는 글솜씨의 싹을 처음으로 틔워주셨다. 초등학교 시절 몇 차롄가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받았는데, 문예반을 지도하셨던 선생님께서 언제나 곁에 계셨다.

32쪽
이러저러한 일로 감정이 상하거나 마음을 다친 날 나는 엄마 목소리가 더 듣고 싶었다. 외국에서 지낼 때 특히 더 그랬는데, 그런 날엔 한국에 계신 엄마에게 전화하곤 했다. 엄마의 시간을 가늠해 번호를 누르고 전화기 속의 신호음을 듣고 있으면 앞치마에 손을 닦으시며 총총걸음으로 오시는 엄마의 모습이 그려졌다. “여보세요?” 엄마 목소리를 듣는 것만으로 어지럽던 나의 마음이 반절쯤 가라앉았다. “여보세요?” 하는 엄마 목소리를 한 번 더 듣고 싶어 나는 일부러 대답하지 않고 가만히 기다리곤 했다.

71쪽
떠나 온 도시는 길로 기억되었다. 낯선 도시에의 적응은 두고 온 도시에 대한 그리움이 옅어질 때까지 시간이 걸렸다. 커피를 한 모금 입에 물거나, 문득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거나, 바람에 일제히 은화처럼 반짝이는 나뭇잎을 보거나,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라도 고요한 순간이 오면 어김없이 두고 온 길들이 환히 떠올랐다.
버드나무가 늘어진 천변의 한벽루길, 우물 속처럼 고즈넉한 경기전 옆길, 독수리를 만나러 가던 동물원 길, 빨간 양산을 받고 오르던 신혼의 언덕길, 어둠이 내리던 프랭클린 에비뉴, 린우드가든, 아우데스트라트…. 모든 길 위엔 기억이 저장되어 있었고, 때론 덩어리로 때론 파편으로 그 기억들은 순식간에 나를 그 길 위에 세워놓았다.

92쪽
“이모! 내가 비위가 없어 이모에게 한 번도 사랑한다고 말하지 못했지만 내가 얼마나 이모를 좋아하고 사랑하는지 알지?”
“ 그럼….”
“사랑해! 이모! 이모, 사랑해요….”

이모에게 사랑한다고 몇 번이나 더 말할 수 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100쪽
낮은 목소리로 평소 아버지가 당신의 죽음을 생각하고 말씀하실 때 그 말씀을 무겁게 들었어야 했다고 나는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 외에 하고 싶으신 말씀은 없으셔요?”라고 차마 여쭙지는 못해도 다음 말씀을 하실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드렸어야 했다. 그러나 어디쯤 와 있는지 모르는 죽음의 그 시간이 두려워, 차마 그 시간을 예상하고 대면할 용기가 없어, 그 별리의 고통을 미리 가늠하고 싶지 않아 우리는 모두 언제부턴가 아버지의 의중을 짐작하면서도 늘 딴청을 부렸는지 모른다. 나는 내 인생뿐만 아니라 부모님의 죽음 앞에서도 우물쭈물, 갈팡질팡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183쪽
그러나 전날처럼 오래 서성이지 않아도 생각은 쉬이 정리되었다. 나는 안다. 동생의 마음,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번 일은 여전히 출판에 무지한 나의 미숙함으로 비롯되었으나 나의 잘못을 지적하거나 책망하는 대신 그에 따르는 대가를 대신 갚아주려는 마음. 그래서 내 마음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어내 주고 싶은 마음. 그것이 바로 사랑, 매우 특별한 사랑임을 나는 잘 안다. 동생도 나도 그 사랑을 이미 넘치게 받았고 그 사랑 안에 거하며 날마다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감히 측량조차 할 수 없는, 하늘을 두루마리 삼고 바다를 먹물 삼아도 다 기록할 수 없는 거대한 사랑. 아들까지 십자가에 내어주신 그 사랑.

204쪽
나는 어떨까? 생의 끝에 이르렀을 때 나의 마음은 어떨까? 끝내 털어버리지도 잊지도 못한 어떤 미련과 아쉬움이 남아 있을까? 한 원로 작가처럼 ‘버리고 갈 것만 남아 홀가분하다’라고 느낄까? 신앙의 선배인 노 권사님처럼 ‘모든 것이 감사하다’라고 고백하게 될까? 시인의 표현처럼 ‘이 세상 소풍을 끝내는 날’ 본향에 돌아가 주를 뵈올 때 내 마음에는 무엇이 남아 있으며 주님은 나의 무엇을 기억하실까?

215쪽
결혼 40년. 뒤돌아보니 긴 세월 남편을 위해 했던 기도가 다 이루어졌음을 새삼 깨닫는다. “기도는 하나도 땅에 떨어지지 않아. 꼭지가 차야 이루어져. 항아리에 물이 차야 넘치듯이.” 간간이 할머니 말씀이 생각난다. 일개 개인을 위한 기도도 신실하게 들어주신 하나님. 하물며 선교사들의 순교의 피가 흐르는 이 나라 이 땅을 어찌 외면하시겠는가. 여전히 나라의 현실은 암담할지라도 낙심하지 않고 끝까지 기도하면 ‘일을 행하시고 만드시며 성취하시는’ 하나님께서 때가 되면 반드시 우리 모두의 기도에 응답해 주실 것을 확신한다.
오늘도 나는 숲길을 걸으며 기도한다. 간절함으로.

245쪽
인생의 긴 길을 가는 동안 많은 사람을 만난다. 스쳐 지나는 사람도 있고, 연을 이루어 평생을 함께 가는 동행도 있다. 잠깐 만났으나 크게 위로와 본을 받기도 하고 짧은 만남에 깊은 상처와 슬픔을 주고받기도 한다. 노란 화살표를 따라 걸으며 발의 물집과 상처로 절뚝였던 길, 작열하는 태양, 그늘의 고요, 숲의 바람, 선명한 빛깔의 작은 꽃들…. 산티아고의 긴 길을 걸으며 만나고 느꼈던 순간순간의 환희와 감탄 못지않게 함께 했던 이들, 아름다운 동행으로부터 받은 감동이 묵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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