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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글

1장 옛날 옛적 우리 마을에 황새가 살았습니다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볼 수 있었던 황새
황새 지킴이, 김영도를 찾아서
황새 부부를 지키며 남편을 기다린 이예순과 사라진 황새
대를 이어 황새 지킴이를 자처한 김중철

2장 다시 황새가 사는 마을을 꿈꾸며
황새란 어떤 새인가
황새 복원의 시작, 러시아에서 데려온 황새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난관의 연속
고귀한 탄생과 그렇지 못한 현실
황새야생복귀식과 일본으로 날아가다 생을 마친 산황이

3장 장애물에 가로막힌 황새 복원 연구
종 복원은 왜 필요한가?
황새 복원은 연구사업이 되어야 한다
못다 이룬 황새연구재단 설립의 꿈
내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
죽기 전에 꼭 하고 싶은 일

4장 황새가 살 수 없는 세상 우리도 살 수 없습니다
황새는 왜 사라졌는가
‘황새법’이 필요한 이유
한반도 황새 복원의 성공을 위하여
점점 황새들의 무덤이 되고 있는 땅
종 복원에 성공한 여러 나라의 사례
우리에게도 생태 복원을 천명할 ‘지도자’가 필요하다
기후변화로 멸종 위기 상황에 처한 새들

글을 마치며 - 새
군수님께 드리는 글
저자 소개
저자 : 박시룡
독일 본대학교에서 동물행동생태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휘파람새의 노랫소리, 괭이갈매기의 음성학적 의사소통, 멸종 위기 종 황새의 야생 복귀 등 다양한 주제의 연구 논문을 발표했다. 한국교원대학교에 재직할 때 황새생태연구원장을 지냈으며, 오랜 시간 황새 야생 복귀를 위해 힘써 왔다. 어린이와 어른을 위한 다양한 동물 관련 책을 쓰고, 감수와 번역에도 참여했다. 《박시룡 교수의 끝나지 않은 생명 이야기》, 《황새가 있는 풍경》, 《황새, 자연에 날다》(공저) 등의 저서가 있다. 책에서 그가 오랜 시간 그려 오고 있는 한지 수채화 작품도 만나볼 수 있다. 현재 KBS 〈동물의 왕국〉 내용 감수를 맡고 있으며, 한국교원대학교 명예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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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겨우 하나의 종이 사라지는 것일 뿐이라고?

2100년에는 전체 생물의 33퍼센트가 멸종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생물 종은 왜 이렇게 사라지고 있을까? 과거 생물의 멸종 원인은 자연재해였지만 오늘날의 멸종은 인간 때문이다. 사람들은 겨우 한 종이 사라지는 것뿐이라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생태계의 수많은 생물 종은 그물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간다. 하나의 종이 사라져 생명의 그물망이 손상을 입으면, 그 손상은 연쇄반응을 일으켜 전체 생태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하나의 개체가 죽는 일은 전체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극소수만 남아 있는 종일 경우 한 개체의 운명은 매우 중요하다. 멸종은 순식간에 일어나지만 복원은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멸종 위기 동식물을 보호해야 하는 이유다.
이 책의 주인공은 멸종위기야생생물Ⅰ급 보호조이자 천연기념물이며, 우리 곁에서 ‘사라진 새’ 황새다. 황새는 어느 지역의 생태 피라미드 구조 최상층에 있는 생물 종인 ‘우산종’이다. 펼친 우산 아래에 있으면 비를 맞지 않듯, 우산종을 보호하면 당장은 아니지만 생태 피라미드 구조 아래쪽의 생물 다양성을 지키고 생태계를 되살릴 수 있다. 저자는 ‘황새 복원’을 아직 전이되지 않은 암을 치료하는 일에 비유한다. 그나마 살릴 수 있는 곳에 황새를 이식해 황새가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일은 빠른 속도로 망가져 가는 생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길이다.

사람들의 도움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황새

황새는 멸종 위기 종 가운데 유일하게 사람들이 사는 곳에서 살아간다. 그래서 주민들의 도움 없이는 결코 생존할 수 없다. 이 책은 일제강점기에 황새가 둥지 틀고 살았던 충남 예산군 대술면 궐곡리의 ‘황새 지킴이’ 김영도와 이예순, 그의 아들 김중철의 이야기를 들려주며 시작한다. 이 가족이 어떻게 마을 소나무 위에 둥지를 튼 황새를 보살폈는지, 부부의 아들은 어떻게 대를 이어 황새 지킴이가 되었는지 이야기한다. 사람들이 농사를 지어 먹고살았던 논에서 먹을거리를 얻었던 황새는 한국전쟁이 터져 서식지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먹이터인 논에 농약을 치기 시작하면서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었다. 1971년 4월 1일 충북 음성군에서 마지막 황새 부부가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지만, 밀렵꾼의 총에 맞아 수컷 황새가 죽고 그 후 혼자 살아가다가 농약 중독으로 암컷 황새마저 죽게 되자 우리나라에 살던 황새는 모두 사라졌다.
우산종인 황새를 다시 이 땅에 살게 해야겠다고 생각한 저자는 충남 예산군에서 ‘황새 야생 복귀(재도입)’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책에는 1996년 황새를 러시아 아무르강 유역에서 우리나라로 데리고 들어온 이야기, 20년 동안 한국교원대학교 연구실에서 황새를 증식시킨 과정에 관한 이야기는 물론, 그 황새를 다시 자연으로 돌려보내기까지 시도했던, 결코 쉽지 않았던 여러 가지 일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왜 지금 한국 황새 복원 프로젝트가 답보 상태인지에 관한 설명도 이어진다.

‘사라진 새’를 다시 우리 땅에서 살게 하려면

황새 인공·자연 번식에 성공한 이후 2015년 충남 예산군 광시면 대리 예산황새공원에서 황새 10개체를 야생에 날려 보내는 행사도 처음 열렸다. 지금도 증식시킨 황새를 군 홍보 행사의 일환으로 날려 보낸다. 하지만 이렇게 야생으로 돌려보낸 황새가 아직 우리 자연에 살아 있을까?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기 위해 우리 땅으로 돌아오고 있을까? 들려오는 소식은 농약 중독으로 죽고, 전신주 감전으로 죽고, 낚싯줄에 발이 잘려 죽었다는 우울한 이야기뿐이다.
황새 야생 복귀는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논에 미꾸라지와 물고기를 넣어 준다고 해서, 황새를 야생으로 날려 보낸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자연에 복귀시킬 황새 개체군을 만들 때는 단지 그냥 숫자만 늘리는 것이 아니라 자연 적응을 위해 근친 개체를 배제하기 위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하고, 야생에 방사한 이후에도 계속 추적 관찰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 현실에서는 이런 일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황새가 먹이를 구할 수 있고 안전하게 살 수 있는 곳이 없다. 황새의 서식지가 우선 회복되지 않으면 아무리 황새를 많이 증식시켜 날려 보내도 다 소용없는 일이다.
황새를 먹여 살리려면 다양한 생물 종의 공동 서식 장소인 논의 둠벙이 살아나야 한다. 저자는 이 일이 이루어지려면 황새의 밥상이 되어 줄 우리의 논 생태를 살리기 위한 ‘황새법’ 즉 ‘농경지생태관리기본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말한다. 농사지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농부들에게 소출이 줄어들어도 황새를 위해 농약을 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미 유럽 등에서 시행하고 있는 ‘황새법’은 농부가 논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게 해 주면 그 대가로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농민을 ‘생태관리자’로 인정해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하면서 농민들이 자발적으로 서식지 복원의 주체가 되게 하는 것이다. 저자는 더 나아가 정치 지도자의 ‘생태 복원’ 선언도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이 책은 황새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하나의 종이 아니라 우리의 망가진 생태계를 되살릴 중요한 불씨가 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황새가 살 수 없는 땅이라면 사람도 결코 살 수 없다는 사실을 독자들이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책에 실린 아름다운 한지 수채화에는 다시 이 땅에 황새들이 찾아와 둥지를 틀고 새끼를 낳아 기를 수 있기를 바라며 오랜 시간 황새 복원에 몸담았던 노학자의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다.

책 속에서

우산종은 어느 지역의 생태 피라미드 구조, 먹이사슬의 최상층에 있는 생물 종을 말합니다. 우산을 펼치듯 넓은 면적의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생태계를 보호할 수 있다는 의미에서 ‘우산’종입니다. 우산종을 보호하면 생태계 피라미드 아래쪽의 동식물이 되살아납니다. 그래서 종 복원을 시도해 우산종인 황새를 다시 이 땅에 불러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생물 종은 왜 이렇게 사라지고 있는 것일까? 옛날에는 멸종 원인이 모두 자연재해였지만, 오늘날은 모두 인간의 활동 때문이다. 겨우 한 종이 사라진다고 생태계에 무슨 큰 영향이 있겠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생태계는 수많은 생물 종이 그물처럼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살아간다. 한 종이 사라지면 다른 종에 영향을 미쳐 생태계는 사용할 수 없는 그물처럼 되어 버린다. 결국은 동물 종의 하나인 인간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복원은 단순히 종을 늘려 자연으로 되돌리는 일이 아니다. 환자를 치료할 때 근본적으로 병의 원인을 제거해야 하듯, 종 복원은 생물들을 무분별하게 마구 잡는 것, 화학물질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사라진 서식지를 되돌려 주어야 가능하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주민들이 황새를 위해 농사짓고 살 수 있도록 법적 제도를 마련해 놓지 않았다. 황새는 한 쌍이 2.6킬로미터 반경에서 살아가는 새다. 한 쌍이 새끼를 낳고 살아가는 서식지가 대략 여의도 면적 정도가 된다. 그리고 그 땅은 모두 개인 소유의 농경지다. 적어도 국가가 황새 둥지 2.6킬로미터 반경의 주민들에게 한 가구당 연 200만원 상당의 ‘서식지 관리비’를 지불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돈은 결코 많은 금액이 아니다. 친환경 농사를 지었을 때 소출 감소를 보상해 주어야 하는 최소한의 액수다.

우산종인 황새를 살리는 일은 우리 생태계에 대변혁을 가져올 수 있는 일이다. 앞서 우리의 환경이, 특히 황새의 밥상이 되어 줄 논 생태가 망가졌기 때문에 황새가 사라졌다는 말을 했다. 황새를 먹여 살리려면 농약과 화학비료 사용을 자제해야 하며, 지난날 논에 있던 둠벙(biotope)이 다시 살아나야 한다. 하천과 논을 이어 주는 생태수로도 복원해야 한다. 말은 쉽지만 이런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당연히 엄청난 돈이 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생태계가 복원된다면 그 가치는 투입된 비용을 훨씬 능가할 것이다. 농약과 화학비료가 줄어든 논과 밭에서 자란 농작물은 안심하고 먹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치가 있지 않을까.

우리가 말하는 ‘황새법’은 효도법이 아니라 ‘농경지생태관리기본법’이다. 현재 우리에게는 쌀 재배농가의 소득을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지급하는 보조금 제도인 쌀직불제가 있다. ‘황새법’은 이와 비슷하게 자기 논에 다양한 생물들이 살게 해 주면 쌀직불제에 해당하는 기본금은 물론 생물 다양성을 높여 주는 대가로 더 많은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농촌을 생물들이 사는 주요 서식지로 인식하고 이런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농민들을 농산물 생산자로만 보지 않고 생태관리자로 인정해 그에 맞는 대가를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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