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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장 ( 셋의 삶 )
2장 ( 우정적 주체 )
3장 ( 다르게 살기 )
4장 ( 써나가야 할 삶 )
5장 ( 인정 너머의 삶 )
옮긴이의 말
저자 소개
저자 : 조프루아 드 라갸느리
철학자이자 사회학자. 법과 사법제도, 국가 권력, 지식인의 역할, 사회운동과 저항의 가능성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 기존 제도와 규범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특히 미셸 푸코와 피에르 부르디외의 비판사회학 전통을 계승·확장하여 동시대 정치적 쟁점에 개입해왔다. 내부고발자를 중심으로 새로운 형태의 정치적 행위와 저항의 의미를 탐구한 『저항의 예술: 스노든, 어산지, 매닝L’rt de la revolte. Snowden, Assange, Manning』, 사법적 판단과 재판제도의 구조를 비판적으로 분석한 『재판한다는 것: 형벌국가와 사회학Juger: L’tat penalface a la sociologie』으로 주목받았으며, 이외에도 『정치적 의식La conscience politique』 『망가진 세계에서 사유하기Penser dans un monde mauvais』 『창조의 논리Logique de la creation』 『억압의 원리를 넘어Par-dela le principe de repression』 『민주주의의 어두운 영혼L’me noire de la democratie』 등을 펴냈다.

역자 : 유재홍
프로방스 대학에서 프랑스 문학 석·박사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강의를 담당하고 있다. 장 지오노, 질 들뢰즈, 모리스 블랑쇼 등에 대한 논문들을 발표했으며, 역서로는 랑시에르의 『문학의 정치』(인간사랑, 제2판, 201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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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끊김과 공백 없는 가용성의 윤리
밀실의 문법을 벗어던지며 시작되는 ‘3의 세계’

“나는 내 거실보다 카페가 더 내 집처럼 느껴진다.”

종종 우정은 공들여 발명하고 수선해야 할 여느 관계와는 다르게 취급된다. 특히 ‘2의 세계’가 빚어낸 생활 리듬은 우정의 세계에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라갸느리는 ‘사회란 시간을 다루는 방식을 획일화하는 거대한 장치’라던 롤랑 바르트의 말을 원용한다. 그가 예시한 사례만 봐도 그렇다. 디디에가 참석한 학술대회의 공식 일정은 평일 오전 시간대에 잡혔는데, 자녀를 둔 이들의 생활 리듬을 배려한 것이었다. 오전 일정에 참석하지 못한 디디에는 그저 불성실한 사람이 된다. 주된 리듬에 올라타지 못한 엇박자는 손쉽게 비정상으로 낙인찍힌다. 주류 공간 바깥에서 만들어진 관계들은 리듬을 변주하며 틈입할 수밖에 없다. 다시 말해 ‘3의 세계’란 필연적으로 발명을 거듭해 그만의 패턴을 만들고, 삶 전체를 탈주와 변속으로써 재배열해야 한다.

이렇게 창조된 고유한 리듬은 가용성과 개방성의 기술로 지켜진다. 세 사람은 언제나 서로에게 삶의 일부, 특히 시간을 할애한다는 점에서 “가용성의 윤리”를 실천한다. 그들은 서로가 있을 때, 심지어 없을 때면 더더욱이 서로의 존재를 가정한다. 한 사람이 어떤 경험을 혼자 겪고 있다 해도 그 순간 다른 두 사람은 이미 그의 마음속에 함께다. 한 시간에 열 통이 넘는 메시지가 오가고, 생일도 크리스마스도 새해도 함께 보내며, 한 사람이 출장을 가기라도 하면 다른 두 사람이 일정을 조율해 따라나선다. 이들의 친밀성이 제도적으로 인정받지 못할지라도 ‘가용성’은 기술이자 인프라로서 관계를 뒷받침해준다.

여행을 가서도 그들만의 리듬은 지속되는데, 이때 카페가 거점이 되어준다. 발렌시아에서는 르 마르키마르키Le Marquis, 볼로냐에서는 자나리니Zanarini, 아테네에서는 다 카포Da Capo. 세 사람이 카페를 찾는 건, 이곳이 애초에 개방된 공간이기 때문이다. 라갸느리는 조지 촌시의 『게이 뉴욕Gay New York』의 일화 중 1930~1940년대 게이들이 집이라는 사적 공간에서 욕망을 실현할 수 없기에 공공장소로 나섰던 것을 떠올리며, 우정의 방식도 이렇다고 말한다. 우정은 가정이라는 닫힌 세계에서는 펼쳐질 수 없다. ‘2’의 배타성은 우리가 다른 관계로 확장될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한다. 따라서 이들은 바깥을 향해 “심리적 방향”을 전환하고, 서로를 예속하던 ‘2의 세계’와 절연함으로써 삶을 사적 영역으로부터 탈중심화한다. 이렇게 우정은 “해방적인 바깥을 생산한다”.

우정의 이해관계
열린 우정과 더 넓은 복수의 우정

“명시적 내용을 유예한 채 성립되는 관계는,
실상 사회적 세계가 이미 형성하고 유지해온 유대들은 되풀이하는 데 그친다.
그 관계는 필연성을 산출하지 못한다.”

라갸느리, 디디에, 에두아르가 모두 작가라는 점을 고려하면, 해방으로써 촉발된 바깥은 좀더 정치적으로 읽힐 수 있다. 이들은 대학이라는 장 대신 우정이 지지하는 상호부조와 격려의 장에 진입하며, 그곳에서 인정 기준을 재편하고 그들의 서사를 써내려간다. 이때 먼저 학술 장에 자리 잡은 디디에는 라갸느리와 에두아르에게 일종의 “대항 권력으로 기능”했다. 그는 다소 어려운 요구를 하는데, “(부르디외의) 『구별짓기』 같은 책을 써라” 그리고 동시에 “그것을 목표로 삼지 마라”는 것이다. 모순돼 보이는 두 원칙은 함께 작동하며 두 사람을 “가장 높은 야심”으로 이끌고, “학문 장과 문화 장이 행사하는 검열”과 “위대한 모델이 불러일으키는 위압과 자기 검열”로부터 벗어나게 한다. 그들의 해방된 우정 공동체는 개인적인 친교를 넘어 비제도적인 문화 장치로서 기능하며 그곳에서 이들은 서로를 부조한다.

이들 우정을 보다 보면 짐작할 수 있지만, 라갸느리는 키케로가 정의하는 “이익을 기대하며 바라는 것이 아니라” 마치 사랑처럼 “그 자체로 목적”을 이뤄야 한다는 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 관계의 도구적 성격 혹은 이해관계는 배제되어 마땅하게 여겨지고, 더 윤리적인 관계는 따로 있다고 상상되지만, 라갸느리는 우정을 실질적인 필요와 역량 증대에 연결한다. 서로의 구체적인 필요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은 채, 습관적으로 이어지는 그럴듯한 관계는 널려 있다. 관계의 내용이 관계 밖에 있는 한, 관계를 존속하려는 이유는 상실될 터다. 따라서 이해관계에 적을 둔 우정만이 자율적이고 독립적이며 자생적일 수 있다. 또한 이는 동시에 중요한 자질을 요구하는데, 우정을 관계적 실천이자 자기 규정의 방식으로 지켜나가려면 삶의 어떤 시기에는 중요했으나 이제 더 이상 나를 뒤흔들어놓지 못하는 관계를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다만 거기서 닫히지 않고 그 빈자리를 새로운 관계로 채워가는 일 또한 함께 요청된다.

우정은 우리 삶에 돌연 출현하고, 기존의 질서와 규정을 가로막으며 뜻밖의 공간을 열어주다가도, 우리가 이를 지켜낼 만큼 몰입하지 않았을 때 가차 없이 끊긴다. 우리가 부단히 우정을 발견하고 구축한다면, 세상이 부여한 기준이나 모종의 판단, 도덕, 타인의 인정도 아닌 우리만의 고유한 조건 아래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우정을 뜯어 살피며 예찬하는 일은 삶을 자유롭게 한다. 또한 우리는 기대해야 한다. ‘3의 세계’는 보편을 해체하고 바깥을 열망하기에, 그 안에는 더 다채로운 ‘복수의 세계’로의 가능성이 이미 자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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