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사소한 태도의 차이 하나:
인간은 누구나 한 사람만의 인생밖에 살지 못한다
현대인들이 삶을 버겁다고 느끼는 까닭은 타인의 욕망을 자신의 욕망으로 착각하며 살아가기 때문이다. 우리는 현실적인 자아와 인터넷에서 전시되는 이상적인 자아를 대조하면서 지금 여기에서 살고 있는 스스로가 나의 진짜 모습이 아니라고 여긴다. 나아가 그렇게 꾸며진 이상 뒤에 숨은 자신의 참모습이 드러나지는 않을까 내내 전전긍긍한다.
그러나 《아주 작은 태도의 차이》에서 철학자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그러한 삶이란 그저 욕망하기 위해 발명된 타인의 욕망에 휘둘리는 태도일 뿐이라고 역설한다. 세속적인 기준에서 성공했다고 일컬어지는 수많은 인생의 좋은 점만을 키메라처럼 기워서 만들어낸 이상에 휘둘리면 인생은 곧 나를 잃어가는 과정이 되어버린다.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실패를 피하고 실수를 줄이는 데 급급한 삶을 살게 되기 때문이다. 그는 이렇게 말한다. “고작 한 사람만큼의 인생을 겪는 데에도 평생이 걸린다. 그런데 사람들은 왜 타인의 인생까지 대신 살아주려고 하는 것일까.”
이러한 삶의 자세는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타인에게 시시각각 평가받고 있다고 착각하는 청소년의 자기중심적인 사고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기에 저자는 어른이라면 어른답게 살자고 조언한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어른다움이란 실패하고 좌절하는 것이야말로 인생의 본질이라고 단단히 각오하고, 그것에서 비롯되는 불안과 불안정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줄 아는 성숙한 태도다.
이러한 삶의 태도에 대한 조언을 두고 여상한 덕담 정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른과 아이를 구분하고, 나다운 삶과 나를 잃은 삶을 가르는 기준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처럼 삶을 마주하는 소소한 태도의 차이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사소한 태도의 차이 둘:
삶이란 낡은 껍질을 새로운 껍질로 끊임없이 바꿔나가는 과정이다
이 책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해 철학자들에게 답을 구하다가 철학자가 되어버린 저자가 과거의 자신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당부들을 정리한 결과다. 나아가 나에게 보내는 간절한 편지처럼 써내려간 매 챕터마다 말미에 여백을 마련해 나다움에 천착한 그의 사유를 다시 한 번 곱씹을 수 있도록 구성한 필사 책이기도 하다. 47가지 짧은 말에 담긴 그의 조언들을 매일 하나씩 새기다 보면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내가 될 것이고, 그러한 소소한 변화가 쌓이다 보면 어느덧 단단해진 자신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하루에 새기는 ‘나다운 삶의 태도’란 어떤 것일까. 바로 ‘나는 특별하다’라는 자의식에서 벗어나고, 나를 나답게 지킨답시고 고집스럽게 붙들었던 자기 자신을 내려놓는 것이다. 우리 모두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타인으로부터 휘둘리지 않겠다는 생각조차 타인을 기준으로 한 것일 뿐 정작 ‘타인’이 누구인지, 다른 사람이 어떤 생각을 하며 살지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저 남들과 구분되는 ‘특별함’이라는 가치를 통해 스스로를 차별화하려고 헛심을 쓰는 것일 뿐이니, 진정으로 나답게 살고 싶다면 자신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있어야 한다.
또한 나를 나답게 지켜내자는 권유는 자기 자신을 단단히 붙들어 고정시키라는 조언이 아니다. 오히려 저자는 불변하는 자신 따위는 없다고 강조한다. 인간이란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끊임없이 무언가가 되어가는 존재이기 때문에 나를 나답게 지켜내기 위해선 역설적으로 세월에 따라 더러는 빛나고 더러는 바래지며 끊임없이 변화하는 자신을 직시하고, 끌어안을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시라토리 하루히코는 이렇게 말한다. “인생이란 낡은 경험을 새로운 경험으로 끊임없이 교체해나가는 과정이다. 이를 멈추게 되면 나는 어느 한순간에 속박된 괴상한 존재로 머무르게 된다.”
사소한 태도의 차이 셋:
아주 가끔 내가 가는 길 밖의 길을 상상해 본다
그렇다면 어떻게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신을 긍정하며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을까? 이 책에서 저자가 제시하는 삶의 태도는 간단하다. 하루하루 자신이 그려온 궤적을 돌아보는 소소한 시간을 꾸준하게 갖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에 따라 인생의 경로를 선택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이미 만들어져 있는 몇 가지 경로 중에서 하나를 고를 뿐이다. 그 선택지가 상대적으로 더 다양할 수는 있더라도 결국은 양옆이 담장으로 막혀 있는 주어진 길 안에서만 살아가는 셈이다. 저자는 우리에게 “뷔페 음식을 골라 담듯” 주어진 보기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삶에 만족하며 그저 살아가는 대로 살아도 괜찮은지를 묻는다.
다만 이 책은 ‘지금 당장 담장 밖으로 뛰쳐나가라’는 식으로 파격을 독촉하진 않는다. 다만 내가 가고 있는 길 밖에도 다른 길이 있다는 것을 가끔씩 상상해 보자고 권유한다. 담장 위로 올라갈 정도로 스스로를 바꾸기 위해서는 선방의 고승처럼 새벽 일찍 일어나 명상을 한다거나 또는 벼락을 맞듯 극적인 경험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아주 잠깐 시간을 내 철학자의 짧지만 깊은 문장을 손으로 곱씹어 보는 경험을 쉬엄쉬엄 축적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저자의 말처럼 이 얇은 책 한 권을 조용한 곳에서 천천히 읽으며 여유가 될 때 받아 적기도 하다 보면 “시릴 정도로 차갑고 맑은 물로 세수한 것과 같은 상쾌한 기분을 느끼게 되고, 지금껏 품어왔던 사고와 가치관에서 벗어나 마치 새로 맞춘 안경을 쓴 것처럼 사물이 또렷하게 보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