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클로드 모네는 정원과 수련 그림으로 잘 알려진 화가이지만, 사실 그는 평생을 여행하는 화가로 살았다. 벨일의 거친 바다, “햇살로 온통 물들어 있는” 앙티브의 분홍빛 도시와 만년설, 노르웨이의 얼어붙은 피오르, “나를 덮치려는 듯한” 루앙의 대성당까지. 아무도 모르는 청년 화가였던 그는 이곳저곳을 여행하며 끊임없이 자신의 작품세계를 발전시켰고 마침내 거장의 자리에 올랐다.
모네의 여행은 대개 오래 머무는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수십 점의 캔버스를 준비해 날씨와 시간에 따라 완전히 달라지는 풍경을 반복해서 바라보았으나, 순간들은 쉽게 붙잡히지 않았다. 파도는 화구를 휩쓸어가고, 바람은 캔버스를 넘어뜨리고, 비는 화폭을 망가뜨렸다. 그러나 그가 궁극적으로 맞서는 대상은 자기 자신이다. “그로 인해 미칠 지경이고, 안타깝게도 그 분노를 가엾은 캔버스에 쏟아내고 맙니다. 막 완성한 대형 꽃 그림 한 점을 부숴버렸고 서너 점의 그림들은 긁어내고 찢어버렸습니다.” 이러한 난관에도 모네는 끝까지 버텨냈고, 마침내 자신의 삶 자체인 이 싸움을 사랑하기에 이른다. 1900년 3월 28일 두 번째 아내 알리스 오슈데에게 이렇게 털어놓으며. “내 건강은 걱정하지 마시오. 자연과의 싸움에 내가 얼마나 열정적인지 당신도 잘 알지 않소.”
“온 힘을 다해 태양과 싸우고 있습니다”
120여 통의 편지로 만나는 가장 인간적인 모네
우리는 흔히 모네를 큰 정원과 작업실을 가진 성공한 화가로 기억한다. 그러나 모네 또한 청년 시절 끊임없이 고민하고 불안해하는 평범한 예술가였다. 편지를 보면 그의 진솔한 내면을 엿볼 수 있다, 완성된 그림만으로는 다 보이지 않는 순간들, 이를테면 그림을 망쳤다며 절망하던 밤, 날씨 때문에 작업을 멈춰야 했던 오후, 다시 캔버스를 들고 같은 장소로 향하던 아침들이 편지 속에 고스란히 남아 있다. 그림 곁에 놓인 모네의 문장들은 한 점의 풍경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가 무엇에 사로잡혀 있었는지를 조용히 드러낸다. 뿐만 아니라 모네가 가족과 친구, 미술상에게 보낸 편지에는 “빵도 포도주도 요리할 불도 없고, 등불을 밝히지도 못하는” 경제적 빈곤 또한 담겨 있다.
그렇다고 모네의 삶이 늘 고통으로 얼룩지지는 않았다. 고통을 한 번에 씻겨주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풍경과 프레데리크 바지유, 오귀스트 르누아르, 카미유 피사로 같은 든든한 인상주의 동료들, 늘 자신을 지지해 주었던 가족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의 편지는 완성된 걸작 뒤에 놓인 노력과 망설임, 그리고 끝내 다시 그리려는 의지를 생생히 증언한다. “극도의 망설임과 소심함이 겹쳐 있으나 낙담하지는 않소. 나는 무언가를 해내고 싶고, 결국 해낼 것이오.”
편지를 읽고 다시 본 그림은 완전히 다르게 다가온다. 절벽과 바다, 안개 낀 강과 눈 덮인 들판은 모네가 온몸으로 부딪힌 세계가 된다. 거장의 이름 아래 가려져 있던 한 인간의 초조함과 환희, 집요함이 되살아나며 그의 작품을 더욱 깊고 친밀히 느끼게 된다.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만나는 모네의 빛과 색
원서의 아름다움을 살려 한 권의 오브제를 완성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에게 전해진 방대한 모네의 작품과 편지를 엄선하여 그의 작품과 창작자의 개성을 더욱 선명히 밝힌다. 모네가 여행지에서 남긴 270여 점의 주요 작품은 모두 고화질로 소개하여 감상의 밀도를 높였다.
원서의 디자인을 충실히 반영해 완성한 이 책은 모네의 작품을 단순히 ‘읽는’ 책이 아니라 ‘소장하고 감상하는’ 책으로 만들었다. 넉넉하게 배치된 도판과 시원한 여백, 여행지별로 이어지는 구성은 독자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여행을 함께하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책의 측면에 색상과 레터링을 더해 어디에 두어도 아름다운 오브제가 되도록 했다.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모네의 빛과 색을 마주하게 하는 이 책은, 읽는 책을 넘어 오래 곁에 두고 감상하는 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