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인간은 왜 정원이 필요한가?
자연을 향한 초록 열망의 결정체, 정원의 역사와 진화
보통 정원은 집 안에 가꾼 뜰이나 꽃밭을 의미하지만, 단순히 아름다운 식물을 키우는 장소에 그치지 않는다. 17세기 인도의 샤 자한 황제가 사랑하는 아내의 죽음을 기리며 만든 타지마할처럼 정원은 사랑에 대한 메타포였고, 기하학적 대칭과 원근법을 바탕으로 정교하게 설계했던 루이 14세의 베르사유 궁전 혹은 중국 청나라 서태후가 만든 이화원처럼 절대적 권력과 야망을 표출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무엇보다도 정원은 사색과 창조, 영감의 원천으로서 사회와 인간의 생각을 반영하는 중요한 문화적 매개체였는데, 인간의 보편적 가치, 즉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이 말한 ‘바이오필리아biophilia(생명 사랑)’의 본능을 충족시키며 깊은 휴식과 여유, 안정감을 제공해온 공간으로 오랜 세월 사랑받고 있다. 저자는 정원이 세상과 차단된 내밀함과 신비로움을 품은 장소이자 수학적 구조와 비례, 규칙성을 담은 과학적 요체, 땅을 캔버스 삼아 탄생시킨 하나의 예술작품이라고 말하며, 역사의 발전과 함께 과학·철학·예술·건축이 한데 어우러진 문명의 집결체로서의 다양한 정원들을 소개한다.
개인의 울타리를 넘어선 공원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꿈꾸는 도시의 발명품
세계적으로 유명한 정원들 중 상당수는 애초에는 개인의 의지로 조성되었다가 근대에 들어서면서 공공 정원public garden, 즉 공원公園으로 전환된 경우이다. 미국의 챈티클리어 가든이나 모리스 수목원이 그러하고, 영국의 비영리 단체 ‘내셔널 트러스트’에서 운영하는 상당수의 정원들 또한 과거에는 귀족들의 소유였다가 후대에 이르러 공원으로 전환되었다. 우리나라에는 민병갈 박사의 천리포수목원이 잘 알려져 있다. 한편 공원은 도시의 발전과 함께 다양한 형태로 발전했는데, 산업혁명 후 도시의 식량 부족과 빈곤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 형성을 위해 만들어진 커뮤니티 가든, 한겨울 도심에서 자연의 싱그러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온실 정원, 중요 식물 자원을 보전하고 교육하는 ‘컨서버토리Conservatory’, 어린이와 청소년의 오감발달, 창의성 개발을 돕는 어린이 정원, 그리고 시각 장애인을 위한 무장애 정원Barrier-Free Garden 등이 있다. 이처럼 공원은 도시의 생존과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다양한 시도를 거듭하며 지금도 진화하고 있다.
기후 위기와 탄소 중립, 대규모 멸종…
인류 난제 해법의 지혜를 정원에서 찾다
오늘날 인류는 지구 면적의 5퍼센트에 불과한 면적에 인구의 55퍼센트가 거주하고 있을 정도로 과밀화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처럼 자연과 유리된 채 생존을 위협하는 수많은 문제들과 마주하게 됨에 따라 정원은 그 실용적·효용적 측면에서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정원은 정신적·육체적·사회적 문제를 완화하고 우울증과 트라우마, 불안 등 다양한 심리 문제를 극복해 행복지수를 올려주는 데 크게 기여한다. 또한 정원은 자동차 배출 가스 등으로 발생하는 막대한 온실가스를 크게 줄여주어 탄소 중립 실천에 큰 역할을 하는데, 2024년 올림픽을 계기로 샹젤리제 거리를 본격 녹지화했던 파리의 경우처럼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더욱 적극적으로 정원을 끌어들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저자는 과거 도시가 정원을 만들었다면 이제는 거꾸로 정원이 도시를 품어 인간 삶의 질과 생존에 더욱 깊이 관여하게 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말한다. 미래의 정원은 인공지능과 사물 인터넷, 드론과 로봇, 빅데이터 등 각종 스마트 기술이 인간의 감성과 결합할 때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지며, 무한한 가능성 속에서 발전을 거듭하며 인류와 공존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