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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말과 글에는 나름의 따뜻함과 차가움이 있다 (170만부 기념 에디션)
말글터 2018.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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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섬세한 것은 대개 아름답다. 그리고 예민하다. 우리말이 대표적이다. 한글은 점 하나, 조사 하나로 문장의 결이 달라진다. 친구를 앞에 두고 “넌 얼굴도 예뻐” 하려다 실수로 “넌 얼굴만 예뻐”라고 말하는 순간,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된다.

말과 글에는 나름의 온도가 있다. 따뜻함과 차가움의 정도가 저마다 다르다. 적당히 온기 있는 언어는 슬픔을 감싸 안아준다. 세상살이에 지칠 때 어떤 이는 친구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고민을 털어내고, 어떤 이는 책을 읽으며 작가가 건네는 문장에서 위안을 얻는다. 용광로처럼 뜨거운 언어에는 감정이 잔뜩 실리기 마련이다. 말하는 사람은 시원할지 몰라도 듣는 사람은 정서적 화상(火傷)을 입을 수 있다. 얼음장같이 차가운 표현도 위태롭기는 마찬가지. 상대의 마음을 돌려세우기는커녕 꽁꽁 얼어붙게 한다.

그렇다면 이 책을 집어 든 우리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 무심결에 내뱉은 말 한마디 때문에 소중한 사람이 곁을 떠났다면 '말 온도'가 너무 뜨거웠던 게 아닐까. 한두 줄 문장 때문에 누군가 마음의 문을 닫았다면 '글 온도'가 너무 차갑기 때문인지도 모를 노릇이다. 어쩌면.

작가 이기주는 엿듣고 기록하는 일을 즐겨 하는 사람이다. 그는 버스나 지하철에 몸을 실으면 몹쓸 버릇이 발동한다고 고백한다. 귀를 쫑긋 세운 채 평범한 사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인다. 그리고 꽤 의미 있는 문장이 귀로 스며들면 그것을 슬그머니 메모한다. 그들이 무심코 교환하는 말과 끄적이는 문장에 절절한 사연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언어의 온도』는 저자가 일상에서 발견한 의미 있는 말과 글, 단어의 어원과 유래, 그런 언어가 지닌 소중함과 절실함을 농밀하게 담아낸 책이다.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문장과 문장에 호흡을 불어넣으며 적당히 뜨거운 음식을 먹듯 찬찬히 곱씹어 읽다 보면, 각자의 ‘언어 온도’를 되짚어볼 수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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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 도쯤 될까요

1부 말(言), 마음에 새기는 것

더 아픈 사람
말도 의술이 될 수 있을까
사랑은 변명하지 않는다
틈 그리고 튼튼함
말의 무덤, 언총(言塚)
그냥 한 번 걸어봤다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당신은 5월을 닮았군요
목적지 없이 떠나는 여행
부재(不在)의 존재(存在)
길가의 꽃
진짜 사과는 아프다
가짜와 진짜를 구별하는 법
우주만 한 사연
가장자리로 밀려나는 사람들
헤아림 위에 피는 위로라는 꽃
내가 아닌 우리를 위한 결혼
마모의 흔적
여행을 직업으로 삼은 녀석
노력을 강요하는 폭력
솔로 감기 취약론(脆弱論)
분주함의 갈래
희극과 비극
자신에게 어울리는 길
원래 그런 것과 그렇지 않은 것
한 해의 마지막 날
더 주지 못해 미안해
부모와 자식을 연결하는 끈
애지욕기생(愛之欲其生)

2부 글(文), 지지 않는 꽃

긁다, 글, 그리움
누군가에겐 전부인 사람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어머니를 심는 중
사람을 살찌우는 일
눈물은 눈에만 있는 게 아니다
대체할 수 없는 존재
대체할 수 없는 문장
라이팅은 리라이팅
내 안에 너 있다
행복한 사전
모두 숲으로 돌아갔다
딸에게 보내는 굿나잇 키스
둘만의 보물찾기
프로와 아마추어의 차이
시간의 공백 메우기
무지개다리
자세히 보면 다른 게 보여
지옥은 희망이 없는 곳
슬픔에게 무릎을 꿇다
오직 그 사람만 보이는 순간
사내가 바다로 뛰어드는 이유

3부 행(行), 살아 있다는 증거

모자가 산책을 나선 까닭
바람도 둥지의 재료
이세돌이 증명하다
당신의 추억을 찾아드린 날
사랑은 종종 뒤에서 걷는다
분노를 대하는 방법
동그라미가 되고 싶었던 세모
지지향(紙之鄕), 종이의 고향
감정은 움직이는 거야
제주도가 알려준 것들
여행의 목적
어두운 밤을 받아들이지 마오
선을 긋는 일
그녀는 왜 찍었을까
여러 유형의 기억들
어른이 된다는 것
나이를 결정하는 요소
여행을 이끄는 사람
부드러운 것과 딱딱한 것
이름을 부르는 일
가능성의 동의어
하늘이 맑아지는 시기
계절의 틈새
계절이 보내온 편지
몸이 말을 걸었다
화향백리 인향만리
관찰은 곧 관심
나를 용서해야 하는 이유
타인의 불행
아름다운 걸 아름답다 느낄 때
저자 소개
저자 : 이기주

글을 쓰고 책을 만들며 살아간다. 쓸모를 다해 버려졌거나 사라져 가는 것에 대해 주로 쓴다. 활자 중독자를 자처하며 서점을 배회하기 좋아한다. 퇴근길에 종종 꽃을 사서 어머니 화장대에 은밀하게 올려놓는다. 뤽 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블루’를 좋아한다. 지은 책으로는 『여전히 글쓰기가 두려운 당신에게』 『언품(言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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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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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어제 노트북을 켜고 ‘사람’을 입력하려다 실수로 ‘삶’을 쳤다. 그러고 보니 ‘사람’에서 슬며시 받침을 바꾸면 ‘사랑’이 되고 ‘사람’에서 은밀하게 모음을 빼면 ‘삶’이 된다. 세 단어가 닮아서일까. 사랑에 얽매이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도, 사랑이 끼어들지 않는 삶도 없는 듯하다.
- '사랑이란 말은 어디에서 왔을까' 중에서

안주가 떨어질 무렵, 사랑에 관한 이야기로 주제가 옮겨갔다. 잡지사에서 에디터로 일하는 친구는 사랑에 빠지는 순간 불온한 상상을 하게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상대의 ‘낮’은 물론이고 상대의 ‘밤’도 갖은 싶은 욕망에 사로잡히는 법이지. 때론 서로의 감정을 믿고 서로의 밤을 훔치는 확신범이 되려 하지. 암, 그게 사랑일 테지.”
철학 서적을 주로 기획하고 출간하는 출판사 사장은 이런 이야기를 보탰다. “흔히 말하는 ‘썸’이란 것은, 좋아하는 감정이 있다는 ‘확신’과 ‘의심’ 사이의 투쟁이야. 확신과 의심이 밀물과 썰물처럼 교차하는 법이지. 그러다 의심의 농도가 점차 옅어져 확신만 남으면 비로소 사랑이 시작되는 게 아닐까?”
- ‘여전히 당신을 염려하오’ 중에서

글은 여백 위에만 남겨지는 게 아니다. 머리와 가슴에도 새겨진다. 마음 깊숙이 꽂힌 글귀는 지지 않는 꽃이다. 우린 그 꽃을 바라보며 위안을 얻는다. 때론 단출한 문장 한 줄이 상처를 보듬고 삶의 허기를 달래기도 한다.
- '긁다, 글, 그리움' 중에서

이누이트(에스키모)들은 분노를 현명하게 다스린다. 아니, 놓아준다. 그들은 화가 치밀어 오르면 하던 일을 멈추고 무작정 걷는다고 한다. 언제까지? 분노의 감정이 스르륵 가라앉을 때까지.
그리고 충분히 멀리 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 긴 막대기 하나를 꽂아두고 온다. 미움, 원망, 서러움으로 얽히고설킨, 누군가에게 화상을 입힐지도 모르는 지나치게 뜨거운 감정을 그곳에 남겨두고 돌아오는 것이다.
- '분노를 대하는 방법' 중에서

한 번은 여행과 방황의 유사성에 대해 생각한 적도 있다. 둘 다 ‘떠나는 일’이란 점에서는 닮았다. 그러나 두 행위의 시작만 비슷할 뿐 마지막은 큰 차이가 있다.
여행을 의미하는 영어 단어 ‘tour’는 ‘순회하다’ ‘돌다’라는 뜻의 라틴어 ‘tornus’에서 유래했다. 흐르는 것은 흘러 흘러 제자리로 돌아오는 속성을 지닌다. 여행길에 오른 사람은 언젠가는 여행의 출발지로 되돌아온다. 돌아갈 곳이 없다면 그건 여행이 아니라 방황인지도 모른다.
- '여행의 목적' 중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시선을 나눌 수 있다는 것, 참으로 소중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상대를 자세히 응시하는 행위는 우리 삶에서 꽤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관찰 = 관심’이라는 등식이 성립하기도 한다.
사람은 관심이 부족하면 상대를 쳐다보지 않는다. 궁금할 이유가 없으므로 시선을 돌리게 된다. 외면하는 것이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아요”라는 말은, “그쪽에 관심이 없어요” 혹은 “뜨겁던 마음이 어느 순간 시들해졌어요. 아니 차가워졌어요”라는 말과 동일하게 쓰이곤 한다.
그래서일까. 돌이켜보면 관심이 멈추던 순간, 상대를 향한 관찰도 멈췄던 것 같다.
- ‘관찰은 곧 관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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