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책 속에서
여기까지 읽으면 ‘바람만 불면 쉽게 갈 수 있는 거리였다’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거의 모든 시간을 배 위에서 바람을 기다리며 보낼 바에는 출발지인 캘리컷에 12월까지 체류하다가 바람이 불 때 출항하는 게 나았을 것입니다. 바스쿠 다가마에게도 이유는 있었을 테죠. 인도에서 문제가 생겨 일찍 출항하고 싶었거나 업적을 쌓기 위해 빨리 모국으로 돌아가고 싶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서두르지 않고 바람을 기다렸다면 괴혈병으로 죽는 선원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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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각대로 되지 않았습니다. 제방은 무너뜨렸지만 물이 천천히 퍼져 수공이 불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시민들이 점점 더 굶주리게 되었고 전염병까지 유행하기 시작해 레이던은 곧 함락될 위기에 봉착했습니다. 이때 기적처럼 바람 한 점이 불어왔습니다. 곧이어 강한 편서풍이 불어닥치며 네덜란드 연안으로 바닷물이 밀려들었습니다. 바닷물이 레이던까지 순식간에 몰려오자 스페인군은 혼란에 빠져 철수했습니다.
드디어 스페인군에게서 해방된 레이던에 식량이 도착했습니다. 바로 청어였죠. 레이던 시민들은 네덜란드의 유명한 술인 진을 마시고 청어를 먹으며 기뻐했습니다. 나중에 이 일을 기념하여 네덜란드가 레이던 해방 기념일로 정한 10월 3일이 되면 모든 네덜란드인이 청어 요리를 먹습니다. 말하자면 네덜란드 청어의 맛은 레이던 해방의 맛, 네덜란드 독립의 맛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48
그런데 폴란드는 이 모래톱 때문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폴란드에서 시작되어 칼리닌그라드까지 이어진 비스와 모래톱이 폴란드와 칼리닌그라드 연안에 거대한 석호를 만들었는데, 이 석호의 천연 출구가 칼리닌그라드에만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러시아의 군사 거점인 칼리닌그라드가 이 석호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게 되었고, 폴란드는 오랫동안 북동 연안에서 발트해로 배를 출항할 때마다 러시아의 허가를 받아야 했습니다.
--- p.87
그런데 왜 러시아령이었던 알래스카가 미국령이 되었을까요? 이유는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러시아에 돈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러시아는 1853년부터 벌어진 크림 전쟁에 패배하여 재정난에 빠진 상태였습니다. 크림 전쟁의 상대국인 영국이 캐나다를 지배하고 있었으므로 캐나다 바로 옆의 알래스카가 영국에 공략당하기 쉽다는 것 또한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되면 방어에 비용이 엄청나게 들 것이 뻔했으니까요. 그래서 러시아는 1867년에 알래스카를 미국에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 p.121
2017년에 중국은 인민 해방군의 최초 해외 군사 기지를 아프리카 동부의 지부티에 건설했습니다. 이 기지는 부지도 작고 주둔하는 군대도 소규모에 불과하지만 정확히 홍해의 출구, 즉 수에즈운하에서 아프리카 동부에 이르는 범위를 철저히 감시할 수 있는 요충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중국은 지부티에 항공 모함과 잠수함이 잠시 머물 수 있는 대형 군항도 함께 조성했습니다. 이러한 행보에 인도양 주변 국가들의 이목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고 미국과의 긴장도 더욱 고조되었습니다.
--- p.163
소위 대항해 시대 이후 많은 탐험가가 미지의 바다에 도전했습니다. 그중 성공하여 현대까지 이름을 남긴 사람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거의 모든 탐험가가 길 위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그런 위험한 항해에 도전한 선원들조차 두려워했던 것이 ‘짖는 40도, 미치는 50도, 절규하는 60도’로 불린 남극해, 즉 남위 40~60도 해역이었습니다. 이 일대에서는 늘 강한 편서풍이 부는 데다 남반구의 남위 40도 이남으로 가면 바람을 막아줄 육지가 별로 없어서 편서풍이 멈추지 않고 불어대기 때문입니다.
--- p.183
입소문만으로 화제가 된 스토리텔러가 선사하는 몰입감
눈앞에서 명강의가 펼쳐지는 듯한 가장 완벽한 지정학 세계사
『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는 학교에서 20년 넘게 역사와 지리를 가르쳐온 야마사키 게이이치가 오랜 경험을 토대로 세계사의 핵심을 짚으며 지정학적 맥락을 더한 책이다. 별도의 연출과 마케팅 없이 평소 수업을 담은 영상만으로도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낸 저자 특유의 탁월한 스토리텔링이 이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러시아는 왜 유독 국경 분쟁과 민족 문제가 잦을까? 프랑스를 오랫동안 유럽의 대국으로 만든 ‘케스타 지형’은 무엇일까? 이란의 천연가스는 어떻게 최초의 세계 종교를 탄생시켰을까? 각 나라의 지리적 조건에 대한 흥미로운 질문을 이어나가 보면 수천 년의 역사뿐 아니라 현재와 밀접한 정치, 경제, 문화 분야의 지식까지 머릿속에 들어올 것이다.
일본에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수많은 찬사를 받으며 “세계사를 열 권 사놓고 매번 포기했던 사람도 끝까지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독자들의 생생한 후기가 이어졌다. 서울대학교 지리학과 박정재 교수 또한 “역사와 지리의 연결 지점을 흥미롭고도 명료하게 풀어낸 책”이라고 추천의 말을 보탰다. 거대한 세계지도 위에서 권력이 작동하고 재편되는 흐름을 하나의 이야기로 읽어 내려가는 재미야말로 이 책의 가장 큰 매력이다.
기후, 자원, 지형 3가지 키워드와 풍부한 그래픽 지도로
숨겨진 세상의 원리를 보여주는 지정학 세계사
모든 나라의 역사는 지리에서 시작한다. 지리의 힘은 각국의 정치, 경제, 문화 전반을 형성해왔다. 한때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나라 중 하나였던 아르헨티나는 왜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을까? 20세기 초 아르헨티나는 프랑스와 독일에 견줄 만큼 눈부신 번영을 누렸고,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는 ‘남아메리카의 파리’라 불렸다. 스텝 기후 특유의 비옥한 초원과 풍부한 강수량은 곡물 생산과 축산업을 발전시켰고, 냉동선과 벌크 화물선은 그 생산물을 해외로 실어 나르며 나라의 황금기를 열었다. 그러나 농축산물 중심의 경제 구조는 세계 경제가 변하자 약점이 되었고, 여기에 국내의 정치적 불안정이 겹치며 쇠퇴의 길로 접어들었다.
아르헨티나를 둘러싼 이 인상적인 이야기만이 아니라, 지리가 국가의 운명을 바꾼 사건은 무궁무진하다. 폴란드는 방어에 불리한 지형 탓에 오랫동안 강대국의 각축장이 되었지만, 네덜란드는 지형과 기후를 전략적으로 활용해 독립을 쟁취했다. 알래스카는 금과 유전이 발견되면서 미국의 중요한 자원이 되었다. 이처럼 『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는 세계 곳곳의 지리를 통해 문명은 왜 그곳에서 번영하기 시작했는지, 부와 권력은 어떻게 이동해왔는지 그 흐름을 간명하게 짚어낸다.
여기에 명강의 속 판서를 그대로 옮겨온 듯한 직관적인 그래픽 지도를 더해 책의 완성도를 높인다. 국경뿐 아니라 기후대, 자원 분포도, 지형 단면도, 촌락 형태, 기온 변화, 인구 이동 방향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지리적 정보를 표현한 그림과 그래프를 풍부하게 수록하기도 했다. 또한 핵심을 담은 주석이 더해져, 복잡한 세계사와 지정학적 맥락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예측 불가능한 위기와 분쟁의 시대, 해답은 어디에 있는가?
역사를 바꾼 지도에서 결정적 단서를 찾다
세상은 언제나 지도 위에서 각축전을 벌여왔다. 따라서 역사를 깊이 있게 이해하려면 그곳의 지형과 기후 그리고 자원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 지도를 하나의 언어로 읽기 시작한다면 객관적이고 균형 잡힌 시각으로 역사를 파악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형이 사람들의 삶과 사회의 형태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자원이 강대국의 경쟁을 어떻게 불러왔는지, 기후가 국가의 흥망성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알게 된다면 현재의 세계까지 이해하는 결정적 단서를 얻을 것이다.
대표적으로 러시아의 고립 영토 칼리닌그라드를 예로 들 수 있다. 『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는 폴란드와 리투아니아 사이에 위치한 칼리닌그라드가 왜 러시아의 영토가 되었는지부터 질문하며 그 배경을 차근히 풀어낸다. 러시아와 폴란드의 기후와 지형을 살펴보고 과거부터 이어져온 정치적 대립과 영토를 둘러싼 역사 속 사건을 따라가며 그 답을 찾아간다. 러시아가 어떻게 혹한기에도 얼지 않는 항구를 확보하게 되었는지, 이로 인해 폴란드가 왜 막대한 예산을 투자해 운하를 개통해야 했는지 알게 된다. 나아가 냉전 시대 자유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의 완충지대였던 폴란드의 역사까지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는 바이러스, 전쟁, 난민, 기후 위기까지 국경을 넘어 연결된 수많은 과제를 마주하고 있다. 먼 나라에서 벌어진 일이 우리의 삶과 무관하지 않은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혼란스러운 국제 정세를 이해하고 불확실성을 줄이기 위해서는 무엇을 보고 믿어야 할까? 지리의 힘으로 세계사를 새롭게 읽는 『지도는 답을 알고 있다』를 통해 그 해답을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