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제주의 겨울바람을 타고 떠다니는 믿음과 사랑에 대한 단상들
《구의 증명》 《단 한 사람》 최진영 신작
《구의 증명》 《단 한 사람》 《해가 지는 곳으로》 등을 쓰고 2023년 〈홈 스위트 홈〉으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하며 사랑의 다채로운 면면을 재발견해온 최진영의 신작 소설 《오로라》가 위즈덤하우스의 단편소설 시리즈 위픽으로 출간되었다. 2022년 제주 생활을 시작한 작가가 “조커 카드로 아껴두겠다고 다짐했었”던 제주도를 처음으로 배경 삼은 작품이기도 하다.
제주는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자유를 느낄 수 있는 곳, 스스로를 죄는 규칙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의 믿음을 저버릴 수 없어 두 달간 제주에 머물게 된 ‘너’는 새처럼 가볍고 자유로운 ‘오로라’라는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러나 발코니 창 너머 “검은 돌과 하얀 파도”가 보이는 숙소 이름 ‘선샤인빌’과 달리 ‘너’를 맞는 것은 거센 겨울바람과 먹구름, 한라산을 하얗게 뒤덮은 눈 그리고 죽은 새다.
죄책감 대신 자유, 진실 대신 거짓을 택하고 오로라로 살기를 다짐한 ‘너’를 비웃듯 발코니에서 죽은 새가 발견된다. 동물 사체를 쓰레기봉투에 넣어 버리는 것은 합법이고 땅에 묻는 것은 불법이다. ‘너’는 다시 한번 불법을 저지르기로 한다. 또다시 “두 사람만의 비밀”을 만들 작정이다. 봄이 오면 녹아 사라질 걸 알면서도 눈사람을 만드는 마음으로 그의 손을 잡는다. 종잡을 수 없는 겨울 제주의 날씨만큼이나 변화무쌍한 사랑이 날개를 펼치고 날아오른다.
《오로라》는 최진영이 오랜 시간 파고들어온 믿음과 사랑에 관한 단상을 돌처럼 차곡차곡 쌓는다. “믿음 없는 사랑은 가능한가. 사랑 없는 믿음은 어떤 모습인가. 그게…… 완전히 없을 수가 있는가.” 《오로라》의 질문에 독자가 답할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