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 풀어 읽은이 인터뷰
1. 낭송Q시리즈의 기획자이신 고미숙 선생님은 “모든 고전은 낭송을 염원한다”고 하셨는데요, 낭송이 되기를 염원하는 여러 고전 중 특별히 『동의보감』을 고르신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저희들은 『동의보감』을 접하면서 이 책이 생명활동에 중점을 두고 편찬되었다는 것에 가장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특히 『동의보감』 「내경편」 ‘신형’에서는 『동의보감』이 기초하고 있는 세계관과 인체관이 주로 다뤄지고 있습니다. 많은 의서들이 증상과 치료 위주로 구성된 반면, 『동의보감』은 보이지 않는 ‘기’의 차원에서부터, 생명의 탄생을 이야기하지요. 그래서 『동의보감』은 자연철학서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내경편」에서는 “우주에서 사람이 가장 귀하다. 머리가 둥근 것은 하늘을 닮았고, 발이 모난 것은 땅을 닮았다”는 손진인의 말로 시작합니다. 사계절이 있듯 사람의 몸에는 사지가 있고… 이렇듯 사람의 몸은 우주의 운행질서와 닮았기에 귀중하다는 것이지요. 이 내용을 읽으며 머리를 한 대 맞은 것처럼 멍해졌습니다. 우리는 이미 천지자연과 분리된 개별자로서 인간을 바라보는 근대적 사유에 익숙해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인간과 자연, 인간의 희노애락과 천지의 흐름이 연관성이 깊다는 인식이 무척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인간이 소우주라는 세계관을 바탕에 두면, 대우주인 자연의 흐름에 맞춰 살아가는 게 자연스럽습니다. 계절에 맞게 잠자고 일어나고 음식도 과하지 않게 담박하게 먹어야겠죠. 뭐든지 과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흐름을 타는 것! 『동의보감』에서 잘 사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은 특별한 비법이 아니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소우주’로서의 삶의 리듬을 되찾는 것입니다. 요즘은 감정이나 삶의 방식이 한쪽으로 치우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내경편」을 삶의 지도로 활용활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때문에 「내경편」을 공부하다보면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스스로 하게 되면서, 지금과는 조금 다른 지반에서 그 답을 찾아가는 멋진 경험을 하게 됩니다.
2. 낭송Q시리즈의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은 허준의 『동의보감』과 어떻게 다른가요?
저희들이 가장 고민한 부분은 ‘어떻게 하면 좀더 많은 사람들이 『동의보감』을 쉽게 접하게 할 수 있을까?’였습니다. 막상 읽어보면 그리 어렵지 않고 심지어 재미있기까지(!)한 책이거든요. 새로운 앎의 지평으로 우리를 인도해 줄 텍스트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두께와 명성에 눌려 찾지 않는다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래서 「내경편」에서 의미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한 내용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하여 목차를 새로 잡았으며, 그에 맞게 원문을 선정하고 낭송하기 좋게 문장을 정리했습니다.
『동의보감』의 독창성은 그 목차에 드러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당대의 의서들과 다른 체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모든 의학적 내용을 몸 안으로 가야 할 것(내경), 몸 겉으로 가야 할 것(외형), 이 둘에 속하지 않는 것(잡병)들로 일관성있게 분류했습니다. ‘질병’ 보다 ‘몸’을 중심으로 보았기 때문에 이런 배치가 가능했던 것이지요. 이 점에 착안하여 저희도 목차를 재구성하였습니다.
사람의 몸은 천지자연의 기운을 잠시 빌려 태어났기 때문에 우주와 연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출발해 생명의 기본 요소인 ‘정·기·신’을 다뤘습니다. 정·기·신은 모두 음식의 정미로운 기운에서 얻어지는데 돈, 권력, 명예, 정욕 등 욕망으로 인하여 감정을 지나치게 소모하면 상하게 됩니다. 이것은 때에 맞게 살고, 음식과 성욕을 절제하고, 마음을 비우라는 삶의 윤리 ‘양생법’으로 연결됩니다. 우리 몸을 살게 만드는 혈, 진액 그리고 담음을 모아 ‘생명의 바다’에 소개했습니다. 그 다음에는 우리 몸 속에 있는 오장육부를 묶었고, 마지막 장에 ‘타자들의 공동체’로서 꿈과 목소리, 언어, 충, 소변, 대변을 함께 묶었습니다. 또한, 어렵게 느껴지는 용어들에는 설명을 추가해 함께 익힐 수 있도록 했습니다.
3. 앞으로 『낭송 동의보감 내경편』을 낭송하게 될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동의보감』을 공부하면서 암송을 해야 할 때가 많았습니다. 저희가 공부하는 공동체, 감이당에서는 매번 학기가 끝나면 일정 분량을 외워서 발표하는 ‘암송 오디션’이 열렸거든요. 나름 잘 외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사람들 앞에 서면 머릿속이 하얗게 되면서 더듬거리기 일쑤였습니다. 처음엔 그 시간이 괴로워서 피하고 싶은 마음뿐이었는데, 자꾸 소리 내어 읽고 되풀이하다 보니 어떤 것들은 저절로 외워지기도 했습니다. 놀라운 경험이었지요. 게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외울 수 있는 분량이 늘어가니 뿌듯하기도 했습니다.
눈으로 읽을 때는 다 알 것 같은데, 써보라고 하면 기억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소리 내어 말하고 들은 것들은 훨씬 더 오래 기억할 수 있지요. 그 이유를 『동의보감』을 공부하며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내는 소리들이 뼈를 울리며 나가고, 또 다시 내 몸으로 들어와 뼈를 울리기 때문이니까요.
『동의보감』에는 삶의 지침으로 삼으면 좋을 글귀가 많습니다. 자신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는지, 왜 이러한 외모(!)로 태어날 수밖에 없었는지, 내가 꾸는 꿈과 몸 상태는 어떻게 연결되는지 등 이렇게 ‘나’에 대해 알아가는 좋은 공부도 됩니다. “알면 보이고, 보이면 사랑하게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낭송의 즐거움을 누리면서 자신을 새롭게 알고, 보고, 사랑할 수 있게 된다면 참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