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으로
"청춘이 힘겨운 건 모르는 것들 투성이기 때문이다. 도무지 뭘로 채워야 할지 모를 빈칸들이 눈앞에 수두룩한 시험 시간 같다고나 할까. 돌아보면 그 빈칸들에 정답은 없었다. 하지만 왠지 누군가 정답지를 들고 채점할 것만 같은 공포, 그리고 남들과 다른 답을 쓰게 되면 어쩌나 하는 두려움으로, 내 20대는 늘 숨 막히는 시험 시간이었다.” _드라마 ‘응답하라 1994’ 대사
봄날을 청춘에 비유하는 건, 저 순식간에 져버리는 벚꽃 같은 찬란함 때문이다. 너무나 짧고 또 처음 경험하는 것들 앞에서 청춘은 불안해 한다. 그래서 〈응답하라 1994〉의 빙그레(차선우)는 누군가 정답지를 들고 자신이 채운 빈칸을 채점할 것 같은 두려움에 방황한다. 하지만 그럴 시간이 없다. '초속 5센티미터'의 속도로, 봄도 청춘도 순식간에 지나가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초속 5센티미터〉를 그리던 시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단편영 화 극장 톨리우드에 자주 갔다고 한다. 자신이 만든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기 위해서였는데 50석 좌석의 극장에서 혼자 보던 일이 잦았다고 했다. 지금은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이지만, 50석도 채우지 못했던 시절의 그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20년이 지난 지금, 그는 상처 많고 몹시 불완전하던 그 시절의 작품이 눈부시다고 했다. 지금은 절대 만들 수도, 만들지도 않을 작품이라고. 그러니 빈칸 앞에 서 있는 청춘들이라면 뭐라도 써 넣길. 그것이 뭐든 눈부신 순간들이 될 테니까.
---「1장. 시작-저마다의 인생 앞에서」 중에서
"금이 가면 좀 어때. 상처 좀 주고받으면 또 어때. 우린 다 완벽하지 않아. 그래서 서로한테 미안해야 될 일도 만들고 또 사과하고 다시 붙이고. 그러면서 사는 거야." _드라마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대사
팬데믹이 오고서야 나는 알았다. 사람들은 서로 보이지 않는 선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 선들이 애타게 서로를 당기며 만나려 했다는 것을. 숨을 나눌 수 없는 세상이 오자, 그 선이 끊어지고 그 사이에 건너기 힘든 금 같은 것들이 생겼다는 것을. 그래서 애써 마스크를 끼고서라도 그 선을 다시 잇고 금간 걸 이어 붙이려 안간힘을 썼다는 것을. 펜데믹 시기에도 봄은 왔지만, 우리 마음은 늘 겨울 한복판에 있었다. 마침 방영됐던 〈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는 그래서 팬데믹이 끝나면 다시 나누고 싶은 숨과 이어지고 싶은 선을 은유하는 제목의 드라마처럼 보였다. 그 안에는 정말, 상처 입어 끊어진 관계 속에서 마음의 겨울을 맞이한 가녀린 존재들이 보여주는 따뜻함이 있었다. 차가움과 차가움이 만나고, 슬픔과 슬픔이 만나 만들어내는 따뜻함.
---「2장. 사랑-행복한 기억을 모으는 일」 중에서
"대나무는 너무 올곧아 큰 바람에 금방 부러지지만 풀은 아무리 바람이 불어도 다시 일어납니다. 대나무처럼 하시더라도 마음은 풀처럼 일어나십시오. 버티세요. 부러지지 말고."_드라마 ‘모범택시’ 대사
아버지의 등은 결코 부러지지 않을 듯 단단하고 꼿꼿한 대나무같았다. 기억도 가물한 어린 시절 양장점을 하실 때는 거의 잠도 안 자고 서울과 시골을 오가며 옷 장사를 하셨고, 모은 돈으로 땅을 사서 여관을 할 때도 겨울밤이면 방마다 연탄을 가느라 잠을 설치셨다. 그래도 돈 버는 재미에, 그리고 그 돈으로 자식들 키우는 재미에 힘든 줄도 몰랐다고 하신다. 아버지가 특히 더 힘들었던 건 그 대나무 같은 기질 때문이 아니었을까. 삶의 질곡과 위기 속에서 슬쩍 휘어지면 쉬웠을 텐데, 그저 꼿꼿하게 서서 버티려 했으니 그 허리는 끊어질 듯 아팠을 게다. 아버지의 등은 이제 나이 들어 절로 구부러졌다. 애써 꼿꼿이 설 힘도 빠져버렸다. 하지만 그래도 아버지의 그 기질은 변하지 않았다. 이미 구부러진 허리로도 애써 꼿꼿이 서려 하신다. 그럴 땐 [모범택시]에 나온 대사처럼 말하고 싶어진다.
---「3장. 가족-일상의 기적」 중에서
"내가 미술학원 다닐 때 물감이 아까워서 조금씩 썼거든. 그랬더니 어떻게 됐는지 알아? 중간에 굳어서 반도 못 쓰고 버렸어. 물감이랑 마음이랑 똑같아. 아끼지 마. 그러다 굳어버려." _드라마 ‘호구의 사랑’ 대사
그 누가 호구가 되고 싶을까. 우리는 호구가 되고 싶지도 않고 또 돼서도 안된다 생각한다. 어느새 삶이 주고받는 거래처럼 되었고, 그래서 늘 수지타산을 생각하기 때문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도 마찬가지다. 조금이라도 내가 더 준 것 같으면 그건 호구가 된다. 사랑의 호구. 하지만 〈호구의 사랑〉의 대사처럼 아까워서 아끼다 보면 마음은 단단히 굳어져 버리기 마련이다. 안 쓰는 만년필이 말라버리고, 창고에 쌓인 물건들에 녹이 슬듯, 아끼려고 안 쓰는 것들은 그래서 더 망가진다. 마음은 더더욱 그렇다. 마음을 쓰는 건 주는 만큼 돌려받아서가 아니라 주는 그 자체가 좋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너무 재지 말고, 호구될 걱정일랑 접어두고. 마음 써야 할 일에는 마음껏 꺼내어 쓰길. 설사 호구가 된다 해도 어쩌겠나. 삶이란 것이 늘 수지타산에 맞는 장사는 아니니.
---「4장. 위로-살자고 하는 짓은 다 용감한 거야」 중에서
추천사
만화를 아주 오래 그렸다. 비로소 어떤 한 장면을 그리고 싶어서 그 기나긴 연재를 시작하기도 하고 괴로운 마감의 나날을 견뎌내기도 했다. 드라마 극본 작가가 되었다. 어쩌면 비로소 어떤 대사를 쓰고 싶어서 그 기나긴 이야기를 써나갔던 것 같다. 그런 대사를 쓸 때는 아무도 없는 작업실에서 자꾸 뒤돌아보게 된다. 몰랐으면 하면서도 알아줬으면 하는 기분. 정덕현 작가님의 에세이를 읽으며 그걸 들킨 느낌이었다.
- 강풀 ([무빙], [조명가게] 극본 작가 겸 만화가)
드라마를 보다가 좋은 대사를 만나면 잠깐 멈춰서고 싶어진다. 한번 소리 내어 읊어보고 싶고 손으로 꾹꾹 눌러 써보고 싶어진다. 말 한 마디가 내 마음을 툭 건드려서 멈칫하게 되는 그 순간. 이 책에는 그런 순간들이 가득 담겼다. 따뜻한 시선으로 마음을 읽어주는 작가 정덕현은 그런 아름다운 순간들을 우리의 일상 속으로 초대한다. 책장을 펼쳐 그가 건네는 초대장을 받아 볼 것을 권한다.
- 박지은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사랑의 불시착], [눈물의 여왕] 작가)
한 자 한 자 천천히 눌러 쓰며 위로와 평온의 시간을 맞으시길!
- 박해영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모두가 자신의 무가치함과 싸우고 있다] 작가)
열 마디 말보다 한 줄의 대사가 큰 힘이 될 때가 있습니다. 내 영혼의 한 조각을 드라마에서 발견할 때, 넘어져도 일어나는 주인공들처럼 다시금 용기를 내게 됩니다. 누구보다 드라마를 사랑하는 이가 가장 고운 말만 골라, 들꽃 말리듯 페이지마다 꾹꾹 눌러 담은 이 조각들이 당신께도 다정한 위로로 닿길 바랍니다.
- 이강 ([미지의 서울], [오월의 청춘] 작가)
단 몇 줄의 대사에서 이토록 공감되는 인생 이야기를 풀어 낼 수 있다니. 어떤 드라마보다도 더 공감되고 몰입하게 만드는 글이다. 팍팍한 현실에 지쳐 있다면 이 책 한 권을 들고 떠나보길 권한다. 순식간에 읽히고 어느 순간 위로받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우정 ([응답하라] 시리즈,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작가)
정덕현은 신데렐라 요정 대모가 호박으로 마차를 만들 듯, 드라마 속 순간을 현실 속 무지개로 만드는 작가들의 요정 대부다. 그가 모은 대사와 에세이를 읽노라면 마음은 절로 동그래지고, 귀에는 가만가만 마음을 둥글리는 응원가가 느껴진다. 간직하고 싶던 인생 드라마 속 순간들이 켜켜이 쌓여 있어, 페이지마다 책갈피를 꽂고 싶은 인생 에세이다.
삶이 당신에게 신 귤을 주는 어느 날. 이 책이 고것을 또똣한 귤차로 만들어 주기를!
- 임상춘 ([쌈, 마이웨이], [동백꽃 필 무렵], [폭싹 속았수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