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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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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변 / 005
Ⅰ 아프다 그리운 건 아프다
빈잔 / 015
구두 / 017
그대에게 / 018
감사 / 020
모순 / 022
낮술 / 024
취함 / 025
그리움 / 026
울고 싶은 날 / 028
내가 내게 / 030
희망 / 032
눈물의 신 / 034
바람 / 036
빛 / 038
사랑 / 039
네버랜드/ 040
Ⅱ 내가 바라는 세상은
친구에게- 푸쉬킨 답가 / 043
내가 원하는 세상 / 046
비상 / 048
계단 / 050
나 / 052
장자의 꿈 / 054
나의 꽃 / 056
마음 / 058
단풍 / 060
추억 / 062
생각의 단편 / 064
집으로 가는 길 / 066
나의 행복해지는 방법 / 068
하루 일이 끝나고 / 069
여행자 / 070
Ⅲ 나에겐 죄가 있어
말 / 073
다음 세상에서 / 074
엄마와 가방 / 076
신과 기도에 대한 생각 / 078
속죄 / 080
하나 - 창으로 바다를 보며 / 082
벌레 / 084
거짓말 / 086
관심 / 088
즐거운 작별 / 090
아름다운 사람 / 091
걱정하지 말아요 / 092
노안 / 094
회상 / 096
위로 / 098
집으로 / 100
Ⅳ 별이 거울이 되어
내게로 비추면
부끄러움 / 103
나의 아내 / 104
너와의 시간 / 106
출근 / 108
아내 / 110
남편 / 112
작은 맹세 / 115
잡다한 소망 / 118
사랑이 오는 시간 / 120
신의 사랑 / 122
예쁜 여자의 걸음 / 124
어느 술집 / 126
거리에서 비 오는 날 / 128
결의 / 130
작은 우울 / 131
펴낸이의 말 / 132
저자 소개
저자 채경식은 1968년 부산에서 태어나 충주에서 자랐다. 성균관대학교 화공과를 졸업했다. 행소문학회에서 뒹굴었다.
과거에 주사파, 알코올 조절 장애, 다수의 여성 사랑, 애절 조정 장애.
현재는 교묘한 전술적 타협으로 착하게 살고 있음. 양심 조절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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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한 얼굴로 세상 떠돌다 詩를 만나다
부유浮遊. 채경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둥둥 떠다님.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돈다는 것. 대학시절 문학회의 친우 경식이는 나이 오십에 접어든 지금도 떠다닌다. 터 잡지 못하고 불안과 냉소 속에 세상을 떠돌던 그는 방외인이다. 세상을 아웃 했든, 세상에서 아웃당했든 어쨌든 아웃사이더이다.
대학 1학년의 여름방학, 충주가 집인 그는 명륜동캠퍼스의 칙칙하기만 한 동아리방에서 기식했다. 거기서 영등포의 조그마한 기계공작소, 소위 마찌꼬바라 불리는 공장에 일을 나갔었다. 두 달 내내...
불안한 얼굴로 세상 떠돌다 詩를 만나다
부유浮遊. 채경식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단어다. 둥둥 떠다님. 정처 없이 세상을 떠돈다는 것. 대학시절 문학회의 친우 경식이는 나이 오십에 접어든 지금도 떠다닌다. 터 잡지 못하고 불안과 냉소 속에 세상을 떠돌던 그는 방외인이다. 세상을 아웃 했든, 세상에서 아웃당했든 어쨌든 아웃사이더이다.
대학 1학년의 여름방학, 충주가 집인 그는 명륜동캠퍼스의 칙칙하기만 한 동아리방에서 기식했다. 거기서 영등포의 조그마한 기계공작소, 소위 마찌꼬바라 불리는 공장에 일을 나갔었다. 두 달 내내 일해 받은 돈으로 등록금을 마련하나 싶더니 경식이는 엉뚱하게도 하프를 샀다. 혼자 만지작거리더니 어느새 연주를 했다. 재주는 참 좋은 친구였다. 작곡도 하던 친구였다. 그런데 한 달도 안 돼 도둑맞고 말았다. 그 시절 대학캠퍼스 동아리방에는 도둑이 자주 들었다. 그럼에도 별다른 낙망의 기색이 없었다. 먹을 것 못 먹고 사놓은 고가의 악기를 잃어버렸어도 천하태평이었다.
80년대의 대학가는 민주화운동과 함께 민중운동과의 연대가 활발했다. 우리는 지역의 노동운동에 지원을 나가기도 했다. 노조를 와해시키려고 위장폐업을 한 어패럴(의류업체)공장에서 폐업 철회를 요구하는 투쟁이 있었다. 노조에서는 학생들에게 지원요청을 했다. 경식이와 나도 거기에 참여했다. 투쟁 지원이라고 해도 서너 번 방문해 같이 밥을 먹고 토론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경식이는 달랐다. 한 달여 간 공장에서 먹고 잤다. 그런데 경식이는 노조의 골칫거리가 되었다. 여성노동자가 대부분인 봉제공장에서 소수 남성노동자는 술먹고 개기는 경우가 많았다. 경식이는 그 불량 남성노동자들과 함께 매일 술 마시며 늦은 밤 공장에 들어와 냄새를 풍기며 자기 일쑤였다. 노조투쟁의 기강을 흐리는 불량감자였던 것이다. 오죽하면 착실한 조합원들이 제발 좀 학교로 돌아가라고 내게 하소연할 정도였다.
그런데 경찰이 농성을 강제해산시키려고 진압 작전에 돌입했을 때 경식이는 남성노동자들과 함께 경찰에 맞서다 연행됐다. 나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여성노동자들은 나를 에워싸며 보호했다. 겁 많은 나는 싸움 한번 제대로 못한 채 웅크리고 있다가 연행됐다. 시간이 한참 흘렀지만 지금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십 년 가까이 학교 언저리에서 지내던 경식은 세상으로 나왔지만 정착하지 못한 채 불안한 얼굴로 떠돌았다. 그런 그가 문학회의 카톡방에 시 비슷한 것을 올리기 시작했다. 아포리즘 비슷한 낙서도 올렸다. 그의 글에는 세상에 정착하지 못하고 겉도는 아웃사이더의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생활인의 냄새가 나지 않고 이성의 흔적을 찾기 힘들다. 감상과 감성이 도드라진다. 그럼에도 카톡방에 올라오는 생활인 친구들의 일반적인 수다와는 다른 뭔가가 있었다.
생각해보자. 쓸모 있고 적응 잘 하는 인간이 시를 쓰겠는가. 착실한 우리 사회인 다수가 소위 말하는 ‘대리인생’을 살고 있지 않은가. 사회와 타인의 욕구를 대리해 돈을 벌고, 지상의 쪼그마한 집 한 칸 속에 복작이며 살고 있지는 않던가.
미문으로 유명한 문학평론가 김현은 그래서 문학이란 하나 쓸모없는 것이기에 쓸모 있는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열심히 살고는 있지만 돌아보면 한낱 미망迷妄에 불과한 것에 빠져 헛되이 분망奔忙한 것은 아닌지. 문학이란 것은 가끔 존재의 의미 없음을 생각해 의미 있게 만드는 역설 때문에 존재하는 것은 아닌지.
그의 시의 주조를 이루는 것은 사랑과 죄의식, 그리고 가족이다. 스스로 ‘애정 조절 장애’가 있다고 고백한 채경식 시에서 사랑은 아픔이다.
아프다 그리운 건 아프다
그립다 아픈 건 그립다
- ?빈잔? 中
사랑은 소통이고, 다른 한편으론 ‘밀당’의 게임이기도 하다. 애정 조절 장애인은 게임을 못한다. 그저 사랑에 아프다. 속절없이. 그리고 슬프다.
사랑하는데 난
왜 슬픈가
그대가 나를 사랑하는데
난 왜 슬픈가
내 옆에 네가 있어
난 왜 우는가
눈발에 차가워진 내 손을 네가
호오 호오 하는데
왜 찬바람 쪽으로
창피해 얼굴을 돌리는가
너를 보면 난 늘
내 사랑이 가난해 보이고
-「그대에게」中
세상을 겉돌며 살았듯 사랑도 겉돌고 뭔 놈의 죄의식이 그리 많은지 모르겠다.
그늘진 내 입술은
낙엽이 되어
나에겐 죄가 있어
너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
그런 죄가 있어
-「속죄」中
부끄러움이 많아져
자주 얼굴을 가린다
특히나 바람이 하늘을
맑게 닦아
별이 거울이 되어
내게로 비추면
붉어진 눈가에서는 누추한
비가 내리고
[부끄러움]中
그가 죄의식을 느끼고 부끄러움을 타는 것은 세상과 싸워나갈 용기가 없어서일까? 모기와 지렁이 같은 미물과 자신을 똑같은 존재라고 여기기 때문일까? 세상에서 제일 무능하고, 겁 많고, 쓸데없는 그이기에 어쩌면 가장 평화로운 존재일 것이다. 그런 경식이는 천진하다.
내가 바라는 세상은
노인은
남은 시간을 두려워하지 않고
아이는 어른이 됨을 즐거워하고
노인은
시간이 다했음을 행복해하는 세상
짐승이
사람보다 아래가 아닌
사람이 죽어간 것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는
서로에게 사과하는 세상
-「내가 원하는 세상」中
세상을 두려워하지만 천진난만한 ‘애정 조절 장애인’ 경식이 작년 결혼했다. 제 나이 반밖에 안 되는 여름나라 필리핀 아가씨와 페이스북을 통해 만났다. 그의 아내는 ‘애기’이기도 하고 “그런 나의 여자가 / 지금 화가 나 있습니다 / (…) / 빌고 또 빌다가 모자라면 / 꿈에서라도 죽어야겠습니다”라고 반성문을 쓰게 만드는 호랑이기도 하다. 그를 애기로 볼 수밖에 없는 노모와 함께 말이다. 그의 아내 뱃속에는 진짜 ‘애기’가 있다. 올 여름이면 볼 것 같다. 그의 소망은 시집이 많이 팔려 분윳값 걱정 안하는 것이다. 독자들의 성원을....
최용범
『하룻밤에 읽는 한국사』 저자
페이퍼로드 발행인
출판사 책소개
작가의 변
신을 사랑하나
신을 알지 못하고
주민등록증이 있음에도
이름과 주소가 모호하고
자주 누군가의 유목민이다
개를 사랑하지만
함께 못해서
죽은 개들에게
어두운 하늘에 눈편지나 쓰고
나 죽으면 묶었던 개끈으로
좋은 저승 인도해달라고 청한다
노안의 피로로
밥상머리에서 자주
눈을 감다가
노모에게 욕을 먹지만
밥을 아주 잘 먹고
천국을 꿈꾸면서 날마다
지상에서의 장수를
비종교적 신에게
몰래 기도한다
뇌물 소시지 받아먹은
집 앞의 고양이들은
나를 잘 알지만
그대에게 나는
시든 낭만의 길거리 남자다
괜찮다
내게도 소수의 열성 팬들이 있다
올여름 불타는 태양으로부터 구조해 준 생사 불분명한 지렁이 몇 마리와
만취할 만큼
피를 빨게 허락해준 모기들
너무 아름다워서 꺾지 못했던
북한산의 들꽃들
이 겨울 지나면 다 돌아온다
돌아와 미생의 노래 부를 거다
여든이 되어가는 늙은 소녀와 여름나라에서 온 다람쥐 공주
그리고 공주 뱃속에서
험한 세상 모르고
뜀박질하는 애기 다람쥐 하나
그대는 내 이름을 부를 일 없겠지만
그들이 나를 부르면
나는 변을 끊고라도 달려가야 한다
존재의 이유는
스스로에게 설명하기 나름이다
난 오늘 이 시간에 적절한 설명을
내게 할 뿐이다
내가 탄 시간의 적토마가 어떻게 달릴지
나는 모른다
그냥 착 붙어서 갈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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