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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재고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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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어쩌다 얼음

口/ 감기는 날/ 쏜살같이/ 마당을 또 나온 암탉/
쌓이고 쌓여/ 별에게 쓰다 만 시/ 어떻게 어떡해/
통으로 넘어갈 뻔한/ ⑩/ 받아먹다 바다 까먹은/ 어쩌다 얼음

2부 설레는 날 바람이 살랑살랑

응/ 선생님 첫사랑 이야기/ 여기선 잠깐/ 목소리를 높여야만/
설레는 날 바람이 살랑살랑/ 일기가 나에게/ 툭, 툭/
뜬구름이라도 잡고 싶던/ 그림이 살아 있어요/ 우리 같이 가위바위보/ 설마 했지

3부 곡선처럼

활어천국 앞에서/ 굽은다리역/ 다트/ 찬 바람 부는 날 창밖 보다가/
냉장고/ 헛똑똑/ 뻥 아니다 나 빵이야/ 비눗방울 폭탄선언/
오늘은 안 보일 때까지/ 단비/ 곡선처럼

4부 봄 햇살 머무르던

파도 파도 끝이 없는/ 방파제/ 따끔따끔/ 말이 필요 없는/ 웃음볼/
고장 난 시계/ 독특한 점/ 나른한 날 바람이 살랑살랑 간지럽히는 바람에/
빨간불 신호등 앞에서/ 봄 햇살 머무르던

해설 곡선의 동시학 _김준현
저자 소개
글 : 김용성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났습니다. 번역대학원을 졸업하고, 시 쓰기와 번역을 하고 있습니다. 2014년 『문학바탕』 시 부문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시집 『나는 물이다』, 앤솔러지 동시집 『쉬, 비밀이야』가 있습니다. 번역한 시집으로 『한국시로 다시 쓰는 셰익스피어 소네트』, 예이츠 시선 『첫사랑』, 『존 키츠 러브레터와 시』, 번역한 소설로 『위대한 개츠비 with 번역 노트』가 있습니다. 현재 서울에서 초등교사로 아이들과 만나고 있으며, 한라일보에 칼럼을 쓰고 있습니다.

그림 : 배도하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립니다. 홍익대학교에서 공부를 마쳤습니다. 동시집 『우산 걸음』 『말모이』 『걸음나비』 『웃는 발』 『괴물이 될 테야』 『올해의 좋은 동시 2024』, 그림책 『착한 우리 엄마』 등에 그림을 그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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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일상을 팔딱팔딱 움직이게 만드는 말

김용성 시인은 시를 쓰고 번역을 하면서 초등학교 교사로 근무하고 있다. 언어에 섬세한 감각을 가진 그가 어린이들과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고 일한다는 점이 김용성 시인의 시 세계가 만들어지는 중요한 지점이다. 『우리 같이 가위바위보』는 「口」로 시작한다. “사방이 꽉 막히고/ 입구는 안 보이”는 모양이 “입 벌린” 것처럼 보이고, 그 입이 자신이 “입구”라고 말한다는 상상력이 돋보인다(「口」). 동시에 「口」는 처음 동시집을 펼친 사람들이 읽게 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책으로 들어가는 입구이기도 하다. 시인은 ‘口’라는 문자의 모양과 ‘입구’라고 읽는 소리에 집중해 문자가 해석될 수 있는 여러 방향을 한 시에 담아낸다. 아이들은 언어 체계에 익숙하지 않은 덕분에 어른보다 자유로운 관점으로 언어에 접근한다.

아이들과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며 그들의 시선을 얻은 시인은 기호가 가진 의미에 속박되지 않고 다양한 측면에서, 유희적으로 언어를 바라본다. 때문에 김용성 시인이 구사하는 동시의 언어는 “팔딱팔딱” “폴딱폴딱”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생동감 넘친다(「활어천국 앞에서」).

마음으로 부드럽게 스며드는 장면들

김용성 시의 동시집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면모는, 그의 동시들이 자연스레 독자의 마음에 스며들기 때문에 누구나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김용성 시인은 일상을 묘사하면서도, 하고 싶은 말을 위해 일상을 과장하거나 곡해하지 않는다. 「봄 햇살 머무르던」은 버스 안에 있던 사람들이 베푼 친절이 헛수고가 되는 상황을 다룬다. 그러나 화자는 그 상황을 안타까워하거나 허무하다고 평가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친절을 베풀어야 한다고 설득하지도 않는다. 다만 친절이 좋은 결과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그 순간 세상을 따듯하게 채웠던 봄 햇살 같은 온기를 담담히 전할 뿐이다. 이처럼 김용성 시인의 동시에는 무언가를 가르쳐야 한다거나, 누군가를 설득해야 한다는 전제가 존재하지 않는다. 교조적인 태도가 없는 덕분에 김용성 시인의 동시들은 친근하고 부드럽다. 누구든 편안하게 읽을 수 있고, 또 다른 이에게 권해 볼 수 있는 물처럼 투명하고 유연한 동시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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