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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예술에 대한 열정으로 죽음을 넘어서다!

독일 문학의 거장 헤르만 헤세의 자전적 소설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섬세하게 예민한 감성을 지닌 화가 클링조어가 어느 해 여름 죽음의 그림자가 자신을 찾아왔음을 알아채고 남은 생명을 모두 소진해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클링조어는 삶에 대한 열정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과 몰락을 기꺼이 받아들인다. 이는 낡은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환영한 당시의 문화적 현상을 반영한 것이다. 이 작품을 집필한 당시 헤세는 엄청난 정신적 위기를 겪고 있었는데, 여름 한 달 만에 써 내려간 이 작품으로 자신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시켰다. 죽음을 앞두고 마지막 불꽃을 피워 올리는 화가 클링조어의 모습에는 이러한 헤세의 열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감각적인 언어로 그려낸 클링조어의 그림 속 아름다운 풍경과, 작가이자 화가인 헤세가 드러내는 그림에 대한 열정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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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머리말
1. 클링조어
2. 루이스
3. 카레노에서 보낸 하루
4. 에디트에게 보내는 편지
5. 몰락의 음악
6. 8월의 저녁
7. 매정한 녀석 루이스에게 보내는 편지
8. 클링조어가 친구 두보에게 보내는 시
9. 자화상
작품 해설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 남부 칼프에서 선교사 부부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기숙사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망쳐 나왔으며, 서점과 시계 공장에서 일하며 작가로서의 꿈을 키웠다. 첫 시집《낭만적인 노래》가 라이너 마리아 릴케의 인정을 받았고, 1904년《페터 카멘친트》가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1906년 자전적 소설《수레바퀴 아래서》를 출간했고, 1919년 필명 ‘에밀 싱클레어’로《데미안》을 출간했다. 가장 활발한 작품 활동을 한 1920년에는《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클라인과 바그너》《방랑》《혼란 속으로 향한 시선》을 출간했다. 1946년《유리알 유희》로 노벨문학상과 괴테상을 수상했다. 1962년 8월 9일 세상을 떠날 때까지 전 세계인들에게 사랑받는 소설과 시, 수많은 그림을 남겼고, 평생을 통해 진정한 자유와 행복의 의미를 찾고자 했다.

번역 : 황승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독일 프라이부르크대학에서 수학했다. 서울대, 중앙대, 숭실대 강사와 상명대 연구교수를 역임했고,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독일 명작의 이해』(공저), 『독일, 민족, 그리고 신화』(공저) 등이 있고, 역서로는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슈톨츠』, 『릴케의 프로방스 여행』,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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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헤르만 헤세
번역 황승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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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몰락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의 초상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은 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화가 클링조어가 어느 해 여름 죽음의 그림자가 자기 앞에 드리우고 있음을 알아채고 남은 생명을 모두 소진해 마지막 작품을 완성하는 이야기이다. 포도주와 아름다운 여인들, 낭만적인 시와 음악을 사랑하는 그는 스스로를 중국의 시인 이태백과 동일시하고 자신의 친구인 시인 헤르만을 두보라 부를 정도로 동양적인 사고와 사상에 심취해 있다. 그는 죽음을 앞두고 생에 대한 욕구와 죽음의 그림자 사이를 오가며 사랑하는 여인과 친구 들을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 다음 방 안에 틀어박혀 미친 듯이 그림 그리기에 몰두한다.

클링조어는 삶에 대한 열정과 죽음에 대한 공포로 불안해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죽음과 몰락을 환영하고 기꺼이 소멸하려 한다. 이러한 클링조어의 태도는 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 사회, 특히 문인이나 예술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진 ‘몰락’이라는 구호와 상통한다. 이는 국가나 정치의 몰락 같은 부정적인 의미의 몰락이 아니라, 낡은 것을 거부하고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환영하는 문화적 현상이다. 헤세에 따르면, 몰락은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이고, 모든 대립은 인간의 머릿속에서만 존재하는 착각이다. 이와 밀접한 연관 관계에 있는 것이 ‘마술’인데, 이는 헤세에게 있어 상당히 중요한 개념이다. 클링조어라는 이름도 중세의 서정시인 볼프람 폰 에셴바흐의 『파르치팔』에 나오는 마술사의 이름에서 유래한 것이다. 헤세에게 마술은 전통적인 시공 개념을 넘어 대립과 경계가 없는 근원적인 것으로 회귀해 새로운 탄생의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며, 예술은 이러한 마술을 이루어 내는 도구다. 헤세는 무수한 대립 쌍의 한쪽에만 뿌리를 두고 있는 기존의 서구적 사고방식과 문화, 예술 등이 해체되고 몰락해야 새로운 탄생이 가능하다고 보았다. 모든 대립을 지양하고 이들을 통합하는 새로운 예술의 탄생을 예고하는 몰락은 클링조어가 모든 생명을 불태워 완성하는 자화상에서 최고조에 다다른다.

그들은 말한다. 에케 호모, 이것이 인간이라고. 말세의 지치고, 탐욕스럽고, 거칠고, 천진하면서도 세련된 우리 인간, 죽어 가는, 죽고자 하는 유럽인이라고. 동경함으로써 고상하게 되고, 악덕으로 인해 병들고, 자신의 몰락을 앎으로써 열광적으로 생기를 얻고, 발전을 준비함과 동시에 퇴보가 무르익는, 똘똘 뭉친 열정이자 넌더리나는 권태, 모르핀 중독자가 독에 중독되듯 운명과 고통에 중독된, 고독한, 내면적으로 약화된, 태곳적의, 파우스트이자 동시에 카라마조프, 동물이자 현자, 적나라하게 노출된, 명예욕이라고는 털끝만큼도 없는, 완전히 벌거벗은, 죽음을 죽이기 위해 죽음에 대해 어린아이가 느끼는 공포로 가득한 동시에 권태에 지쳐 죽음에 대한 준비를 끝낸 유럽인이라고. (본문 중에서)

클링조어의 자화상에 대한 이러한 언급을 통해, 그의 죽음이 단순한 개인의 죽음을 넘어 서구 사회의 권태와 노화에 몰락을 선언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세계를 일구어 내려는 시도임을 알 수 있다. 그가 남긴 최후의 자화상은 다름 아니라 몰락을 통한 새로운 탄생을 희구하는 전환기 유럽 사회의 초상인 것이다.

그림과 음악, 문학이 절묘하게 조화된 환상적인 소설

헤세의 작품들 중에는 자전적인 요소를 가진 것들이 상당히 많은데,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도 예외가 아니다. 특히 이 작품은 헤세가 1차 세계대전의 폐해와 가정의 붕괴라는 이중고로 정신적 죽음의 문턱에 서 있던 1919년 여름 약 네 주 만에 신들린 듯 써 내려간 것으로, 그의 고뇌와 열정이 작품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 당시 그는 치료의 일환으로 그림을 시작했는데, 1925년의 어느 편지에서는 “내 생횾 가장 힘든 시기에 처음으로 그림을 그리려는 시도가 나에게 위안을 주고 나를 구원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이미 오래전에 저 세상 사람이 되었을 것이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가 화가 고흐를 염두에 두고 창작한 인물인 클링조어는 살기 위해 그림을 그린 화가로서의 헤세 자신과도 상당히 닮아 있다. 독일의 표현주의 작가 클라분트는 이 작품이 이전 작품과는 다른 헤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 주고 있으며, 무엇보다 뒤늦게 그림 공부를 시작한 헤세가 이 작품에서 그림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보여 주고 있다고 극찬했다. 죽음 앞에서 미친 듯이 붓을 휘두르며 힘든 싸움을 하듯 그림을 그리는 클링조어의 모습에서 당시 헤세가 처했던 상황과 그가 느꼈을 고통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또한 헤세는 음악과도 인연이 깊어 열한 살에 바이올린 교습을 받고 마울브론 신학교에서 오케스트라 활동을 했으며, 사는 동안 화가나 음악가와 많은 교제를 나눴다. 그는 여든 살에 어느 독자에게 보낸 편지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두 가지 일은 음악 겿주와 그림 그리기”이며, 힘들고 어려울 때 음악과 그림이 많은 도움을 줬다고 말했다. 1924년의 어느 편지에서는 “그림이 없었다면 저는 시인으로 이 자리까지 도달하지 못했을 것입니다.”라고 고백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헤세의 작품, 특히 생존을 위해 화가로서의 열정을 불태우던 시기에 자신의 고통을 문학으로 승화한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에서는 매우 독특한 문체가 나타난다. 문법적인 규범에서 벗어난 문장들도 많고, 심한 경우에는 대여섯 개의 형용사가 하나의 명사를 수식하기도 하며, 위의 인용 구절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림이나 풍경을 묘사하는 부분에서는 하나의 쉼표만으로 연결되어 반 페이지를 넘어가는 경우도 허다하다. 붓질을 하듯 수많은 쉼표로 분절하고 문법적 틀에서 벗어나 노래하듯 써 내려간 문장들은 대립과 경계를 넘어선 헤세의 통합적인 사고를 여실히 보여 준다. 음악과 문학이 대가의 손에서 절묘한 문학으로 어우러진 이 작품은 언어로 붓질한 그림이자 붓으로 연주한 음악이며 색채의 가락을 입힌 환상적인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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