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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prologue - 불안, 입맞춤할 만큼 가까운

chapter 1. 말에 관하여

대화 : 오고 가는 말들의 풍경화
외국어 쓰는 버릇 | 그 말을 하지 말 걸

나쁜 말들의 세계 : 욕과 뒷담화
부끄럽지만 시원한 | 뒷담화 | 기어이 해 버린 말

수사법은 중요해
뻔한 말을 싫어하는 편이지만 | 뻔한 말을 뻔하지 않게 | 장광설

자랑
첫째는 여행 둘째는 그림

chapter 2. 변해 갑니다 : 갱년기, 가을날의 사색

밸런스가 문제다 - 요리와 요가

몸과 마음은 화합하라! -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경지
얼굴

산악인의 얼굴 - 넘겨짚기

최강 동안 - 이선희와 이정희

이빨 이야기

배우자에게 배우자

인터뷰 - 한 여자를 이해해 가는 과정에 대하여

우정에 대하여

epilogue - 물은 어느새 포도주로 변해 있었다
저자 소개
저자 : 황윤경
서울에서 나고 자랐으며 서강대학교와 대학원에서 불문학과 사회학을 공부했다. 성공회 교인이며 두 아이를 낳고 기른 엄마다(주여! 정말입니까?). 20대 후반부터 40대 말까지 오랫동안 영화기획자, 마케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일했다. 지금은 그림을 그리고 있다. 의도인지 결과인지 모르겠어도 줄곧 재미있게 (재미를 찾아서?) 산 것 같다. 흥미롭고 불안한 삶을 허락하신 신에게 감사하며 ‘건배!’ 하는 것으로 족하지 책까지 쓰는 것은 쑥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이렇게 해 버렸다. ‘결국 해 버리는 여자!’ 웅크리고 떨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길을 떠나고 헤매고 재미를 찾아내는 여정이 인생의 저녁까지 이어지기를. 재미는 쓰고 달고 시고 나누는 것이라서 결국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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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불안을 살아 내기 위해 ‘그림’이라는 탈 것에 오른
날라리 중년 여자의 그림과 인생 이야기

두 사람이 꼭 껴안고 있는 ‘황금빛 포옹’이라는 그림 속에는 작가가 붓을 들었을 때 품었던 “안기고 싶고, 안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다. 그에게 그림은 그렇게 자신을 안아 주는 일, 오롯이 ‘나를 위한’ 일이었다. 20대 후반부터 40대 말까지 영화기획자, 마케터, 프로듀서, 시나리오 작가 등으로 살았던 작가는 어쩌다 보니 오십이 다 되어 무엇인가를 ‘그리게’ 되었다. 인생이라는 이름의 배가 크게 출렁였던 ‘중년’이라는 시기에 ‘불안’이라는 이름의 반갑지 않은 친구가 찾아왔다. 아니, 사실 알고 보면 이 불안이라는 친구는 언제나 늘 곁에 있었다. 작가의 말대로 언제나 “움직이는 것, 변화하는 것에는 불안이 있으며” 인간의 삶은 “불안이 기본값”이다. 어차피 인생이 흔들리는 배 같은 것이라면 체념하고 같이 놀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밖에. 작가는 우연한 기회에 보이는 대로 그리고, 손 가는 대로 그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을 때 이 불안이라는 친구가 순해진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쭉 함께했지만 애써 무시하고 싶었던 이 불안이라는 친구와 그림을 매개로 진짜 우정을 쌓는 사이가 된 것이다. 그림을 공부한 사람도, 그림으로 무엇인가를 해 보겠다는 대단한 결심도 하지 않았지만 그림은 그에게 자연스럽게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해 주고 드러낼 수 있게 해 주는 또 다른 언어가 되었다. 그렇게 무엇에라도 마음을 실어서 불안을 살아 내야 했을 때 ‘그림’이라는 탈 것에 올라탔다. “불안이 등을 밀었고, 그림이 손을 잡아 주었다.”

불안은 말(言)을 타고 온다

“내가 쓰는 말을 보면 나라는 사람이 보이고, 타인과 나누는 대화를 보면 관계의 양상이 드러난다. 나, 그리고 내가 맺고 있는 관계. 이것이 바로 나의 세상이고, 머릿속 작은 새가 알고 싶어 하며, 끝도 없이 염려하여 지저귀는 대상”이다. 책의 1부는 바로 ‘말(言)을 타고 오는 불안’에 관한 이야기다. 살다 보면 ‘그 말을 하지 말 걸’ 후회가 되는 말을 내뱉기도 하고, 돌이켜보면 부끄럽지만 생각해 보면 시원하기도 한 ‘쌍욕’을 하게 되는 상황도 생긴다.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어서 죄책감이라는 연대를 만드는 뒷담화에 집중하기도 한다. 하지 못해 아쉬운 말보다 기어이 해 버린 말이 더 사무칠 때도 있고, 뻔한 말을 싫어한다고 말하지만 또 뻔한 말이 ‘딱’인 경우도 있다. 남이 하면 귀를 틀어막고 싶은 장광설이나 자기 자랑을 나도 모르게 내가 신나게 늘어놓고 있기도 하다. 내가 꺼내 놓은 모든 말들은 불안이 되어 인생이라는 배를 흔들고 속을 뒤집는다. 작가는 그림을 시작한 후 안팎으로 불안하고 자신을 향한 불만이 가득한 일기를 쓰듯 매일매일 아무거나 그렸다. 그에게 그림은 생각나는 대로 뭔가 바로 할 수 있는 일이면서, 경쟁하고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감 없이 무언가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일이었다. 변화는 무서운 것이지만, 무섭지 않을 수도 있구나, 자신감과 안도감을 주는 일이기도 했다. 작가는 그림이 “현재에 충실한 느낌”을 알게 해 주었고, 불안감이 만든 지칠 줄 모르고 지저귀는 머릿속 새에게 ‘닥쳐!’라고 말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의 변화 들여다보기

책의 2부는 갱년기, 인생의 가을에 찾아온 몸과 마음의 변화에 관한 이야기들로 채워진다. “불안은 미래와 연관되어 있고, 죄책감은 과거에 붙어 있다.” 이 불안과 죄책감은 용기 있게 대면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고 관리하지 않으면 인생이라는 공연을 위험에 빠뜨린다. 작가는 불안과 함께 적절히 시간을 낭비하면서 발밑의 땅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도 허청허청 다시 균형을 잡아가려면 몸과 마음의 변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작가는 피할 수 없는 몸의 변화를 살피며 자신의 힘을 잘 통제하는 사람이 된다는 것, 할 수 있어도 안 하는 경지에 오른다는 것, 노화의 과정이 극명하게 드러나는 곳이자 누군가의 확실한 자기소개서인 얼굴을 들여다본다는 것의 의미를 곱씹는다. 그리고 아버지, 어머니, 할머니, 아들들, 남편, 그리고 친구까지, 내 몸과 영혼의 일부가 된 친밀한 관계들을 찬찬히 돌아본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를 보여 주며 서로를 돌봐 주는” 이 모든 관계들이 “자신을 보존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말한다. “새로운 내가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대로 걸어가고 있는 한, 그 기대가 있을 때 불안은 숙명”이라는 사실도.

책 속에서

크게 출렁인 ‘중년’이라는 시기에 불안이라는 이름의 친구가 찾아와 돌아갈 줄을 모른다는 것. 체념하고 계속 같이 놀기로 했다. 우연히 그림을 시작했고, 그림을 그리면서 놀았을 때 이 친구가 순해지는 걸 알게 되었다. 의논도 할 수 있고 낄낄대며 놀릴 수도 있는, 그러니까, 친구. 나와 불안 사이에 진짜 우정이 생겼는데 알고 보니 꽤 오래 지속된 사이였던 것이다.

어딘가로 떠나려 할 때마다 머무르기를 선택하는 편이 현명하지 않을까 하는 물음이 다가온다. 특정한 각도에서 보는 돌멩이 같다. 어디에나 있는 돌멩이. 단단하고 무늬도 묘한 돌멩이.가 보지 않은 길을 가려고 빼꼼히 내다볼 때, 돌멩이의 특이한 무늬가 도드라져 보인다. ‘임신과 출산’이라든지 ‘돈’이라든지 ‘대학입시’라든지. 돌멩이는 시간 속 빛의 각도에 따라서, 즉 인생 사이클의 단계에 따라서 모양과 크기가 달라진다. 걸림돌일 때도 있으나 딛고 오르도록 도와주는 디딤돌, 혹은 보호벽을 만드는 성채가 되기도 하는 돌멩이. 발부리에 치이는 흔한 돌멩이를 보는 자, 그가 불안과 함께 가는 자라면 노하우가 필요해. 남의 말이 아니라 자신의 감각과 체력으로 이 돌멩이의 쓰임새를 정하는 거다. 돌멩이는 저절로 치워지지 않는다.

뭔가를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불안하다면 (태초에 입시 공부가 그랬지) 뭔가를 하면 덜 불안할까? 아니요, 나와 당신의 ‘불안이’는 그렇게 단순한 친구가 아니올시다.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 일을 하고 있다면 그때는 ‘더 충분히 해야 하지 않을까’, ‘제대로 하고 있는 게 맞나’의 길로 나아간다. 그림은 언제나, 어느 때나, 해야 하는 일의 목록에 없었다. 처음에 시작할 때도, 한참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 지금도. 그냥 하면서 ‘어라, 이런 게 되네?’ 하는 신기한 기분. 그리고 뭔가를 만들어 냈다는 느낌. 즉, 스스로를 발견하는 기쁨이, 발 뻗고 자도 되는 ‘하루’라는 축소형의 인생을 살아냈다는 충일감과 짝이 되었다.
오늘, 뭔가를 배웠으며 나아지고 있다는 느낌. 늦게 시작한 그림은 그걸 보여 주었다. 출발선이 한참 늦은 사람의 자유이고 특권이다. 그림뿐만 아니라 인생은 더더욱 경쟁이 아니며 마음 먹은 대로 그려지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 이 불안한 세상에서 불안은 앞으로 닥칠 변화에 대한 느낌인데, 나아지는 변화를 눈앞에서 보니까 이런 변화는 괜찮은 것이로구나, 변화 그 자체도 무섭지만은 않구나, 하는 생각이 스며든다고 할까.

어차피 움직이는 것, 변화하는 것에는 불안이 있다. 움직이지 않는 것, 변하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니 살아 있는 동안은 불안의 회귀이자 순환. 커졌다 작아졌다 보이다 안 보이다 하는 불안과 함께 ‘적절히 시간을 낭비’하면서. 특히나 환절기에는, 게다가 인생의 거대한 환절기에는 크게 변화하고 먼지도 떨어지고. 먼지만 떨어지면 다행이게. 발밑의 땅이 흔들리는 경험을 하면서 허청허청 균형을 다시 잡고 가는 것이다.

살아갈수록 현재를 감각하며 누리는 일이 다다, 과거와 미래는 이 현재를 부축하고 부추기는 것으로 족하다, 라는 사실을 실감한다. 옳고 그르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뿐이지 싶다.

얼핏 거죽만 봐도 생판 다른데, 그런대로 새롭네, 볼 만하네. 이런 과정을 거쳐서 관계는 갱신되고 나는 배우자를, 그리고 나 자신을 수긍한다. 배우자는 각자의 인생을 살면서 함께, 많은 일들, 혼자라면 엄두 내기 힘들었을 일들을 조금 수월히 해 내고 그것을 다시 각자의 경험으로 오롯이 가진다. 불안한 서로를 목도하고 지켜 주며 짐을 덜어 주는 일. 멀쩡해졌을 때는 쪽팔리는 불안의 순간들을 모른 척 해 주는 것. 성생활과 재산상의 정절(fidelity)만큼, 어쩌면 그보다 더 중요한 배우자의 기능이며 의리라고 이 연사 외치고 싶어

‘우정 보유자’로서 자신을 보존하는 것이 우정의 역사를 이어 가는 첫 걸음이다. (나처럼) 생래적인 불안이 깊은 사람은 그때그때 한둘의 친밀한 관계에 의존하고 깊이 영향 받으며 상대가 ‘사람이 달라졌다’ 여겨지면 우정이 옅어지고 사라진다고 초조해한다. 그럴 것 없다. 우정은 행동의 인과관계가 아니라 아름다운 우연이니까.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가 아니듯 그 사람은 내가 알던 사람이 아니지만 충분하다. 새로운 내가 새로운 그 사람을 만날 기대로 걸어가고 있는 한. 그리고 기대가 있을 때 불안은 숙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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