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깊은 옹달샘 물맛 같은 대관령산産 에세이
김도연의 글은 정직하고 담백한 자연의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하얀 눈과 같이 순수하고 진정성 있는 그의 목소리는 도시 생활에 찌든 우리들의 마음속으로 따뜻하게 스며든다. 자연 그대로를 흡수하고 그 자체를 담아내는 김도연의 일상은 소박하고 잔잔하다. “우리는 이곳과 저곳을 연결하는 가장 빠른 길을 찾고 달리느라 사라지는 것들을 눈여겨보지 못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우리들은 빨리 가고 빨리 와서 다른 일을 해야만 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 “주먹밥을 담은 배낭을 메고 산으로 들어간다. 차가운 샘물을 마시면 속이 다 얼얼해진다. 산열매도 충분히 익었다. 토끼와 꿩, 가끔은 고라니의 뽀얀 엉덩이를 보는 행운도 누린다”는 작가의 생활은 고갯마루 아래의 바쁘고 번잡한 삶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다. 이처럼 김도연의 글은 모든 것이 잔잔하게 흘러가는 외딴섬에서 쓰여진 듯 여유롭다. 이 책을 읽고 나면 누구나 배낭을 메고 대관령 깊은 산속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것이다.
인생의 고개를 즐겁게 넘는 법
그 옛날부터 무수한 민초들이 낮과 밤을 아울러 대관령을 넘었다. 대관령 길이 넓어지고 차가 다니면서 고개를 오르내릴 때의 속 깊은 후회와 감동은 찾아보기 힘든 세상이 되었지만, 모두들 각기 다른 꿈을 꾸며 대관령을 넘어 다니는 역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묵묵히 견뎌온 우리들의 하루하루를 다독여주는 듯한 김도연의 목소리는 특별한 장치 없이도 그 자체로 빛난다. 아직 넘지 못한 고개들이 남아 있다면, 눈앞에 까마득한 높이의 오르막이 버티고 있다면, 그건 여전히 우리 삶에 별 같은 희망과 더 찾아야 할 보물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선자령에서 불어오는 봄바람이 “당신이 걸어갈 동쪽을 보라고. 이제 마침내 꽃 피고 있다고” 속삭이는 소리에 귀 기울이며 그 길을 즐길 수 있다면, 그 자체로 더 이상 고단하지만은 않은 길인 것이다.
강원도를 닮은 총각 작가, 김도연이 사는 세상
김도연의 일상은 쉽게 읽힌다. 눈앞에 눈 덮인 골짜기와 첩첩이 푸른 산 능선과 같은 자연이 그려지면서, 어느새 힘들이지 않고 대관령 고갯길을 오르게도 하고 내려오게도 한다. 김도연은 소와 이야기하고, 개와 이야기하며, 지붕에 올라간 닭과 이야기하고, 처마 끝에 닿도록 하염없이 내리는 대관령의 ‘검은 눈’과 일대일로 너무도 절실하게 이야기한다. 그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소와의 관계에서 쌓인 오랜 내력을 풀어놓으며, 소와 화해하고 함께 여행을 떠난다. 이것들은 그저 자연이고 동물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늘 곁에 있는 소통의 대상이라는 것이 흥미롭다. 또한 이 책을 읽다 보면 “취한 주인을 위해 나귀가 장난스럽게 힝힝 코를 푸는”, “조심해라. 다방 언니들이 한을 품으면 바로 그게 천추의 한이다”, “이 길을 다 걸으면 척추가 한을 품을 것 같네요” 등의 넉살 좋은 입심, 능청스러운 표현들에 슬며시 웃음 짓게 될 것이다.
‘내가 아는 김도연 이야기’ 중에서……
그는 그 작품을 완성한 다음 자신이 쓴 작품을 누구에게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때 그의 옆에는 그의 작품을 읽어줄 사람이 없었다. 그는 밤새 처마의 외등을 밝히고 자기 집 개에게 한 줄 한 줄 작품을 읽어주고, 그 한 줄 한 줄의 의미에 대해서 얘기했다. 도연은 집에서 기르는 개에게까지 일대일의 작가적 인격을 부여하고, 개와 함께 밤새 작품평을 하고 토론을 한다. 밤새 개와 작품평을 하고 나니 먼 데서 아침이 밝아오더라고 했다.
이 사건 이후로 도연의 집 개는 도연이가 진부도서관에 나갔다가 집으로 들어올 때 가방을 들고 들어오면 반갑다고 옆에 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다가도 작품을 담은 사각 봉투를 옆구리에 끼고 오거나 들고 오면 또 한 번 밤새 작품토론을 하자는 줄 알고 슬금슬금 눈치를 보며 저만치 피한다고 했다. 이 세상에 이런 작가가 김도연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 나중에 영화로도 만들어진 『소와 함께 여행하는 법』이 그냥 그의 머릿속에서만 나온 소설이 아니다.
그는 잉크를 글씨를 쓰는 검은 물로 보지 않고, 글 자체로 보는 사람이었다. 글을 쓰는 도구로 보았다 해도, 다른 것도 아니고, 글씨와 글을 쓰는 잉크가 언다는 걸 글의 정신이 언다는 것으로 연결해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래. 세상이 다 얼어도 김도연의 잉크는 얼면 안 된다. 대관령의 추위 정도가 아니라 더한 무엇에도 네 잉크는 얼어도 안 되고, 녹아서 묽어져도 안 된다.”
나의 고향 후배 도연은, 마음은 대관령의 눈같이 희어 순수하고 이 세상의 모든 것이 다 얼어도 얼지 않는 푸른 잉크를 가슴에 가득 채우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의 이쁜 처자들아. 내가 그대들에게 바라노니, 이 눈 같고 잉크 같은 작가와 연애 좀 해봐라.
- 이순원(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