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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발자크의 만년 대작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한국어 최초 번역본
273명의 등장인물과 50여 편의 전작(前作)들로 엮인 광활한 서사의 피날레

발자크의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전 2권)이 국내 초역되어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고리오 영감』이 출간된 1835년 구상을 시작해, 발자크가 죽기 3년 전인 1847년 발표된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은 『인간극』 세계관의 시작에서부터 작가의 책상 위에 늘 놓여 있던 필생의 작품이다. 『고리오 영감』에서 ‘악당들을 위한 명연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범죄자 보트랭과, 『잃어버린 환상』에서 희망과 분노로 독자를 애태우는 미모의 청년 뤼시앵. 악(惡)과 미(美)의 경이로운 결탁인 두 사람이 파리 사교계를 뒤흔들고 프랑스 사법 체계를 농락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은 273명의 등장인물과 50여 편의 전작(前作)들이 엮이며 광활한 서사의 피날레를 완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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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2권

3부 잘못된 길의 결말

1절 콩시에르주리 감옥
2절 현대식 고문

4부 보트랭의 마지막 현현

1절 감옥 운동장에서 벌어진 불가사의한 일들
2절 검사장과 자크 콜랭

부록 1 1844년 『에스테르』 초판 서문
부록 2 작품 발간 이력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오노레 드 발자크

1799년 프랑스 투르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하급 관리로 자수성가한 부르주아였고, 열여덟 살에 32세 연상의 남편과 결혼한 어머니는 자식에게 무심했다. 1816년 소르본 대학교에 입학, 법학을 공부하고 소송대리인과 공증인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했으나, 스무 살 때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문학의 길로 들어설 것을 결심한다. 하지만 창작에만 전념하기에는 파리에서의 생활비를 감당할 수 없어, 가명으로 삼류소설들을 다작하고 인쇄업과 출판업에 뛰어들지만, 사업 실패로 큰 빚을 지게 된다. 서른 살이던 1829년, 역사소설 『올빼미당원들 혹은 1799년 브르타뉴』를 처음 본명으로 발표하고, 이후 1848년까지 20여 년 동안 『인간극』 집필에 생애를 바친다. 갖가지 인간 삶을 그린 개별 작품 91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엮여 하나의 거대한 ‘총체’가 되도록 구성한 『인간극』은 크게 《풍속 연구》 《철학 연구》《분석 연구》의 세 계열로 분류되며, 약 2500명의 인물이 등장하는 대서사시로, 세계 문학사에 걸작으로 남았다. 1832년 우크라이나 대귀족 한스카 백작 부인의 익명 편지를 처음 받은 이래로 18년간 그녀와 편지를 주고받았으며, 1842년 한스카 부인이 남편을 사별하자 적극적으로 구애해, 1850년 3월 마침내 결혼에 성공한다. 하지만 누적된 과로로 이미 수년째 건강이 악화했던 발자크는 5개월 후인 1850년 8월 파리에서 사망한다. 산문 형식으로 ‘19세기 프랑스 풍속의 역사’를 그려내고자 했던 발자크는 소설의 제재를 넓게 개척하고 그 개념을 현저히 확대해 사실주의의 시조가 되었고, 플로베르, 도스토옙스키, 졸라, 프루스트, 스트린드베리 등 후대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인간극』 총서 가운데 오늘날까지 널리 읽히며 사랑받는 대표작으로는 『루이 랑베르』 『외제니 그랑데』 『고리오 영감』 『골짜기의 백합』 『어둠 속의 사건』 『잃어버린 환상』 『골동품 진열실』 『사촌 베트』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등이 있다.

역자 : 이철의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박사학위(「역사에서 소설로-발자크를 읽는 하나의 관점」)를 받았다. 현재 상명대학교 명예교수다. 역서로는 오노레 드 발자크의 「나귀 가죽」 「회개한 멜모스·아듀」 「고리오 영감」, 에밀 졸라의 「인간 짐승」 등이 있고, 논문으로는 「발자크, 모호성의 의미」 「『인간극』과 가상의 통일성」 「발자크와 1848년」 「발자크와 건축」 「발자크와 시간」 「발자크의 『농민』과 졸라의 『대지』」 「발자크와 정치」 「발자크와 돈」 「반성의 문학, 또는 “시작”만 있는 문학-한국 프랑스 문학의 위기와 김현의 프랑스 문학 연구」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문학으로 본 프랑스 역사」(공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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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오노레 드 발자크
번역 이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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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발자크의 만년 대작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한국어 최초 번역본

발자크가 국내에 소개된 이래 지금껏 번역된 적 없던 만년작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이 발자크 전문가 이철의 교수의 번역으로 출간되었다. 프랑스 문학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발자크 작품의 번역은 까다롭기로 악명이 높은데, 이는 발자크 특유의 만연체 복문(複文) 때문만이 아니다. 『고리오 영감』에서 출발하는 발자크의 『인간극』 세계관은 ‘인물 재등장 기법’이라는, 당시로선 대단히 혁신적이었던 서사 기법을 통해 무한히 확장되어 나간다. 한 작품의 주인공은 다른 작품들의 비중 있는 조연, 이야기 전달자, 의미심장한 조언자, 스쳐 지나가는 단역으로라도 거듭 재등장한다. 달리 말하면, 인물들의 초년부터 청년, 중년을 거쳐 죽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인생사가 91편에 달하는 작품 곳곳에 흩어져 펼쳐지는 것이다. 한 작품에서 일어나는 사건은 다른 작품들에 있었던 과거사, 인물들 간의 앙심이나 은혜, 혈연은 물론 인척 관계와 두루 얽혀 있다. 무엇보다 한 인물의 이야기가 하나의 작품으로 완결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작가가 죽기 3년 전인 1847년 완간한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한국어판은 발자크 애호가라면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품일 것이다. 『고리오 영감』(1835)에서 ‘악당들을 위한 명연설’로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사라졌던 범죄자 보트랭, 그리고 『잃어버린 환상』(1843)에서 희망과 분노로 독자를 줄곧 애태웠던 미모의 청년 뤼시앵의 이야기가 이 작품에서 비로소 최후의 결말에 이르기 때문이다.

■ 19세기 파리의 ‘매음 세계’를 파헤친 본격 사회소설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Splendeurs et miseres des courtisanes)』은 이번 번역본이 있기 전까지 ‘창녀들의 영광과 비참’이라는 제목으로 주로 알려져 왔다.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courtisanes’은 통상 ‘화류계 여성’ 또는 ‘고급 창녀’ 등으로 번역되어 왔다. 그렇지만 이 작품에서 돈을 위해 ‘자기 자신’을 파는 존재는 직업 창녀뿐이 아니다. 최상류 귀족부터 사회 밑바닥 범죄자까지, 누구나 원하는 무언가를 쟁취하려고 주저없이 자아를 내던진다.

구시대적 가치관이 와해되고, 자본주의라는 새로운 ‘절대 강령’이 모든 인간의 생사와 행불행을 지배하게 된 시대에, 돈을 위해서라면 팔지 못할 것이 없다. 바로 이 ‘매음 세계’의 현상태를 적나라하게 묘파한 작품이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이고, 따라서 역자는 ‘창녀’라는 편향적 어휘 대신, 작품의 본질을 더 잘 드러낼 수 있는 ‘사교계’를 제목으로 선택했다.

전체 4부로 이루어진 소설은 작가 생전에 1~3부까지만 한 작품으로 묶였다. 4부는 작가 사후인 1869년, 발자크가 남긴 교정본(수정 퓌른판)을 토대로 재출간된 발자크 전집에서 처음 이 작품에 편입되었다. 또한 1~3부가 『잃어버린 환상』의 주인공 뤼시앵 뤼방프레의 후일담이라면, 4부는 『고리오 영감』의 악당 보트랭의 결말이다. 『잃어버린 환상』에서 뤼시앵 샤르동의 서사는 길에서 우연히 만난 에스파냐 신부 카를로스 에레라(변장한 보트랭, 본명은 자크 콜랭)와 함께 다시 한번 파리로 향하며 끝난다.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은 이 지점에서 새로 출발하는 이야기다.

집안의 수치로 전락해 죽음을 결심했던 뤼시앵은 어둠의 지배자에게 영혼을 파는 대가로 평생의 부귀영화를 약속받는 ‘파우스트 계약’을 맺는다. 그것은 각자의 필요와 욕망에 충실한, 악(惡)과 미(美)의 경이로운 결탁이다. “매음 세계의 감춰진 본산이자 ‘황금과 쾌락’을 향한 질주의 목적지인 파리”에 화려하게 복귀한 뤼시앵은 상류층 사교계를 단숨에 사로잡는다. 끊임없이 샘솟는 돈주머니를 차고 있는 듯 사치스러워진 그는 명사들의 살롱에 드나들고, 어머니의 귀족 성인 ‘뤼방프레’로 불리며, 머지않아 후작 작위를 받을 예정이다. 또 그가 그랑리외 공작 가문의 맏사위가 된다면 장차 외교관이 될 수도 있다. 여인들을 홀리는 아름다운 뤼시앵은 파리 댄디들의 질투를 한 몸에 받는다. 이 놀라운 성공의 비결은 물론 ‘돈’이다. 그리고 그 출처는 에레라 신부의 비자금(범죄자들이 은닉한 범죄 수익금)이다.

■ 273명의 등장인물과 50여 편의 전작(前作)들로 엮인 대서사

그렇지만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이 두 사람의 후일담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이 작품 1, 2부의 본 서사는 뤼시앵이 에스테르라는 직업 창녀를 사귀는 사건에서 비롯된다. 뤼시앵의 사교계 성공을 위해 모든 자원을 쏟아붓고 있던 카를로스 에레라는 뤼시앵의 경력을 망칠 수도 있는 창녀를 “갱생”시켜 그의 곁에 둔다. 뤼시앵이 사교계 여인들 사이를 자유롭게 옮겨 다니려면 한 여자에게 매여선 안 되고, 에스테르 같은 여자는 뤼시앵이 자기 목표를 망각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욕정을 해결하기 좋은 상대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완벽한 계획에 예기치 않은 문제가 생긴다. 야밤에 숲속을 산책하던 에스테르를 우연히 목격한 한 남자가 난생처음 진정한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는 파리 금융계의 황제, 기획 파산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내몰아 부를 축적한 합법적 강도, 재산이 얼마인지조차 베일에 싸인 거부, 뉘싱겐 은행의 설립자인 뉘싱겐 남작이다. 그는 『고리오 영감』의 외젠 드 라스티냐크가 1819년 사교계에 진입하면서 정부로 삼은 델핀 드 뉘싱겐의 남편이다.(외젠과 델핀은 남편의 공인 아래 소설 속 현재까지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 오고 있다.) 예순이 넘어 여자에 미쳐버린 뉘싱겐이 필사적으로 “미지의 여신”의 정체를 쫓고 있음을 알게 된 에레라와 뤼시앵은 에스테르를 미끼로 뉘싱겐의 돈을 갈취하기로 한다. 이들의 협잡은 자본주의 시스템의 혈액, 즉 돈이 넘쳐 흐르게 한다. 가진 매력이라곤 부(富)밖에 없는 뉘싱겐이 에스테르의 사랑을 사기 위해 100만 프랑이 훨씬 넘는 돈을 뿌려대고, 이로써 파리 상업계에 활기를 불어넣는 것이다.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의 인물들은 모두가 ‘사랑’을 얻기 위해 투쟁한다. 뤼시앵의 사랑을 독차지하려 싸우고 서로 시기하는 사교계 귀부인들이 그렇고, 이 아름다운 남자의 공식 배우자가 되려는 그랑리외 공작의 맏딸이 그렇다. 에스테르는 뤼시앵에 대한 절절한 사랑 때문에 원치 않는 상대에게 몸을 팔아야 하는 신세다. 뤼시앵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사랑을 무기로 모든 것을 가지려는, 욕망에 충실하고 나약한 이기주의자다.

한데, 그들이 욕망하는 것이 과연 ‘사랑’일까. 어떤 이에게 그것은 ‘명예’고, 어떤 이에게는 ‘출세’거나 ‘권력’이며, 또 다른 이에게는 ‘타인에 대한 통제권’이다. 그리고 이 욕망을 실현해 줄 거의 유일한 수단이 ‘돈’이기에, 결국 모두의 욕망은 돈으로 향한다. 이 돈의 회로가 가열하게 작동한 끝에 결국 폭발해 버리면서, 이야기의 중심축은 사랑의 궁전에서 사법의 감옥으로 옮겨간다.

■ “악의 시” 보트랭 3부작의 완결판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 3부와 4부는 에스테르의 비극적 죽음과 그녀가 남긴 75만 프랑의 행방을 둘러싼 “범죄와 사법의 대결”을 다룬다. ‘살인 사건’ 용의자로 체포된 카를로스 에레라와 뤼시앵은 예심판사 카뮈조의 신문을 받는다. 이때 검사장 그랑빌은 여러 고위층 귀족 여인들과 깊이 엮여 있는 뤼시앵의 추문을 덮으려는 반면, 예심판사의 아내는 남편을 출세시키기 위해 뤼시앵에 대한 앙심이 깊은 또 다른 귀족 여인의 사주를 받아 남편을 조종한다. 이 복잡하고 냉혹한 이해관계 속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뤼시앵을 끔찍이도 아끼는 남자 에레라 신부, 아니 자크 콜랭의 사랑이다.

『고리오 영감』에서 파리 법대를 다니던 앙굴렘 청년 귀족 외젠 드 라스티냐크에게 100만 프랑을 미끼로 마수를 뻗쳤으나 실패했던 자크 콜랭은 『잃어버린 환상』에서 단돈 1만 5000프랑에 뤼시앵의 “영혼을 사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시작된 둘의 관계는 매우 오묘한 양상을 띤다. 뤼시앵을 “내 아들”이라고 부르며, 그의 비상(飛上)을 위해 헌신하는 자크 콜랭의 사랑은 소설 속 모든 여인들의 달짝지근한 애정을 뛰어넘는 처절함을 보여준다. 그것은 자기 존재 증명 수단으로서의 사랑이며, 뤼시앵을 통해 세계를 지배하려는 자의 야망이다.

파리 법대를 졸업하고 공증인의 서기로도 일한 경험이 있는 발자크는 19세기 프랑스 법률에 해박했다. 그런 만큼 『인간극』에는 금치산자 후견이나 결혼 계약 같은 상속법, 상법 및 어음법 등 재산 관련 소송이 즐겨 소재로 다뤄진다. 그에 반해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은 발자크가 형사법을 진지하게 다룬 드문 작품이다. 프랑스 사법 및 경찰의 체계와 역사를 상세히 소개하며, 법의 반대편인 범죄자의 세계 또한 생동감 넘치는 은어들로 재현한다. 「초판 서문」(부록 1)에서 발자크는 소설 속 감옥과 범죄자들의 묘사를 위해 수차례 현장을 취재하고, 실제 범죄자 출신 인물과 인터뷰도 했다고 밝힌다.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최대한 사실에 가깝게 묘사하려는 작가의 노력 덕분에, 이 만년의 대작에서 독자는 ‘악’의 수장이었던 보트랭의 충격적 변신을 마주하게 된다.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의 초고는 신문 연재 방식으로 발표되었다. 프랑스 최초의 연재소설 『노처녀』의 저자이기도 한 발자크는 당시만 해도 정파적 성격이 강했던 저널의 상업적 가능성을 간파한 첫 번째 작가였다. 하지만 실제로 신문 연재로 큰 인기와 명성을 얻은 것은 발자크가 아니라, 연재의 성격에 맞도록 이야기 호흡이 짧고 흥미진진하게 끊는 기술이 뛰어났던 알렉상드르 뒤마 같은 작가였다.

이에 절치부심한 발자크가 연재소설에 어울리도록 대화 위주 서술과 챕터 나누기 기술을 발휘해 쓴 작품이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이다. 발자크의 기존 작품들에 비해 장황한 묘사나 일장연설이 적고, 빠른 장면 전환과 대화가 두드러진다. 그렇지만 1835년 최초의 작품 구상에서부터 1847년 4부의 출간까지 12년 동안, 각 부는 여러 번 발표되고 수정되고 출판되고 재출간되었다. 이에 역자는 4개 부가 하나의 작품으로 합쳐지는 전체 과정을 정리한 발간 이력을 덧붙였으며, 발자크의 『인간극』에서 『사교계의 영광과 비참』이 차지하는 자리와 그 의미에 관해 상세한 해설을 붙여 독자의 이해를 돕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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