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 회의론자였던 당뇨병 전문의, 사라진 간 지방 앞에 서다
지금은 국제당뇨병연맹 회장인 페터 슈바르츠도 한때는 단식을 ‘신비주의와 돌팔이 치료 사이쯤 어딘가’에 놓인 영역으로 여겼다. 전환점은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국제 공동 연구에서 찾아왔다. 60대 후반의 한 남성 참가자는 연구 초기에 간에 지방이 제법 많았는데, 여섯 달 뒤 찍은 MRI 영상에서는 그 지방이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장비 고장을 의심한 저자가 제조사에 점검을 청하자, 기술자는 전화로 되물었다. “혹시 그 환자, 엄격한 식이요법을 한 건 아닐까요?” 참가자는 영양사의 권유로 단식 프로그램을 실천하고 있었다
. 이 일을 계기로 저자는 자료를 파고들고, 직접 14일 동안 물만 마시며 단식했다. 몸무게는 11kg 가까이 줄었고, 단식 전 약 220g이던 간 지방은 MRI에서 보이지 않았다. 이후 드레스덴의 연구소에서 제2형 당뇨병 환자 약 500명을 포함해 약 1,300명의 물단식을 지도하고 그 결과를 기록했다. 회의론자의 눈으로 거듭 따져 묻고 쌓은 결과이기에, 단식을 둘러싼 막연한 기대 대신 근거와 경험을 함께 건넨다.
▼ 만병의 근원, 간 지방을 보라
저자가 인용한 역학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40%가 간과 췌장에 초음파로 보일 만큼 지방을 쌓아두고 있다. 서른다섯을 넘겼다면 체형과 상관없이 간에 지방이 쌓이지 않았을 가능성은 10%에 못 미친다. 겉보기에 날씬한 사람도 예외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간에 지방이 100g쯤만 쌓여도 식이요법과 운동에 몸이 거의 반응하지 않는 ‘비반응자’가 된다는 점이다. 하루 1만 보를 걸어도 2천 보쯤의 효과밖에 얻지 못하는 셈이다. 간 지방은 췌장에도 지방이 끼게 하고, 인슐린 저항성에서 당뇨병 전단계를 거쳐 제2형 당뇨병으로 가는 은밀한 진행에 불을 붙인다. 1부는 좋은 지방과 나쁜 지방, 복부 지방이 혈액으로 내보내는 수백 가지 신호 물질, 인슐린과 그 맞수 글루카곤, 장내 미생물군집과 자가포식을 차례로 풀어낸다. 이 책은 그동안의 노력이 왜 번번이 헛돌았는지 밝혀, 자기 몸을 탓하던 독자가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또렷이 보게 한다.
▼ 왜 14일, 왜 물만인가
간에 쌓인 지방은 포도당과 지방이 단단히 엉긴 형태라, 몸은 달리 에너지를 얻을 길이 없을 때에야 이 창고를 연다. 얼마나 오래 단식하든 몸이 케토시스로 갈아타 간과 췌장의 지방에 손을 대기까지는 사나흘이 걸린다. 일주일만 굶으면 7일을 들여 사흘 치 효과를 얻는 셈이고, 두 주를 채워야 그 효과를 열흘 내내 누린다. 물만 마셔야 하는 까닭도 분명하다. 꿀 한 티스푼만 먹어도 케토시스가 여섯 시간에서 여덟 시간 끊기기 때문이다. 음식으로 들어온 지방을 태우는 케토 식단으로는 간의 지방을 꺼내지 못한다. GLP-1 계열 비만 치료제를 두고 저자는 고백부터 한다. 자신도 몇 해 전 이 주사를 써볼 생각으로 약국에 가던 길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약을 끊으면 체중이 금세 돌아오고 함께 빠진 근육은 돌아오지 않으며
, 약이 줄이는 간 지방은 30~40%쯤에 그친다. 그는 오늘날의 근거로 보면 이 약으로 3년 치료한 결과가 2주 물단식 뒤 간헐적 단식을 이어간 결과와 얼추 맞먹는다고 말한다. 유행하는 방법들 사이에서 길을 잃은 독자에게 저마다의 방법이 몸속에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못하는지 가늠할 눈을 길러준다.
▼ 대사를 다시 켜고, 중한 병을 미리 막는다
간 지방이 빠지면 몸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1부 9장은 물단식이 몸 전체에 미치는 효과를 차례로 짚는다. 간에서 지방을 걷어내면 췌장의 지방도 함께 줄어 지쳐 있던 췌장이 다시 일을 시작하고, 세포는 인슐린에 다시 반응한다. 저자는 대사증후군을 움직이는 ‘중앙 통제실’로 간 지방을 꼽는다. 늘어난 복부 지방, 높은 혈당과 혈중 지방, 올라간 혈압은 하나만으로도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뇌졸중의 위험을 높이고 함께 오면 위험이 한층 커진다. 그런데 물단식으로 간과 췌장의 지방을 비우면 혈압과 혈당, 지질 수치가 함께 제자리를 찾을 가능성이 가장 커진다는 것이다. 저자 자신도 첫 물단식 전 걱정스러울 만큼 높던 혈중 지질 수치가 단식을 마치자 멀쩡해져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단식하는 동안 소금을 거의 먹지 않고 몸이 케톤체를 만들면서 혈압이 내려가고, 간 지방이 줄면서 당뇨병과 심혈관 질환을 부추기는 몸속의 ‘무증상 염증’도 가라앉는다. 열흘 단식 뒤 류머티즘 환자들의 증상이 뚜렷하게 나아졌다는 연구, 단식과 뇌 건강의 관계를 다룬 최신 연구도 함께 소개한다. 그러면서도 저자는 단식이 이런 병을 영영 막아준다고 보장하는 말이라면 믿을 것이 못 된다고 선을 긋는다. 다만 그 위험을 줄이는 데 큰 몫을 한다는 것은 분명하다. 대사의 균형을 되찾는 2주가 앞으로의 수십 년을 지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 1일 차부터 14일 차까지, 날짜별 안내와 안전장치
2부는 실전이다. 준비식과 장보기 목록에서 시작해 ‘1일 차, 자! 출발이다’, ‘3일 차, 지금은 버틸 때’, ‘5일 차, 위기가 지나면 희열이 온다’를 지나 ‘14일 차, 유레카! 해냈다’까지 하루하루 몸에서 벌어지는 일과 대처법을 일러준다. 두통과 근육통, 추위와 금단 증상, 입 냄새와 피부 발진이 왜 생기고 언제 가라앉는지, 커피는 어디까지 괜찮은지, 전해질이 흐트러지면 소금물 한 잔으로 어떻게 메우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짚는다
. 날마다 몸을 움직여야 근육이 아니라 간 지방이 빠진다는 원칙과 함께, 단식을 끝내는 일이 단식만큼 중요하다는 당부와 첫 끼니를 차리는 법도 담았다. 안전장치는 더 꼼꼼하다. 어린이와 쇠약한 고령자, 임신·수유 중인 여성, 심부전이 있는 사람, 섭식장애를 앓았거나 앓고 있는 사람처럼 단식하면 안 되는 사람과 제1형 당뇨병 환자처럼 반드시 의료진의 관리를 받아야 하는 사람을 가려낸다. 혈압약과 당뇨병 약은 어떻게 조절하며 항응고제와 갑상선 약은 왜 계속 먹어야 하는지도 설명한다. 며칠씩 이어지는 구토, 실신, 심한 부정맥처럼 곧바로 단식을 멈추고 의료진을 찾아야 할 신호도 정리했다. 월경 주기와 폐경에 따라 달라지는 여성의 단식은 한 장을 따로 들여 다룬다. 이 책은 두 주 내내 독자의 손을 잡고 곁을 지킨다.
▼ 단식이 끝나면 다음 단식이 시작된다
두 주를 버텨낸 뒤가 진짜 시작이다. 약 1,300명의 단식을 곁에서 지도한 저자는 단식 뒤의 길을 세 갈래로 나눈다. 식습관과 생활 방식을 근본부터 바꾸는 ‘꾸준한 실천형’, 몇 가지를 골라 바꾸고 지켜가는 ‘균형 조절형’, 즐거움을 놓지 않는 대신 1년에 한 번 다시 단식하는 ‘꾸준한 향유형’이다. 아내와 마시는 와인 한 잔과 사과 케이크를 좋아하는 저자 자신은 세 번째 유형이라고 털어놓는다. 어느 쪽이 낫다고 우열을 가리지 않고 셋 모두 간 지방을 걷어내고 대사를 잘 돌아가게 만든다고 말하는 대목은, 완벽하게 해내야 한다는 부담에 지친 독자에게 숨통을 틔운다. 단식의 성과를 굳히는 간헐적 단식과 지중해식 식단, 프로바이오틱스 캡슐보다 채소에 든 프리바이오틱스가 필요한 이유, 5~6주 뒤 건강검진과 피검사로 달라진 몸을 확인하는 법, 1년에 한 번 2주 물단식을 권하는 근거도 이어진다. 마지막 장에서는 국제당뇨병연맹 회장으로서 120명이 넘는 전문가와 함께 19가지 단식법에 관한 연구를 모아 진료 지침을 준비하는 저자가, 사람마다 몸에 맞춘 단식 프로그램이 가능해질 미래를 그린다. 한 번의 성공으로 끝나지 않도록, 3부는 단식의 성과를 오래 지켜갈 현실적인 길을 열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