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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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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출판사 결에서 선보이는 앤솔로지 시리즈 ‘여백과 결’은 하나의 단어에서 출발한다. 여백은 빈 상태이지만, 언제든 가득 찰 수 있는 가능성의 세계이며, 그 세계는 작가의 이야기로 시작되어 독자의 시선으로 완성된다.

‘여백과 결’ 두 번째 도서 『몸의 모든 기억』에는 고명재, 김복희, 김선오, 김현, 안미옥 시인이 각기 다른 신체 부위를 부여받아 몸에 관해 써 내려간 산문이 담겨 있다. 손, 발, 눈, 입, 귀로 이뤄진 신체 부위는 단지 몸을 구성하는 기관이 아니라, 기억을 길어 올리는 감각의 통로로 다시 태어난다. 스물일곱 개의 손뼈마다 사랑이 깃든 손, 발길 닿는 대로 나아가 마주한 장면과 생각을 그러모으는 발, 렌즈라는 또 다른 눈을 통해 미처 보지 못했던 흔적과 마주하는 눈, 다른 존재의 입을 헤아려보다가 자신의 말과 침묵의 경계를 가늠하는 입, 영혼과 영혼을 잇는 통로가 되어주는 귀까지. 다섯 가지 신체 부위에 관한 은밀한 기억은 하나의 몸으로, 한 권의 책으로 포개어진다. 그 포개어짐은 우리가 무심히 지나쳐온 몸의 감각을 더욱 또렷하게 되살린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몸 구석구석에도 미처 알아채지 못한 기억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새삼 발견하게 될지 모른다. 몸은 오랫동안 나를 기억해온 가장 정직한 증인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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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고명재
손뼈 세기 …… 13

김현
걷기 …… 51

김선오
눈과 몸 …… 73

안미옥
어디에든 무엇으로든 …… 93
유치를 잃는 시간 …… 105
듣는 빛 …… 109

김복희
귀에 대한 몇 가지 이야기 …… 119
저자 소개
저자 : 고명재
202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우리가 키스할 때 눈을 감는 건』 『어깨에 머리를 기대던 시절』, 산문집 『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등이 있다.

저자 : 김복희
2015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내가 사랑하는 나의 새 인간』 『희망은 사랑을 한다』 『스미기에 좋지』 『보조 영혼』 『생 마음』, 산문집 『노래하는 복희』 『시를 쓰고 싶으시다고요』 『오늘부터 일일』 등이 있다.

저자 : 김선오
2020년 시집 『나이트 사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세트장』 『싱코페이션』 『말 꿈 몸』,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 『시차 노트』 등이 있다.

저자 : 김현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김현 시선』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장송행진곡』 『깨끗한 슬픔』(공저), 소설집 『고스트 듀엣』 『고유한 형태』,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우리 반에도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공저)가 있다.

저자 : 안미옥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온』 『힌트 없음』 『저는 많이 보고 있어요』, 산문집 『조금 더 사랑하는 쪽으로』 『빵과 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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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고명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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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손은 사랑. 손은 먼 곳. 인간의 가지. 빛을 향해 끝 모를 듯 자라는 식물들처럼. 무한히 생장하고 무한히 꿈꾸며 살고 싶었다. 타인에게 가닿을 능력이 우리에게 있다는 것. 그 능력이 실체화된 것이 손이라면, 나는 그 손으로 밥을 푹푹 떠주고 싶었다. 김이 펄펄 나는 쌀밥을 지어 큰 주걱으로 밥을 푹푹 떠서 돌김과 건네고 싶었다. 한참을 그걸 씹으며 떠들고 싶었다. 가끔 쌀알이 입가에 붙으면 떼주고 싶었다. 그러지 못해도 손끝을 내밀고 싶었다.
고명재
--- 『손뼈 세기』 중에서

떠나 왔으니 멈추는 게 중요하다. 걷다가 멈추기. 멈춰 서서 바라보는 것. 들어가는 것. 빠져나오는 것. 그 검푸른 생각의 눈밭에 발자국을 남기며 걷기. 가끔은 내가 어떤 흔적을 남기며 걸어왔는지도 되돌아보면서. 필요하면 뒷걸음질 쳐서 다시 그 자국을 따라 걸어보는 것. 그러다 자국을 지우기도 하고 부러 다른 자국을 만들어보기도 하는 것. 그러나 중요한 건 그 모든 행위가 나아감으로 연결되게 하는 것. 길은 그 자체로 하나의 나아감이라는 하이데거의 말을 빌리자면 멈춰 서기는 하나의 나아감이다.
김현
--- 『걷기』 중에서

너에게 ‘보기’란 장면으로부터 기억을 걷어내려는 노력에 가깝다. 이는 네가 너로부터 너 자신을 걷어내고 싶어 한다는 말과 같다. 을지로 풍경을 뒤덮는 서울에서의 모든 기억. 서울에서의 모든 사랑. 서울에서의 모든 절망. 서울에서의 모든 너. 서울에서 나고 자란 너를 이루는 모든 것을 잊으려는 노력. 너는 네가 너를 잊을 때 가능한 보기가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너는 여기에 있다. 너무나 있다. 여기 없는 것만이 잊힌다. 있는 것을 잊을 수는 없다.
김선오
--- 『눈과 몸』 중에서

귀는 참 열린 곳입니다. 잠든 당신의 귀에 누군가 독을 부을 수도 있고 벌레가 기어들어갈 수도 있고, 시 또는 다른 글을 부을 수도 있고, 그 모든 것을 부어둘 수도 있겠지요.
찰찰 넘치게 하세요.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김복희
--- 『귀에 관한 몇 가지 이야기』 중에서

어떤 문장은 내가 말로 꿰매어 놓은 둥지 같다. 내가 만들 수 있을지 몰랐던 것인데, 내가 안전하게 숨어 있을 수 있는 문장이 되기도 한다. 그 안에서 한참을 더 살게 되기도 한다. 문장이 읽는 사람을 살게 할 수 있다면, 우선은 쓴 사람이 그 문장으로 인해 살 수 있어야 한다. 그런 문장을 만나는 일은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숨을 쉬게 하는 안전함은 어떤 의도를 가지고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완벽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할 수 있는 것으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말을 했을 때만 가능하다. 무엇에도 끄떡없는 방식으로서가 아니라, 바람이 불면 바람에 흔들리는 재봉새의 나뭇잎 둥지처럼.
안미옥
--- 『어디에든 무엇으로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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