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 슬프려고 덜 사랑하는 법을 연마했다”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 백온유가 그리는
아낌없이 쏟아내지 못해 부패한 마음과 극진한 사랑의 감정
장편소설 《유원》으로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고, 〈반의반의 반〉으로 2025년 젊은작가상 대상을 수상하며 전 세대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백온유의 신작 단편소설 《연고자들》이 위즈덤하우스에서 출간되었다. 젊은작가상 대상 수상 이후 처음 출간하는 단행본으로, 성인이 된 보호아동 ‘윤아’와 ‘태화’ 두 사람이 태화의 죽음을 계기로 어긋나버린 관계를 다시 이어나가는 이야기다.
여느 때와 같은 하루, 횡단보도를 건너던 윤아는 벼락처럼 태화가 죽었다는 전화를 받는다. 보육원에서 친남매처럼 자라 “적당히 수습할 수 있을 정도로만 휘청거리며 모범적으로 자립”하여 서로를 둘도 없는 가족이라 여겨온 윤아에게는 도무지 실감할 수 없는 일이었다. 가족이 없어 무연고 시신으로 분류된 태화를 인도받기 위해 구청 직원과 옥신각신하는 중에도 윤아가 태화의 죽음을 믿을 수 없었던 데는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죽은 태화가 매일 밤 윤아의 집 초인종을 누르고 있었던 것. 태화가 스스로의 죽음을 알고는 있는지, 왜 매일 밤 태화의 집도 여자 친구 ‘지현’의 집도 아닌, 자신의 집에 찾아오는지 물을 수 없었던 윤아는 태화가 찾아오는 2주 동안 그를 위한 밥상을 내고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원가족에게 받아들여지지 않은 보호아동 윤아와 태화는 서로를 서로의 전부이자 분신으로 여기며 자라난다. 성인이 된 후에도 서로의 유일한 울타리가 되어주려 하지만, 가족이나 다름없다는 말은 곧 결코 가족이 아님을 가리킨다는 잔인한 진실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두 사람은 끊임없이 완전하고 맹목적인 애정을 찾아 헤맨다. 내어주는 만큼 돌려받지 못한 마음은 점차 부패해가고, 태화의 죽음이라는 비극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사랑하는 법을 배운 적 없어 사랑할 줄 모르는 두 사람이 가늘고 약한 거미줄에 위태롭게 매달려 서로에게 손을 내민다. 오직 두 사람만이 존재하는 깊은 밤, 윤아는 비로소 태화의 연고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