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EBS 〈명의〉 세 차례 출연한 대장암 분야의 권위자 김남규 교수 추천
미처 몰랐던 똥의 과학, 인류가 똥을 다뤄온 방식.
신기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들로 가득한 똥의 세계
똥이라는 이 단순한 배설물 속에는 인체의 정교한 시스템, 건강의 비밀, 그리고 인류의 문화사가 고스란히 숨어 있다. 이 책은 흥미로운 이야기들과 흡입력 있는 설명으로 신기한 똥의 과학과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똥이 마려워지는 메커니즘〉에서는 우리 인체가 얼마나 과학적으로 정교하게 작동하는지를 쉽고 상세히 알려준다. 우리가 변의를 일정 시간 참을 수 있는 이유는 대뇌에서 음부 신경을 통해 외괄약근을 의식적으로 억제하기 때문이다. 반면 갓난아기들은 이 음부 신경이 아직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변의를 느끼면 무의식적으로 배설한다.
여행 중이거나 긴장된 상황에서 변비가 생기는 것도 자율 신경계의 작용과 깊은 관련이 있다. 배변 반사는 부교감 신경이 우세할 때 활발해지고, 교감 신경이 우세할 때 억제된다. 따라서 낯선 곳이나 긴장된 상황에서는 교감 신경이 작용해 변비가 되기 쉽고, 집에 돌아오거나 마음이 편안해지면 다시 부교감 신경이 활성화되어 배변이 원활해지는 것이다. 이처럼 똥은 단순한 배설이 아니라, 우리 몸의 신경계와 생리 작용이 얼마나 정교하게 협력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작은 생리학 교과서’다.
〈어떤 똥이 좋은 똥일까?〉에서는 똥의 색깔, 굵기, 굳기, 끈기 등 다양한 요소를 통해 장내 세균의 건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한다. 이상적인 똥은 힘을 주지 않아도 시원하게 배출되며, 점액으로 된 ‘옷’을 입고 있어 항문에 달라붙지 않는다. 이 점액은 바로 소화관에서 나오는 뮤신과 수분이다. 뮤신은 당과 단백질을 성분으로 하는 고분자 화합물로, 이 점액이 소화관과 똥 양쪽의 표면에 얇게 묻어 있기 때문에 똥이 부드럽게 소화관을 이동해 매끄럽게 항문을 빠져나올 수 있다. 흥미롭게도 뮤신은 침에도 들어 있어서 음식물을 쉽게 삼킬 수 있도록 도와준다. 결국 좋은 똥이란 소화기관이 원활히 작동하고, 장내 세균이 균형을 이루고 있음을 보여주는 건강의 지표인 셈이다.
인류는 오래전부터 똥을 단순한 오물이 아닌, 삶과 생태를 이어주는 순환의 일부로 인식해왔다.
예를 들어 일본 에도 시대의 농가는 비료로 활용할 똥오줌을 확보하기 위해 무사의 집이나 서민의 공동 주택과 계약을 맺고 똥오줌을 퍼갈 권리를 확보했으며 이것을 금전이나 현물로 교환했다. 또한 에도 시대 중기가 되자 도시와 농촌의 인분 중개 조직도 나타나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었다.
당시 인분 퇴비의 품질에는 등급이 있었다. 당시에는 인분 비료의 품질에도 등급이 있었는데, ‘좋은 음식을 먹는 사람의 똥은 작물이 잘 자란다’는 인식이 퍼져 상류층의 인분이 상급 비료로 취급되었다. 가령 에도에서는 인분 거름의 품질을 상중하 세 등급으로 나눴다. 영주나 대가집의 인분이 ‘상’, 일반 무사와 상인의 것은 ‘중’, 가난한 서민의 것은 ‘하’로 구분되었다고 한다.
똥오줌에 관해서라면 에도 시대의 일본은 한정된 자원과 기술을 바탕으로 생활환경의 보전을 꾀하며 위생적으로 처리해 효과적으로 이용하는 ‘순환형 사회’를 구축하고 있었다. 사람의 똥오줌을 농가에 판매함으로써 거리가 사람의 똥오줌에 오염되지 않고 청결함을 유지할 수 있었다.
몸의 리듬을 읽는 과학책이자 건강 실용서
이 책은 단순히 가볍게 읽고 웃고 넘길 만한 교양서가 아니다.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반복하는 생리 현상 속에 얼마나 정교한 과학과 생명 활동의 원리가 숨어 있는지를 알려주는 책이다. 음식이 입으로 들어와 위와 장을 지나고, 영양분이 흡수된 뒤 남은 찌꺼기가 똥으로 배출되기까지의 여정은 하나의 완벽한 생리 시스템이자, 인체가 스스로를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리듬의 결과다.
책은 이러한 과정을 친근하고 유머러스한 언어로 풀어내면서, 독자가 자신의 몸을 ‘읽는 법’을 배우도록 돕는다. 이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단순히 ‘똥을 아는 것’을 넘어, 몸의 리듬을 관찰하고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법을 배워 나가게 된다.
이 책은 똥을 소재로 하지만 그 너머를 이야기한다. 똥을 통해 몸을 이해하고, 음식과 장내 세균, 그리고 건강의 상관관계를 깨닫는 과정은 곧 인간의 삶을 더 깊이 바라보는 과학적 사고의 훈련이 된다. 읽다 보면 어느새 자신의 식습관과 생활 패턴을 점검하게 되고, 작지만 꾸준한 변화가 몸의 리듬을 되찾게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화장실에서 용변 보는 시간이 조금은 다르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또한 ‘오늘의 똥은 어떤 상태일까?’를 의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깨닫게 될 것이다. 건강은 병원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매일의 배변 속에서, ‘좋은 똥’을 만드는 몸의 리듬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