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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모독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페터 한트케
1942년 오스트리아 케른텐 주 그리펜에서 태어났다. 두 살도 못 돼 베를린으로 이사하는 등 성년이 되기까지 국경을 넘어 여러 곳으로 주거지를 옮겼다. 첫소설 『말벌들』(1966)을 출간하면서 《47그룹》 회합에 참석하였고 논문「문학은 낭만적이다」, 희곡『관객모독』을 통해 작가로서의 명성을 얻었다. 1967년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 상>을 수상하였고 희곡 『카스파』(1968), 시 『내부 세계의 외부 세계의 내부 세계』(1969), 소설 『긴 이별에 대한 짧은 편지』(1972), 방송극 등 장르를 넘나드는 왕성한 창작력을 선보인 바 있다. 1973년 <쉴러 상>, <뷔히너 상>을 수상하였으며 1987년에는 빔 벤더스 감독과 함께 시나리오『베를린 천사의 시Himmel uber Berlin』를 썼다. 그밖에도 <오스트리아 국가상>, <브레멘 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현재 프랑스에 살고 있다.

역자 : 윤용호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였고 오스트리아 빈대학에서 페터 한트케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주요 논문으로는 「Selbstbiographischer Subjektivismus bei Peter Handke」, 「Peter Handke의 Franz Kafka 수용」이 있으며 주요 저서로는 『페터 한트케 연구』등이 있다. 현재 고려대학교 인문대학 독문학교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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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줄거리도 사건도 없는 희곡 아닌 희곡

무대 위 등장인물은 배우 넷이 전부고 극을 이끄는 줄거리나 사건은 없다. 배우들은 관객을 향해 직접 말하고 배우와 관객, 무대와 객석, 연극과 현실 사이 경계는 사라진다. 급기야 배우들은 관객들을 “여러분” 대신 “너희들”이라 부르며 거친 욕설을 퍼붓는다. 이것을 과연 희곡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관객모독」에서 배우들은 이렇게 말한다.

여러분이 아직 들어 본 적 없는 것은 여기서도 듣지 못할 것입니다. 여러분이 아직 본 적 없는 것은 여기서도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곳 극장에 오면 늘 보았던 것을 여기서는 전혀 볼 수 없을 것입니다. 여러분이 이곳 극장에 오면 늘 들었던 것을 여기서는 전혀 들을 수 없을 것입니다.(17쪽)

이것은 연극이 아닙니다. 여기서는 이미 일어났던 사건이 반복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서는 지금이 있을 뿐입니다. 현재가 있을 뿐입니다. 오직 한 번 있을 뿐입니다.(32쪽)

연극을 보기 위해 극장에 온 관객들의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지며 “이것은 연극이 아닙니다.”라는 과격한 말은 계속 관객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보통 연극에서는 무대 위 배우들이 어떤 사건을 재연하거나 배역을 연기하고 관객들은 그것을 조용히 바라본다. 관객은 연극의 시공간을 현실 세계와 분리해서 인식하고, 연극을 관람할 때만큼은 무대 위 세계를 마치 실제 세계처럼 여기며 작품 속 사건과 인물 들에 빠져든다. 고대 그리스 이래로 서양 연극을 규정해 온 감정 이입, 카타르시스 같은 개념들은 바로 이런 상황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관객모독」에서 관객과 배우는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존재하며, 관객에게 감동을 주는 사건 같은 것은 없다. 관객들은 무대 위 연기를 보는 대신 배우들이 끊임없이 쏟아 내는 말을 직접 들으며, 허구가 아닌 현실로서 새로운 연극을 ‘체험’한다.

▶ 다양한 언어 실험이 돋보이는 혁신적 작품

한트케의 희곡들은 ‘언어극’이라 일컬어지며 언어를 중요한 주제로 다룬다. 한트케는 「나는 상아탑에 산다」라는 글에서 연극이 “현실을 그대로 묘사하거나 현실이 아닌 것을 현실로 착각하게끔 하지” 않고, “오직 현실에서 쓰이는 단어와 문장”으로만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원칙에 따라 한트케는 「관객모독」에서 어떤 사건을 구체적으로 서술하거나 무대 위에서 보여 주려 하지 않으며, 오직 언어에 집중한다.

여러분은 생각 없이 앉아 있습니다. 여러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앉아 있습니다. 여러분은 함께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함께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어떤 생각에 얽매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은 자유롭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말하면서 여러분의 생각을 파고듭니다.(19쪽)

「관객모독」의 대사에서 의미를 발견하기는 어렵다. 서로 앞뒤가 맞지 않는 대사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유사한 문장 구조와 단어 들이 반복되면서 묘한 리듬감이 생겨난다. 마치 비슷한 리듬과 박자가 반복되고 변주되는 음악처럼, 대사들은 형식을 바꿔 가며 계속 이어진다. 극 막바지에 이르러서 대사는 욕설로 바뀐다.

“전쟁광들아, 짐승 같은 인간들아, 공산당 떼거리들아, 인간의 모습을 한 짐승들아, 나치의 돼지들아.”(60~61쪽)

배우들은 자신들이 누군가를 겨냥해 욕하는 것이 아니라 단지 사람들이 일상에서 쓰는 욕설을 말하고 이로써 청각 이미지를 만들어 낼 뿐이라고 이야기한다. 욕설 중 상당수는 독일의 나치 과거에 대한 비판을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관객들에게는 정신없이 쏟아지는 욕설의 의미를 하나하나 따져 볼 여유가 없다. “내 희곡은 단어와 문장으로만 구성되었고, 중요한 것은 의미가 아니라 그 단어의 다양한 사용”이라는 말처럼, 한트케는 「관객모독」에서 의미와 분리된 언어가 어떻게 사용될 수 있는지 실험함으로써 독창적인 희곡 작법을 제시한다.

▶ 파격과 실험의 미학, 한트케의 문학 세계를 잘 보여 주는 대표 희곡

「관객모독」은 1977년 국내 초연된 후 삼십여 년 동안 꾸준히 무대에 오르며 한국 연극계를 뒤흔들었다. 과격하고 전위적이며 논쟁적인 이 작품이 한국 관객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은 기존의 고정 관념을 깨부수는 파격과 신선함 때문이었다. 안정적이고 완결된 형식에 안주하지 않고 계속해서 새로운 실험을 향해 나아가는 작가 한트케의 열정이 관객들에게도 큰 호응을 얻었던 것이다.

「관객모독」은 2012년 12월 6일 일흔 번째 생일을 맞이한 대가 한트케의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작품이자 그 출발점이라 할 수 있다. 전통극의 형식을 뒤엎고 사회와 예술의 통념에 욕설을 퍼부음으로써 현대극에 충격을 안긴 「관객모독」은 도발과 파격 그리고 실험이라는 표현에 가장 잘 어울리는 희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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