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문학의 힘
『상처와 결별하기』는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개인의 상처와 회복에서 출발해 관계와 삶의 의미를 거쳐, 문학의 본질을 성찰하고, 마침내 그는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건넨다.
제1부 ‘연둣빛 바람’에는 삶의 상처와 회복에 관한 글들이 담겼다. “넌 이제 끝났다”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그의 삶이 글에 녹아 있다. 도종환은 아픔을 서둘러 봉합하거나 외면하지 않는다. 마른 가지에 연둣빛이 돋아나듯 천천히, 그러나 반드시 회복이 온다고 말한다.
제2부 ‘아름다운 흔적’에서는 사람과 관계에 대한 성찰이 이어진다.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죽으면서 두 손을 관 밖으로 내놓으라고 했다. 천하를 쥐었던 손도 떠날 때는 빈손이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였다. 도종환은 이처럼 우리가 이 세상에 어떤 흔적을 남겨야 하는지 묻는다. 저마다의 자리에서 아름다운 흔적을 남기고 살아가는 것이 도종환이 꿈꾸는 아름다운 세상이다.
제3부 ‘시가 찾아오는 시간’은 ‘시인 도종환’의 이야기다. 도종환은 “시는 마음이 회복되는 과정에서 만난 언어”라고 고백하며, 흔들린다는 것은 살아 있다는 것이고, 시는 언제나 질문의 형태로 온다고 말한다. 문학에 대한 성찰이 곧 회복에 대한 성찰로 이어지는 시인의 글이다.
제4부 ‘평범하지만 온전한 하루’는 우리 사회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모아 엮었다. 지혜 없는 용기, 절제 없는 언어, 영혼 없는 정치가 난무하는 시대를 진단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서 앞에 요소수를 몰래 두고 홀연히 사라진 이름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에 주목한다. 그런 이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에 아직 희망이 있다고 말한다.
도종환은 책을 마치며 자신의 시를 인용한다. “다시 아침 해가 뜨고 /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 생은 계속된다고 조그맣게 속삭인다”(도종환, 「고요로 가야겠다」 中). 어떤 절망의 순간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 그리고 그 절망의 순간, 마음의 상처를 회복시켜주는 것은 ‘문학’이라는 것. 이는 그가 책 전반에 걸쳐 말하고 싶은 정수이기도 하다. “문학은 마음의 상처를 회복시켜줍니다. 상처와 결별하고 새롭게 일어설 힘을 줍니다. 그것이 문학이 해야 할 중요한 일입니다.” 『상처와 결별하기』는 바로 그 믿음 아래 쓰였다.
상처받은 적 있는 모든 이에게
도종환의 많은 시는 교과서에 실려 있고, 그의 문장은 수많은 이들의 일상에 스며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 도종환’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감옥에서, 해직의 시간 속에서, 개인적인 아픔을 지나 정치라는 격랑 속에서, 그는 어떻게 시를 썼고 무엇을 생각하며 삶을 건너왔을까. 『상처와 결별하기』는 그 물음에 대한 자기 고백이다.
도종환의 시구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그 시들이 어떤 삶에서 나왔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상처와 결별하기』는 그 빈자리를 채워주는 산문집이다. 그는 고백하듯 시인의 언어 뒤에 있던 사람 도종환을,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나지막이 들려준다.
도종환이 이 책을 펴낸 건 지금 이 시대와 무관하지 않다. 편을 가르고 혐오를 부추기는 소음이 가득한 시대, 사람들은 점점 더 깊은 저마다의 상처를 안고 살아간다. 그럴수록 상처를 직면하고 결별하는 용기,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힘이 필요하다. 도종환은 믿는다. 문학이 그 힘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상처받은 적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이 필요한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