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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모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세사르 아이라 (Cesar Aira )
1949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콜로넬프링글레스에서 태어났다. 어렸을 적부터 마르셀 프루스트를 비롯해 프랑스의 최신 문학을 탐독하며 작가의 길을 걷기로 다짐한다. 1968년 시인 아르투로 카레라와 함께 문학잡지 ≪엘 시엘로≫를 창간하고, 1975년 소설 『모레이라』를 발표하며 작가 활동을 시작한다. 그 뒤로 100여 편의 작품을 꾸준히 출간하며 아르헨티나, 더 나아가 라틴아메리카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자리매김한다. 한편 문학 연구자이자 번역가이기도 한 세사르 아이라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교에서 아르헨티나 작가 코피와 상징주의 시인 아르튀르 랭보를 가르치고, 로사리오 대학교에서 구성주의와 스테판 말라르메에 대해 강의하며, 생텍쥐페리와 얀 포토츠키, 제인 오스틴과 레이먼드 챈들러, 프란츠 카프카 등의 작품을 번역한다. 1993년 소설 『나는 어떻게 수녀가 되었나』로 국내외적 성공을 거두며, 1994년 코넥스상과 1996년 구겐하임 펠로십을 받고, 로베르토 볼라뇨로부터 “스페인어로 글을 쓰는 최고의 작가”라는 격찬을 듣는다. 그 뒤로 매년 100쪽 남짓한 작품을 한두 권씩 발표하며, 초현실주의와 다다이즘의 영향을 받은 독자적이고 실험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간다. 그리하여 아이라는 역사적 사실과 환상, 고정 관념과 실체, 하위문화와 고전, 리얼리즘과 SF 장르를 종횡무진 넘나들며, 이른바 ‘앞으로의 도주(Fuga hacia adelante)'라고 불리는, 허구로부터 추진력을 얻어 종잡을 수 없는 세계를 끊임없이 창조해 나아가는 아방가르드 미학을 확립한다. 이러한 문학적 성취를 인정받아 2014년 로제 카유아상, 2016년 아메리카 문학상, 2021년 포르멘토르상 등을 수상하고, 2014년 노이슈타트 국제 문학상 최종 후보, 2015년 부커상 국제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른다. 현재 부에노스아이레스 플로레스 지역에 거주하고 있다.

역자 : 권미선
고려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스페인 마드리드 국립대학교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경희대학교 유럽어학부 스페인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논문으로는 「황금세기 피카레스크 소설 장르에 관한 연구」, 「'돈키호테'에 나타난 소설의 개념과 소설론」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루이스 세풀베다의 『외면』, 『핫 라인』, 『소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납치 일기』, 산체스 드라고의 『아리아드네의 실』, 이사벨 아옌데의 『영혼의 집』, 무뇨스 몰리나의 『폴랜드 기병』, 『정본 이솝우화』, 그 밖에『외면』, 『마녀들의 전쟁』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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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라틴아메리카 포스트붐 세대와
아르헨티나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거장

세사르 아이라의 독창적이고 기상천외한 글쓰기가
빚어내는 새로운 미학의 결정체

『바라모』는 감히 예상할 수 없는 우연한 사건들로 구성되어 있지만 우리들에게 지각의 본질, 서사 형식의 가능성, 인간 사고의 한계를 아우르는 폭넓은 문제를 생각하게 한다.
─《퍼블리셔스 위클리》

한번 읽기 시작하면 도저히 멈출 수 없는 작품을 쓰는 아이라는 모든 분류에서 벗어나는 괴짜이지만 오늘날 스페인어로 글을 쓰는 최고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로베르토 볼라뇨

오늘날 아르헨티나를 넘어 스페인어권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세사르 아이라의 정수가 담긴 『바라모』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96번으로 출간되었다. 세사르 아이라는 라틴아메리카 포스트 붐(Post-Boom) 세대를 상징하는 ‘작가들의 작가’이자, “현대 문학의 마르셀 뒤샹”(《뉴욕 타임스》)이라 불릴 만큼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기법을 선보이는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다. 또한 아이라는 소설가, 수필가, 번역가로 활동하며 매년 한두 권의 책을 꾸준히 발표하는 엄청난 필력을 바탕으로 백여 권 이상의 방대한 작품 세계를 구축했는데, 일관성 있게 특정 장르에 구애되지 않는 100여 쪽 분량의 글만을 창작해 오고 있다.

한편 그는 (같은 아르헨티나 작가들인) 보르헤스의 지적 유희와 코르타사르의 상상력을 계승하면서도 자신만의 참신한 기법, 이른바 일단 쓴 내용을 퇴고하지 않는 ‘연속적 글쓰기(Continuidad)’와 플롯의 한계에서 오히려 초현실적 비약을 선택하는 ‘앞으로의 도주(La fuga hacia adelante)’라는 고유한 집필 원칙을 통해 현대 소설의 패러다임을 전환한, 그리고 앞선 시대의 위대한 작가들을 극복한 또 한 사람의 아르헨티나 작가다. 그의 수많은 작품 중에서, 작가로서의 기량이 절정에 달한 2002년에 출간된 『바라모』는 앞서 언급한 아이라만의 독특한 창작 기법과, 글쓰기 속에서 “문학의 탄생”을 질문하는 메타텍스트적 주제, 그리고 사회적 모순을 날카롭게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와 삶의 무질서가 빚어내는 우연성이 하나의 서사로 엮인 ‘희귀한 걸작’이다.

“역사라는 만리장성에는 인간 존재의 사소한 기행마저 하나하나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그 반영이 머무는 지점은 늘 동일한데, 그것이 바로 존재의 개성과 운명을 이루는 단 하나의 지점이다. 그러므로 아무리 여러 관점이 얽히고설켜 변화무쌍하다고 한들, 근본적으로 삶이란 철저히 일차원적이다.” ─본문에서

“오로지 사실만이 중요했다. 사실에 선행하는 생각의 흐름엔 늘 의심의 여지가 있으므로 고려할 만한 대상이 아니었다. 따라서 의도는 정의와 무관한 허구의 영역으로 간주될 뿐이었다. 모든 허구는 의도로 구성되어 있으니 말이다. 유일한 현실은 사실뿐이며, 그것이야말로 일어난 일에 대한 분홍빛 진주조개였다. 실제로 일어난 일은 허구가 아니고, 어떠한 허구도 절대 그것에 가닿지 못한다. 따라서 의도를 순수함으로 가장하려는 노력은 모두 헛수고이며, 결정적인 순간에 모든 의도는 물거품이 될 터였다. 가령 누군가의 의도를 추정해야 할 경우에, 좋은 의도보다 나쁜 의도를 가정하는 편이 훨씬 논리적이기 때문이다.”
─본문에서

“결국,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선 저마다 자기 이익을 챙겨야 하므로, 범죄란 각자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고유하고도 자연스러운 행태인 것이다. 그런고로 사회 전체가 범죄의 대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법이란 단지 일종의 조절 장치에 불과하다.”
─본문에서

“달빛 아래에서 미동도 없이 서 있는 야자수, 어둠에 잠긴 정부 청사들 그리고 적막을 가로지르며 태엽 장난감처럼 외로이 굴러가는 자동차. 그는 잠을 자느라 이러한 장관을 늘 놓치고 살아왔다는 사실을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이런 것이 작가의 특권이구나, 하고 생각하며 향수에 젖었다.”
─본문에서

1920년대, 두 대양을 연결하는 운하의 건설을 둘러싸고 혼란한 파나마 콜론에서 홀어머니를 돌보며 무료하게 살아가던 공무원 바라모는 얄궂게도 위조지폐로 월급을 지급받는다. 그는 생계를 위해 서둘러 위조지폐를 ‘진짜’ 화폐로 바꾸고자 전전긍긍하지만, 평소 작은 동물을 박제하는 것 말고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그로서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라모는 최대한 법의 테두리 안에서 위조지폐 문제를 해결하려고 애쓰지만 어쩐 일인지 점점 더 기이하고 거대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그리하여 주인공은 평범한 삶 저편에 도사린 음모와 사실상 무정부 상태의 파나마를 전복하려는 세력이 있음을 깨닫고 마침내 위대한 결단을 내리기에 이른다.

세사르 아이라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사건의 흐름 속에서 돌연 라틴아메리카 최고의 시인으로 거듭나는 바라모의 삶을 통해 부패한 정부의 만행과 아노미에 빠진 대중의 현실을 날카롭게 고발한다. 세계 문학의 최전선에 서 있는 아이라가 실험적이고 전위적인 기법으로 완성해 낸 『바라모』는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과 아찔한 감각, 질주하는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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