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전자기 문명의 기반이 된 [전기자기론]
현대 문명은 철저하게 전기와 자기에 기반을 둔 전자기 문명이다. 모든 종류의 가용 에너지는 원론적으로 모두 전기에서 시작하며, 화력발전이든 수력발전이든 핵발전이든 풍력발전이든 모두 전기를 만들어내는 곳이다. 전기는 실상 자기와 더불어 ‘전자기’라는 통일된 대상의 한 측면이며, 전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자기가 있어야 하고, 이 모든 것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자기학이 필요하다.
최고의 속도와 용량을 자랑하는 최첨단 컴퓨터와 인터넷 망은 사실상 모두 전자기학을 통해 만들어진 것이다. 많은 이들이 광고하는 5G 통신도 그 가장 밑바탕에는 결국 전자기학이 있다. 이런 점에서 현대 문명은 명실 공히 전자기 문명이며, 이를 가능하게 한 것은 가장 정확하고 엄밀한 전자기학이다. 이것을 확립한 것이 바로 맥스웰의 ??전기자기론??이다.
옥스퍼드 대학 출판사에서 1998년에 각 분야의 중요한 고전을 영인본으로 기획출판한 시리즈인 ‘물리과학 분야의 옥스퍼드 고전 텍스트’(Oxford Classic Texts in the Physical Sciences)의 첫 권이 ??전기자기론??이라는 점은 이 책의 고전으로서의 가치를 잘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물리학 고전의 한국어 번역본의 의미
자연과학 특히 물리학 분야에서 매우 중요한 고전들을 한국어로 번역하는 일은 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17세기 유럽의 근대 과학혁명이 있기 위해서는 이슬람권의 방대한 자연철학 저작들을 아랍어에서 라틴어로 번역해낸 12세기의 ‘번역의 홍수’가 필수였으며, 고대 그리스 자연철학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9세기 바그다드의 ‘바이트 알 히크마’(지혜의 집)에서 그리스어, 시리아어, 산스크리트어 등으로 된 방대한 책들이 모두 아랍어로 번역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17세기 중국으로 간 예수회사들이 라틴어로 된 자연철학의 여러 저작을 중국어로 번역한 덕분에 성리학적 자연철학이 청조에서 더 세련된 방식으로 발전하고 또한 조선에서 서학을 탐구하는 지식인 계층이 두텁게 자리 잡을 수 있었다. 18세기 네덜란드의 과학과 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입하고 이를 일본어로 번역한 ‘란가쿠샤’(蘭?者) 덕분에 유럽의 과학이 빠르게 동아시아에 정착할 수 있었다.
아인슈타인은 스위스 아라우 칸톤학교 시절부터 전기와 자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아인슈타인이 취리히 연방공과대학 시절 전자기학을 공부할 수 있었던 것은 1883년에 막스 바인슈타인이 맥스웰의 책을 독일어로 번역해서 출간한 덕분이었다. 영어에 익숙하지 않았던 아인슈타인은 바로 바인슈타인의 독일어 번역본을 통해 상대성이론과 양자이론이라는 새로운 세상을 열 수 있었다고 말해도 아주 큰 과장은 아닐 것이다.
??전기자기론??이 다른 언어로 번역된 것은 독일어,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러시아어에 이어 한국어판이 다섯 번째다. 이는 중요한 논저에 대한 상세한 고찰이 가능해졌음을 의미하며, 그만큼 19세기 전자기학의 전개를 더 잘 볼 수 있는 도구가 갖추어졌다고 할 수 있다.
『전기자기론』 한국어판은 과학사학자를 비롯해 물리학, 화학, 지구환경과학, 전자공학, 전기공학 등 전자기학을 배우고 연구하는 거의 모든 이공계 학생과 연구자들에게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