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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그녀의 것 _007
작가의 말 _273
저자 소개
저자 : 김혜진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나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축복을 비는 마음』, 장편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경청』 『오직 그녀의 것』,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 짧은 소설 『완벽한 케이크의 맛』 등이 있다. 신동엽문학상, 대산문학상, 제12회, 제13회 젊은작가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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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그건 자신이 멀리 치워두었던 마음, 어쩔 수 없다고 단념했던 마음,
그러니까 어떻게 해도 떨쳐지지 않는 이상한 이끌림이었다.”

그녀가 한 것은 일이었을까, 사랑이었을까?

이야기는 주인공 ‘석주’의 대학 생활로 시작된다. 소도시의 한 대학교 사학과에 재학중인 그녀는 “자신이 배우는 학문이 죽음과 닮았다고 생각”(8쪽)한다. 그 판단은 이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과거의 시간과 심오하고 풍부한 대화가 가능하다는”(같은 쪽) 깨달음으로 바뀌지만, 무색무취한 대학 생활과 자신의 삶에 불쑥 생기가 자리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1학년 2학기가 끝날 무렵 문학 창작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또 1년이 지나 소설 창작 수업을 들으면서 그녀의 삶에 조금씩 색이 덧입혀지기 시작한다. 주어진 몫을 받아들이는 데 전혀 거부감이 없는 그녀였지만 온 가족이 참석한 자신의 졸업식 날, 장차 교사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 부모에게 석주는 처음일지도 모를 반항을 감행한다. “아니, 교사 말고,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뭔지 고민해보고 싶어요.”(35쪽) 그 용기는 문학에 대한 열정과 애정에 빚지고 있었지만,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갈 때까지 직장을 구하지 못한 그녀는 스물넷의 나이로 ‘교한서가’의 교열자로 입사한다.

석주는 어쩐지 신출내기 교열자를 얕잡아보는 듯한, 좀처럼 곁을 내주지 않는 듯한 원고에 다가서고 싶었다. 한 권의 책으로 출간될 그 글 속에서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자신에게 알맞은 역할을 찾고 싶었다.(50쪽)

컴퓨터가 보급되고 있었으나 여전히 타자기를 사용하던 시절, 대부분의 책이 활판인쇄로 제작되던 시대. 석주는 일에 엄격하기로 정평이 난 교열과장 ‘오기서’ 아래에서 책의 본문을 제외한 부속들을 교정, 교열하는 업무로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적극적으로 손을 본 원고에 대해서는 지나치다고 질타”하고, “거의 손을 대지 않은 원고에 대해서는 무성의하다고 호통”(50쪽)치는 오기서는 깐깐한 사수이지만, 석주의 자질을 처음으로 알아본 선배이기도 했다. 이후 석주는 그의 추천을 받아 인문교양부의 편집자로 부서 이동을 하게 되고,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편집’의 세계에 입문한다. 도무지 ‘적응’이나 ‘타성’이 불가능해 보이는, “어떤 기준도 규칙도 없”고, “우연적인 동시에 필연적”(95~96쪽)인 편집 일의 매력에 눈뜨면서 그녀의 내면에서 고요하고도 뜨거운 또하나의 열정이 생겨난다. 그리고 용기를 내어 찾아간 편집자 소모임에서 마찬가지로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일을 하는 잡지 편집자 ‘조원호’를 만난다.

계획할 수 있으나 계획대로 되지 않고, 예상할 수 있으나 예상을 비껴난 형태로 완성되는. 두 사람은 그런 우연적이고 불완전한 세계에 매료된 닮은꼴의 서로를 단번에 알아본 거였다.(211쪽)

첫사랑에 완전히 실패하는 동시에
정확히 성공해버리고 마는 한 생애에 대하여

“멀리서 보면 단조로워서 똑같은 하루를 이어붙인 것 같은 나날. 그러나 그녀에겐 매일매일이 새로웠”(115쪽)던 건 일 때문이기도 원호 때문이기도 했다. 그녀에게 일과 사랑은 닮은꼴이기에, “얼마간 예상을 비껴나 있었으나 그래서 마음에”(131쪽) 드는 것이자, “다른 모든 것을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오히려 그 모든 것에 스며드는 방식으로” “언제나 결과가 아니라 과정 속에 존재하는 무엇”(211쪽)이다. 석주는 원호와 여행 같은 연애가 아니라 매일의 산책 같은 사랑을 시작하고, 더욱 깊은 관계로 발전한다. 더불어 자신에게 맞춤한 문학 편집자로 일하면서, 담당 작가가 생기면서 그녀의 일에도 점점 도톰한 양감이 생겨난다. 물론 일과 사랑은 삶의 어깨를 짓누르는 것마저 닮았다.

좋아하는 게 이렇게 무섭습니다. 밉고 싫고 그만두고 싶어도 꾸역꾸역 해나가게 되거든요. 예전에 제 사수가 그러더군요. 뭘 좋아한다는 게 원래 그런 거라고. 더 좋아하고 많이 좋아할수록 마음 다칠 일이 많다고.(253쪽)

일견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이야기는 후반부, 장편소설만이 선사할 수 있는 스펙터클과 압도적인 울림을 숨겨두었다. “대단할 것도, 내세울 것도 없는 그 여정”(264쪽)이 다다른 곳은 과연 어디일까? 나아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의 여정은 그녀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를까? 『오직 그녀의 것』은 한 사회 초년생이 제 역할을 찾아 분투하는 성장소설로, ‘편집’과 출판계를 리얼하게 다룬 노동소설로, 한 남자와 생활 같은 사랑을 하는 연애소설로도 읽힌다. 문학, 일, 나아가 운명에 대한 사랑까지 초월하는 ‘생애(生愛)’라고 부를 법한 크고도 너른 사랑. 대신 할 수도, 대체할 수도 없는 오직 그녀(나)만의 것을 독자 역시 이 소설 속에서 찾을 수 있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떨림과 설렘, 서투름과 투박함, 선망과 두려움이 뒤섞인 마음. 한번 시작하면 멈출 수도, 그만둘 수도 없는. 백지와 같은 자신의 삶에 높이와 깊이를 만들고 명암을 부여한 바로 그것.(271쪽)


■ 추천의 말

출판계 <응답하라 1988> 같은 이 소설은 출판의 탁월한 세부 묘사로 근원적인 그리움을 불러온다. 자신이 만들지 않았다면 전혀 다른 모습으로 구현되었을 책은 ‘편집자의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내겐 이 질문이 제일 먼저 도착했다. 『오직 그녀의 것』의 편집자 ‘홍석주’는 담담한 듯 단단한 직업인의 균형감각과 숙련이 얼마나 아름다운가를 보여준다. 내가 그녀에게서 찾은 ‘그녀의 것’은 “사람을 단번에 압도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만히 길들이는 방식”이었다. 이 책을 읽은 독자들은 어쩌면 ‘그녀’의 방식대로 ‘삶’이라는 자신만의 단 한 권의 책을 편집하고 싶어질는지 모른다. _정은숙(마음산책 대표)

김혜진은 자주 ‘일work’에 대한 이야기를 쓴다. 일의 얄궂음에 쉽게 마음 상하지 않고, 일의 곤란함을 일축하거나 해석하지 않고, 일이 사는 시간을 본다. 어쩌면 김혜진은 ‘자기 식’대로 보는 작가가 아니라 ‘당신 식’대로 보는 작가인지도 모르겠다. 김혜진이 관찰하는 ‘일’은 눈도 입도 없지만 작가가 비워준 자리만큼 자신이 품은 뭔가를 보여준다. 김혜진은 그것을 받아 적을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이고, 어쩐지 그에게 받아 적힌 ‘일’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작가 쪽으로 진심어린 묵례를 건넬 것 같다. 김혜진은 내게 언제나 최대한 물러나주는 작가이고, 나는 그가 물러난 자리에서 존중을 본다. 그의 묵묵한 물러남은 내게 어떤 부끄러움을 일게 하고, 부끄러움을 알게 해준 작가에게 나는 속절없이, 깊은 묵례를 보내고 싶은 마음이 된다. _김화진(소설가)


■ 작가의 말

지난해에는 책 만드는 사람들이 쓴 책을 찾아 읽었다.
가벼운 호기심에서 출발한 그 독서가 왜 뭔가 쓰고 싶은 마음을 불러왔는지 모르겠다. 마음에 와닿은 뭔가가 있었을 것이다. 진심이랄지, 열심이랄지. 이렇게 단어로 적고 나면 시시해지고 마는, 일하는 모습에 가려 좀처럼 보이지 않는 어떤 것들. (…) 평범한 사람들이 매일같이 해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 편집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책을 읽고 만드는 일상이 주는 울림이 컸다. 그렇게 보면 이 소설은 그동안 내가 읽어온 책들에 대한 독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2025년 가을
김혜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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