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그 사람을 이해한 것은,
내가 그 사람의 나이가 되고 나서였다”
미워했던 사람의 자리에 서보고서야 보이기 시작한 마음들
사람은 이상하리만큼 늦게 타인을 이해한다. 며느리일 때는 이해할 수 없었던 시어머니를 자신이 시어머니가 된 뒤에 이해하고, 자식일 때는 답답하기만 했던 부모를 나이가 들어서야 다시 바라본다. 사랑할 때는 보이지 않던 마음이 헤어진 뒤 선명해지기도 한다. 같은 일을 겪어서가 아니라, 어느 날 그 사람의 자리에 서게 되었기 때문이다.
《후회는 언제나 늦게 온다》에는 이렇게 세월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된 사람들이 등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지난 시간을 아름답게 포장하지 않는다. “그때는 어쩔 수 없었다”고 변명하지도 않는다.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순간, 가까운 사람에게 무심했던 순간, 미워하고 원망했던 마음까지 가만히 다시 들여다본다. 그렇게 돌아보자 기억 속 사람들의 얼굴이 달라지기 시작한다. 한때 미워했던 사람에게도 그 사람만의 사정이 있었고, 이해할 수 없었던 행동 뒤에도 차마 말하지 못한 마음이 있었다. 특히 가족은 가장 늦게 이해하게 되는 사람들이다.
부모와 자식, 남편과 아내, 시어머니와 며느리. 가장 가까워서 누구보다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바로 그 가까움 때문에 더 많이 기대하고 쉽게 실망하며 상처를 주고받는다.
저자는 결혼 이후의 삶을 “농도 짙은 물감을 계속 덧칠해 나간 유화”?에 비유한다. 결혼과 함께 아내가 되고 며느리가 되고 어머니가 되면서 역할과 책임, 기대와 갈등이 삶 위에 한 겹씩 쌓여갔기 때문이다.
며느리였을 때는 시어머니를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자신이 시어머니가 되고 나니 그때는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돌이켜보면 시어머니도 처음이었고, 며느리도 처음이었다. 누구도 완벽하게 준비된 채 가족이 된 사람은 없었다. 이 깨달음은 가족을 넘어 오래된 친구와 인연, 스쳐 지나간 사람들, 그리고 젊은 날의 자기 자신에게까지 이어진다. 누가 옳았는지 따지는 대신, 저마다 주어진 삶을 감당하느라 서툴렀던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렇게 책장을 넘길수록 ‘후회’가 있던 자리에는 조금씩 ‘이해’가 들어선다.
책은 1부 ‘부모는 떠난 뒤에도 우리를 지킨다’, 2부 ‘오래된 사람들은 마음속에 남는다’, 3부 ‘살아온 시간만큼 후회도 남는다’, 4부 ‘오늘이 나의 첫날이기를 기도한다’로 이어진다. 떠난 부모에서 시작해 오래된 사람들을 지나 자신의 삶을 돌아본 뒤, 마지막에는 다시 오늘로 돌아오는 여정이다. 미움의 자리에 이해가 도착하기까지 때로는 한 사람의 인생만큼 긴 시간이 필요하다.
“후회는 늦게 오지만, 오늘은 아직 늦지 않았다”
지나간 시간을 자책하는 대신, 남아 있는 오늘을 사랑하는 법
부모의 약봉지, 혼자 먹던 김밥 한 줄, 묘소 앞의 국화 한 송이, 친구가 건넨 분홍 볼펜. 《후회는 언제나 늦게 온다》에 남아 있는 것은 거창한 사건보다 이런 평범한 것들이다. 대수롭지 않게 지나쳤던 물건과 순간이 세월을 통과한 뒤 한 사람의 얼굴을 불러내고, 다시 돌아갈 수 없는 하루의 소중함을 깨닫게 한다.
그래서 이 책의 40편은 저자의 이야기를 읽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약봉지’를 읽으며 누군가는 부모의 약통을 떠올리고, ‘수유리 우동집’에서는 부모와 함께했던 한 끼를 생각하게 된다. 오래된 친구 이야기에 연락하지 못한 사람의 이름이 떠오르고, 가족 이야기를 읽다 보면 너무 가까워 오히려 함부로 대했던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저자의 기억이 어느 순간 독자 자신의 기억으로 넘어오는 것이다.
그렇기에 제목의 ‘후회’는 체념으로 끝나지 않는다. 떠난 사람에게 다시 전화할 수는 없지만 아직 곁에 있는 사람에게는 전화할 수 있다. 지나간 말을 주워 담을 수는 없지만 오늘 건네는 말은 조금 더 따뜻하게 고를 수 있다. 늦게 찾아온 깨달음이라도 남아 있는 삶에 쓸 수 있다면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니다.
책은 1부 ‘부모는 떠난 뒤에도 우리를 지킨다’에서 시작해 오래된 사람과 자신의 삶을 지나, 마지막 4부 ‘오늘이 나의 첫날이기를 기도한다’에 이르러 다시 오늘을 바라본다. 지나온 시간을 후회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아프고 힘들었던 시간마저 자신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남아 있는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묻는다. 말할 수 있을 때 말하고, 만날 수 있을 때 만나고, 곁에 있을 때 조금 더 다정할 것. 《후회는 언제나 늦게 온다》는 지나간 삶을 애도하는 책이 아니라 돌아갈 수 없는 어제 때문에, 아직 바꿀 수 있는 오늘까지 놓치지 말자는 책?이다.
후회는 언제나 늦게 온다.
하지만 오늘은 아직 늦지 않았다.
책 속에서
“살아왔던 시간 속에서 배운 것이 많다. 쉽고 편안한 데서는 깨달음이 오지 않았다.
아프고 쓰라린 대가를 지불해야만 깨달음이 온다는 것을 깨닫게 되니 그동안의 시간이 나를 만드는 과정이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아팠던 시간에도 감사하게 되었고 감사로 정리할 수 있음에 또 감사했다.
이 글들을 70년의 시간을 살아온 사람의 삶의 정리 작업으로 봐 주셨으면 고맙겠다.”
― 〈그리하여, 모든 시간에 감사하며〉
“항상 그랬다. 부모는 사랑이 지나쳤고 자식은 사랑이 부족했다.
그 넘침과 부족 때문에 얼마나 많은 부모와 자녀들이 서로를 헤집고 상처 입는 싸움을 벌였고 치료되지 못할 상처를 입었던가.
손안에 있을 때는 언제나 있을 줄 알고 매번 후회하면서도 다음에는 잘 하려니 하는 마음으로 위로를 삼았는데….
다음을 기대하는 안이한 마음으로 내 손에 쥔 현재를 소홀히 했는데 어느새 현재는 돌이킬 수 없는 과거가 되어 버렸다.
아무리 후회해도, 아무리 뒤돌아봐도 다시 올 수 없는 시간이 될 때에야 비로소 철이 드는 것이 부모 자식 관계라는 것을 늦게야 알게 되었다.”
― 〈안부〉 중에서
후회는 왜 항상 늦게야 오는가.
내 곁에 계실 때, 이야기할 수 있을 때, 만져 볼 수 있을 때는 소중한 줄 모르다가 내 곁을 떠나고 내 손에서 떠나야만 오는 깨달음.
어디에다 쓰라는 깨달음인가.
무엇에다 쓰라는 깨달음인가.
누구에게 쓰라는 깨달음인가.
― 〈수유리 우동집〉 중에서
젊음에 대한 오만으로 부모님의 노년의 유약함을 이해하지 못하였다는 자책감이 그때에야 밀려들었다.
요즘은 주변의 어른들을 볼 때마다 감탄하게 된다.
저렇게 반듯하고 깔끔하게 늙기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힘드셨을까.
젊은 사람에게 책잡히지 않기 위해 얼마나 조심하고 인내하실까.
항상 느끼지만 후회는 아무리 빨라도 늦다.
― 〈약봉지〉 중에서
“아니다. 모든 삶은 그 생애마다 완성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모든 시기의 삶을 축복하는 일이다.
모든 삶은 그 생애마다 완성되어 있다.
우리가 살아 있는 동안 할 수 있고,
해야 할 유일한 일은 모든 시기의 삶을 축복하는 일이다.”
― 〈생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