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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이디스 워튼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이디스 워튼 Edith Wharton, 1862~1937
1862년 미국 뉴욕의 명망가인 존스 가문에서 태어났다. 어려서부터 이탈리아, 프랑스,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거주하고 여행하며 견문을 넓혔다. 1877년 처음 중편 소설을 집필하고, 이듬해 시집을 출간하는 등 어려서부터 문학에 재능을 보였다. 당시 상류 사회에서는 여성이 작가가 되는 것을 ‘노동’이라 여겨 꺼렸는데, 이 때문에 어머니가 빠르게 사교계에 데뷔시켰다고 전해진다. 한 번의 파혼 끝에 에드워드 워튼과 결혼해 작품 활동을 이어갔으나 애정 없는 결혼 생활로 신경 쇠약을 앓았다. 한때 불륜 문제로 지탄받은 적도 있지만 불행한 개인사를 작품 활동의 동력으로 삼아 창작을 멈추지 않았다. 이혼 후 1914년부터 프랑스에 정착하여 전쟁 구호 활동에 활발하게 참여하고 관련 저술 활동을 이어갔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프랑스 정부에서 최고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1921년에는 《순수의 시대》로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받았으며, 1923년에는 마찬가지로 여성 최초로 예일대학교에서 명예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26년에는 미국 예술원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미국 문학사에서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작가로 손꼽히며 《버너 자매》, 《환락의 집》, 《이선 프롬》, 《여름》 등의 여러 작품을 남겼다. 1937년에 심장마비로 프랑스 파리에서 영면했다.

역자 :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듀크대학교,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에서 교환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서강대학교 영문학과 명예교수로 재직하며 번역가, 문학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 《문학이란 무엇인가》 《세계문학이란 무엇인가》 《이양하, 그의 삶과 문학》 《설정식, 분노의 문학》 《비평의 변증법》 《천재와 반역》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앵무새 죽이기》 《호밀밭의 파수꾼》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이선 프롬》 《아메리카의 비극》 《새장에 갇힌 새가 왜 노래하는지 나는 아네》 등 다수가 있다. 2011년 한국출판학술상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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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사랑에 배반당한 한 여성,
불현듯 떠오른 한 아이의 이미지에 이끌려
모성에 기반한 수십 년의 양육 실험을 결정하다!

《피난처》의 주인공은 상류층 가문 출신의 케이트 옴으로, 그녀는 데니스와 약혼한 사이다. 그러나 사랑의 단꿈에 한껏 부풀어 기뻐하던 그녀는 어느 날 마을에서 발생한 충격적인 사건에 데니스가 연루되어 있다는 의심을 품는다. 이후 사건의 전모를 더욱 자세히 알게 되면서 데니스가 재산 상속을 위해 부도덕한 일에 깊이 연루되었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케이트는 데니스에게 자기 죄를 솔직히 고백할 것을 권유하지만 거절당하고, 이 결혼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한다. 그러나 케이트가 더는 데니스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분명하게 깨달은 그 순간, 그녀의 머릿속에 한 아이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연달아, 불현듯 데니스의 도덕적 결함을 모르는 또 다른 여성이 그의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보다는 자신이 그 아이를 양육하는 게 낫다는 결론에 다다른다. 이렇게 상류 사회의 속물적 비속함을 끊어내기 위한 케이트의 생을 건 투쟁과 실험이 시작된다.

세월이 흘러, 케이트의 아들 딕은 장성해 번듯한 어른의 모습으로 사회에 막 진출하려는 참이다. 아버지 데니스의 기질이 아들에게 전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딕을 철저히 훈육, 교육한 케이트의 양육은 성공을 눈앞에 둔 듯 보인다. 그러던 중 딕에게 일생일대의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이는 기회인 동시에 위기다. 커다란 성공의 기회 앞에서 딕의 자제력이 시험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때마침 등장한 젊고 매혹적인 여성 미스 버니는 딕의 성공을 결혼의 조건으로 제시하며 딕이 부정직한 방법으로 기회를 쟁취할 것을 은밀히 부추긴다. 케이트는 온 힘을 다해 아들이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 하지만 절대 직접적인 방법은 사용하지 않는다. 그녀는 아들이 부정직한 방법으로라도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자기 내면의 솔직한 욕망과도 싸우면서, 미스 버니와 딕의 선천적 기질에 맞서 아들이 옳은 길을 갈 수 있도록 은밀히 조력하고자 한다. 그녀가 직접 나서면 딕의 자율성이 침해받아, 설령 아들이 옳은 선택을 하더라도 그 의의가 반쪽짜리에 불과해지기 때문이다. 이디스 워튼은 이 아슬아슬한 딜레마와 선택 사이에 흐르는 폭발 직전의 긴장감을 특유의 깊이 있고 함축적이면서도 직진하는 문체로 담아낸다. 케이트뿐 아니라 아들 딕을 위한 ‘피난처’로 향하는 여정을 비도덕적 사회를 살아가는 도덕적 인간의 딜레마와 버무려 몰입감을 높이는 것이다.

양육과 본성 중 인간에게 더 결정적인 것은 무엇일까?
오래된 논쟁거리를 문학적 긴장감으로 승화하는 독창적 작품

《피난처》는 ‘사랑과 불화하는 결혼’이라는 워튼 문학의 대주제를 포괄하는 동시에, 본성과 양육의 철학적 문제 역시 다루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오늘날 더한층 그 의미가 풍부해진다. 타고난 본성과 훈련을 동반한 양육 중 인간의 기질과 선택에 더 큰 영향력을 끼치는 것은 무엇일까? 이 문제는 칸트와 루소, 로크를 비롯한 근대의 철학자들에게서 논쟁되기 시작해, 유전자 등에 대한 과학적 연구가 활발해진 동시대까지도 여러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담론의 전쟁터다. 현재는 격렬한 논쟁 끝에 이 둘이 상호 보완적이라는 일반론적 명제가 널리 통용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나 마음속으로는 이들 중 더 중점을 두고 있는 것이 있다. 《피난처》는 이 오래된 철학, 과학 논쟁을 무대 삼아 결말 직전까지 긴장감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에 독자들은 각자의 입장에 맞추어 긴장감을 갖고 작품이 던지는 질문에 나름의 방식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 문제에 대한 독자의 입장이 무엇이든, 이디스 워튼이 오래된 논쟁을 문학으로 풀어가는 과정의 대단히 높은 밀도에는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른 한편 《피난처》에는 본성과 양육의 문제 말고도 여러 대립 구도가 더해져 독자의 흥미를 북돋는다. 어머니로서 딕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자 하는 케이트에게 최대의 경쟁자는 미스 버니다. 미스 버니는 ‘신식 여성’으로 케이트는 내내 그녀가 뿜는 기묘한 생기와 활력, 특유의 거만하면서도 솔직한 태도에 거부감을 갖는다. 두 사람은 각자 딕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기 위해 경쟁하는데, 워튼은 이 경쟁 구도에 전통적인 여성성(케이트)과 새롭게 등장한 여성성(미스 버니) 사이의 갈등을 더해 긴장감을 배가한다.

더불어, 딕을 두고 두 여성이 경쟁한다는 작중 인물의 관계도는 독자를 정신분석적 해석으로도 인도한다. 《피난처》에는 케이트와 딕 사이에 굉장히 깊은 친밀성이 흐르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 많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성적 애착을 느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와 반대로, 어머니가 아들에게 성적 애착을 느끼는 이오카스테 콤플렉스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이외에도 비록 은밀한 방식이라고는 해도 장성한 아들의 일에 어머니가 시시콜콜 간섭하는 것이 과연 바람직한지에 관한 물음, 종내에는 어머니의 품에서 피난처를 찾는 딕이 과연 제대로 된 성인이 맞는지에 대한 물음 등이 촉발되기도 한다. 여러 사회적, 철학적 논쟁거리를 작중 인물의 관계와 그들이 마주한 상황에 녹여내 독자의 몰입감을 증폭하는 이디스 워튼 특유의 작법이 도드라지는 대목이다.

이디스 워튼 문학의 정수가 발아한 작품이자
이디스 워튼 문학이라는 높은 산의 적절한 가이드가 되어줄 작품!

이처럼 《피난처》는 추후 이디스 워튼의 여러 대표작에서 반복될 도덕적 딜레마를 비롯한 주요한 테마를 비롯해 지금까지도 논쟁거리가 되는 여러 물음에 대한 논쟁을 밀도 높은 문학적 문장에 응축해 풀어낸 작품이다. 무엇보다, 한 개인의 결연한 의지가 관습화된 부도덕한 통념을 거스를 수 있을 것인지를 묻는다는 점에서 우리를 속박하는 사회와 그를 돌파하는 개인의 이야기, 즉 가장 보편적인 문학적 테마를 취한 작품이기도 하다.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이자 문학사에서 손꼽히는 여성 작가가 오래전에 던진 질문이 아직도 이토록 날카롭고 형형하다는 점이 놀랍다. 모쪼록 이디스 워튼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인 《피난처》를 통해, 국내 독자에게 워튼 문학 세계의 확장과 더불어 그녀가 작품 속에 담은 메시지를 다시 한번 곱씹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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