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강물이 굽이굽이 흐르듯 아이들이 사춘기 시절을 유연하고 건강하게 잘 넘어가기를, 무엇보다 사춘기 아이를 기르는 저를 포함한 우리 엄마들이 행복해지기를 정성스러운 마음을 담아 바라봅니다. 그 어느 때보다 혼란스러운 시기를 지나고 있을 사춘기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부디 이 책과 함께 마음을 터놓고 수다 떨듯 도란도란 이야기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아가 따뜻하고 소박한 집밥 한 끼를 함께 먹은 것 같은 충만함도 전해지기를 진심으로 소망합니다.
―7쪽
오늘은 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소화력을 좋게 해주며 영양까지 풍부한 단호박 타락죽을 만들어보자. 단호박 타락죽? 그게 뭐지, 라고 생각할 언니를 위해 타락죽에 대해서 얘기해줄게.
타락죽은 곱게 갈아놓은 쌀에 물을 붓고 우유를 넣어 만든 죽이야. 조선 왕실의 대표적인 보양식 중 하나였어. 타락죽에서 ‘타락’은 우유를 뜻하는데, 아주 귀해서 일반 대중은 먹지 못했고 반드시 궁중의 내의원에서 쑤어 보양 음식으로 왕족에게 바쳤다고 해. 타락죽에 시금치, 단호박, 감자, 고구마, 밤, 버섯 등의 재료를 섞으면 더욱 다양하게 즐길 수 있어.
오늘은 위장에 좋은 단호박을 함께 넣어서 만들어볼 거야. 필요한 재료는 찹쌀 180g, 단호박 1통(600g), 우유 500ml, 물 500ml, 소금과 설탕 한 꼬집씩 준비하면 끝이야.
재료가 간단하지? 만드는 방법도 어렵지 않으니 잘 따라와.
―21~22쪽
훌쩍 커버려 조금은 무심해진 아이의 뒷모습을 보고 있자면 섭섭한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야. 그런 아이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꾸만 질척대고 있는 내가 왠지 웃기기도 해. 물론 싫다는 아이를 쫓아다니는 이 시간들도 언젠가 흐려져 가물가물해질지도 모르지. 하지만 살아가는 동안 어느 날 문득 예고도 없이 그 기억들이 불쑥 찾아올지도 모르잖아? 뜻밖에 무척 생생하게 말이야. 나는 그런 기억들이 반가울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다는 생각이란다. 어쩌면 그때는 그런 기억이 우리의 가슴속을 요동치며 흔들지도 모르겠어. 마치 어느 여름밤, 우리 곁을 스쳐 지나갔던 시원한 바람처럼.
―37쪽
언니, 텃밭에도 궁합이 있다는 것 알고 있어? 이번에 바질에 대해 알아보다가 텃밭 궁합이라는 것을 알게 됐는데 바질은 토마토와 궁합이 좋대. 함께 심어 키우면 바질의 독특한 향이 토마토에 생길 수 있는 병해충을 막아주고 토마토 옆에서 자란 바질은 잎이 부드럽고 향이 진해진다고 하네. 놀랍지?
좋았어! 오늘 저녁은 바질의 풍미가 가득한 토마토바질파스타를 만드는 거야.
―89쪽
부츠를 신겨 내보냈음에도 어째서 양말이 죄다 젖어 들어오는지, 분명 방수가 되는 스키 장갑을 끼워주었음에도 왜 축축해져 있는 건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니까. 아이들이 시끄럽고 어수선하게 현관문 앞에 들어서면 반사적으로 나는 소리치곤 해. 꼴사나운 그 모습은 조금 과장하자면 뭐랄까, 흡사 샤우팅 창법 같기도 하지. 정작 노래 부를 때는 고음 부분만 만나면 구슬프게 흐느끼는 목소리로 변해버리고 마는데. 어쨌거나 나는 현관문 앞에 머리부터 발끝까지 잔뜩 젖어 있는 아이들을 세워놓고 검문을 시작한단다.
“야 너희들, 양말부터 얼른 벗어. 장갑, 젖은 옷도 다 벗어두고 욕실로 빨리 들어가. 손이랑 발부터 깨끗이 씻으라고! 빨리빨리!”
―112쪽
하루 종일 긴장하고 집중했을 승이를 위해 오늘 내가 선정한 식재료는 시금치와 달걀이야. 마그네슘이 풍부한 시금치에는 불안감이 생길 때 진정시켜주는 효과가 있어. 아몬드와 연어, 블루베리도 긴장 완화에 좋아. 달걀은 질 좋은 단백질을 가득 함유하고 있어서 대표적인 완전식품이지. 달걀에 함유된 콜린 성분은 뇌 기능을 활성화시켜주기도 하니까 집중력과 기억력을 높일 수 있어. 그럼 지금부터 두 가지 재료로 시금치 프리타타를 만들어볼 거야.
―137~138쪽
연정아, 오늘 나는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을 수없이 되뇌고 있어.
“네가 태어난 계절, 네가 좋아하는 봄이 찾아왔네. 노란 튤립을 보면 지금도 엄마는 어쩐지 네가 떠올라. 노란 튤립 앞에서 말갛던 너를 엄마는 잊지 못해. 엄마는 한 살 아기도 처음 길러봤고, 열다섯 살 사춘기 남자아이도 처음 기르는 중이라 매일 실수투성이야. 그래서 너한테 미안하고 고맙단다.”
―206쪽
엄마의 요리를 먹고 자란 우리가 어느새 엄마가 되었고, 우리의 아이들에게 내 엄마의 요리를 해준다는 건 단순히 요리를 넘어 세대를 이어가는 위대한 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 우리 아이들도 엄마의 음식을 통해 수많은 감정과 기억들, 그리고 가치를 잊지 않고 이어가길 바라본다.
―21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