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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일본 NHK 드라마 화제작
제64회 마이니치 예술상, 제5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수상작

"스물아홉, 독신, 비정규직,
내가 원한 건 더 편한 삶이었고, 내가 가진 건 자궁뿐이었다."

《타임》지 선정 ‘놓쳐서는 안 될 책 6권’에 이름을 올린 《아웃》의 작가 기리노 나쓰오가 여성의 생식과 빈곤, 사회적 계급이 교차하는 지점을 날카롭게 파고든 신작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로 돌아왔다. 2024년 일본 NHK에서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큰 화제를 모은 이 작품은 제64회 마이니치 예술상과 제5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동시에 거머쥐며 대중성과 작품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작품은 홋카이도에서 상경해 도쿄의 비정규직 사무직으로 일하며 고단한 일상을 이어가는 스물아홉 살 독신 여성 ‘리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지독한 가난에서 벗어날 기회를 찾던 그녀에게 동료는 거액의 보수를 대가로 한 ‘난자 제공’을 제안한다. 그러나 난자 제공을 위해 찾은 클리닉에서 그녀는 ‘대리 출산’이라는 또 다른 선택지를 제안받는다. 삶을 옥죄어 오는 가난으로부터 탈출하고픈 리키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현대 사회가 외면해 온 윤리적 사각지대를 날카롭게 조명하며 우리가 어떤 시대에 살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선을 지켜야 하는지 묻는다. 이 작품은 결코 편안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러나 마지막 장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강렬한 서사와 시대상은 독자로 하여금 끝내 불편한 진실과 마주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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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장 보일드 에그
2장 시간과의 싸움
3장 수정 순례
4장 BABY 4 U
5장 갓난아기의 영혼
저자 소개
저자 : 기리노 나쓰오
1993년 《얼굴에 내리는 비》로 제39회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등단했다. 이후 1998년 《아웃》으로 제51회 일본추리작가협회상, 1999년 《부드러운 볼》로 제121회 나오키상을 받았다. 2003년에는 《그로테스크》로 이즈미 교카 문학상, 2004년 《잔학기》로 제17회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08년 《도쿄섬》으로 제44회 다니자키 준이치로상, 2009년 《여신기》로 제25회 무라사키 시키부 문학상을 받았다. 2010년과 2011년에는 《나니카아루ナニカアル》로 제17회 시마 기요시 연애문학상, 제62회 요미우리 문학상을 연이어 수상했다. 2015년에는 문화예술 분야에서의 공로로 자수포장을 받았고, 2021년에는 와세다대학 쓰보우치 쇼요 대상을 수상했다. 2023년에는 본작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로 제64회 마이니치 예술상, 제57회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역자 : 김혜영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과 일본학을 전공했다. 졸업 후 번역 에이전시에서 근무하다 꿈에 그리던 번역가의 길로 들어섰다. 기리노 나쓰오의 《품는 여자》를 비롯해 미나토 가나에의 《모성》, 기노시타 한타의 《삼분의 일》, 하마나카 아키의 《침묵의 절규》, 시바타 요시키의 《나를 기억하니》 등을 번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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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기리노 나쓰오
번역 김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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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욕망과 결핍이 교차하는 자리,
선택지가 거의 없는 삶에서 살아남기 위한 선택
“이건 모성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도쿄에서 비정규직으로 근근이 살아가는 스물아홉 살 여성 ‘리키’. 빠듯한 현실에 치여 미래를 꿈꿀 수조차 없던 그녀에게 거액의 보상이 보장된 ‘대리 출산’은 빈곤의 굴레를 끊어낼 유일한 탈출구로 다가온다.

한편,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부부 사이에서도 균열이 깊다. 발레리노로서 자신의 우월한 유전자를 남기고 싶은 남편 모토이는 대리모를 의뢰하는 일에 주저함이 없다. 반면 아내 유코는 여성의 신체가 수단으로 전락하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고, 자신의 유전자가 섞이지 않은 아이를 받아들여야 하는 선택 앞에서 갈등한다. 서로 다른 처지의 욕망과 결핍은 ‘대리모’라는 선택을 사이에 두고 점점 더 복잡하게 얽혀간다.

리키에게 보상금은 단순한 거액이 아니라 비정규직의 굴레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꿈꿀 수 있는 유일한 탈출구다. 그녀의 선택은 자유의지라기보다 선택지가 거의 없는 삶이 만들어 낸 생존 전략에 가깝다.

생존을 위해 내몰린 선택 앞에서 이 소설은 끈질기게 질문을 던진다. 과연 리키가 빈곤하지 않았더라면 대리모라는 선택을 했을까. 그리고 그 결정은 과연 ‘선택’이라 부를 수 있는 것이었을까.

자유와 존엄을 타인에게 내어준 삶
결핍의 끝단에서 길어 올린 어느 여성의 디스토피아

가난은 때때로 삶의 기로에 선 인간에게서 자유의지를 빼앗는다. 자유와 존엄을 지키는 일조차 사치가 되는 순간, 사람은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협상 테이블 위에 올려놓게 된다. 《제비는 돌아오지 않는다》는 몸과 노동, 시간과 미래까지도 거래 가능한 자원이 되는 세계를 그려낸다.

이 소설이 다루는 ‘대리 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윤리적 선택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다.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사람들과 생존하고자 자신의 몸을 협상의 대상으로 내놓는 여성을 통해 현대 사회 속 보이지 않는 권력 구조를 드러낸다. 같은 사회 안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두 삶의 간극은 쉽게 좁혀지지 않는다.

작가는 대리 출산이라는 민감한 소재를 통해 누군가에게는 삶을 이어가기 위한 유일한 기회가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욕망을 실현하는 수단이 되는 현실을 비춘다. 그 사이에서 인간의 몸과 삶은 점점 더 복잡한 거래의 구조 속으로 스며든다.

결국 이 소설이 보여주는 것은 누군가의 특별한 비극도, 완벽한 행복도 아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 어딘가에서 지금도 반복되고 있을지 모르는 현실, 그리고 그 속에서 끝내 자신의 삶을 버텨내야 하는 어느 인간의 기록이다.


책 속으로

슈퍼에서는 마감 세일로 저렴해진 식품만 골라 담고, 전기세와 가스비를 줄이고, 걸어 다니면서 교통비를 절약하고, 옷은 중고 매장에서만 겨우 사는 삶. 그런 비참한 삶에서 단 한 순간이라도 좋으니 해방되고 싶다. -13p

“아니, 난자 제공하는 데 1회에 50만 엔에서 80만 엔이라고 적혀있잖아. 가격 차이가 왜 나나 생각해 봤는데, 등급을 매기는 거 아닐까?”
데루가 소곤소곤 속삭였다. 하지만 목소리가 낮고 걸걸해 오히려 주변에 더 잘 들렸다. 리키는 작은 소리로 되물었다.
“등급이라니?” -22p

모토이는 생각했다. 내게도 아이가 있다면 수많은 별 중의 일등성인지 확인할 수 있을 텐데. 그것은 본인이 일등성이었는가에 대한 증명이기도 했다. 그 증명에 대한 집착은 나이가 들수록 강해졌지만, 자신이 일등성이라는 발상 자체가 전무할 유코에게는 곧 죽어도 말할 수 없는 생각이었다. -48p

“그럼 모토는 리리코가 나 대신 애를 낳아주겠다고 하면 섹스할 거야?”
“안 하지. 나도 고르게 좀 해줘라.”
고르게 해달라라. 하마터면 그 말에 유코는 과민 반응할 뻔했다. 내 남편은 좋은 난자를 골라, 좋은 자궁에 넣어, 출산하는 일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건가.
“그럼 모토는 어떤 사람을 고를 건데? 어떤 사람이어야 아이를 만들어도 괜찮은 건데?”
유코는 힐난하듯 물었다. 모토이가 뭐라고 답할지 궁금했다. -89p

“부탁드립니다. 저희는 시간이 없습니다. 정말로 이건 시간과의 싸움이에요.”
리키는 생각했다. 이사 가고 싶다. 이 생활에서 벗어날 돈이 있으면 좋겠다. 사실 그녀도 알고 있었다. 본인 또한 막다른 길에 다다랐다는 걸. 리키는 크게 한숨을 내쉬고 고민하는 시늉을 했다. 사실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133p

지금 리키는 스물아홉 살이다. 난자 제공은 서른 살 미만까지 가능하다고 하니 내년이면 시기를 놓친다. 확실히 여자의 인생에는 ‘놓치면 안 될 시기’가 따라다닌다. -134p

“하지만 본인이 승낙한 거야.”
“돈이 없으니까 받아들인 거잖아. 팔 게 없으니까 난자랑 자궁을 판 거라고. 완벽한 착취지. 그 사람이 돈이라는 대가가 없다면 남의 집 아이를 출산하겠어?”
더 말하지 않아도 유코는 그 말의 의미를 알았다. 그녀의 속에서도 리리코와 똑같은 의문이 있었으니까. 하지만 세상의 여느 부부들처럼 아이를 갖고 싶어 하는 게 그렇게 나쁜 일일까. -201~202p

일주일이 지나 리키가 다시 테스트했을 때도 역시 양성이었다.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나른하기도 하고, 배가 당기는 것 같은 통증도 느껴졌다. 완벽한 임신 징후였다. 그제야 리키는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게 실감이 났다. 앞으로 어떤 항해를 하게 될까. -294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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