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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177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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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저자 : 귄터 그라스
1927년 10월 16일 폴란드의 자유시 단치히 교외 랑푸우르에서 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독일인, 어머니는 가톨릭계 카슈바이인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 기간 중 청소년기를 보낸 작가는 히틀러 청소년단에 가입했고, 공군보조병, 전차병 등으로 참전하기도 했다. 1954년 서정시 대회에 입상함으로써 문단에 발을 들여놓았다. 같은 해 전후 청년 문학의 대표적 집단인 '47그룹'에 가입했다. 1958년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된 대작 '양철북'의 미완성 초고를 47그룹에서 강독하여 그해 47그룹 문학상을 수상했다. 다음해인 1959년에 '양철북'을 출간했다. 이후 '양철북'으로 게오르그 뷔히너 상, 폰타네 상, 테오도르 호이스 상 등 수많은 문학상을 수상했다. 1963년 '개들의 시절'을 출간으로 '양철북', '고양이와 쥐'(1961)와 함께 '단치히 삼부작'을 완성했다. 1960년대 후반과 1970년대를 거치는 동안 미국, 이스라엘을 여행하며 자신의 작품들을 강독했으며, '국부마취'(1969), '넙치'(1977), '텔그테에서의 만남'(1979) 같은 대작들을 출간했다. 1986년 인도의 캘커타를 여행했다. 1992년 소설 '무당개구리 울음'을 출간했다.

역자 : 김재혁
고려대학교 독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 독문과 교수로 재직하며 시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독일 튀빙겐대학교 한국학과 방문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 『릴케의 시적 방랑과 유럽여행』, 『릴케전집』(1, 2권), 『서정시의 미학』, 『릴케와 한국의 시인들』 등이 있고, 시집 『딴생각』, 『아버지의 도장』, 『내 사는 아름다운 동굴에 달이 진다』 등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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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식량과 여성 문제를 중심으로 한 인류 문화사

작품의 첫 페이지에는 <헬레네 그라스에게>라는 헌사가 붙어 있는데 헬레네는 귄터 그라스의 딸로, 작가가 작품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한 1973년 10월에 잉태되었다고 한다. 시기적인 측면과 엇물려, 이 작품은 남성 중심적인 사회에서 살아나가야 하는 딸을 위해 아버지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첫째 달부터 아홉째 달까지 총 아홉 개의 장으로 구성된 이 작품은, 이 세상에 처음부터 존재해 온 인물인 <내>가 임신한 아내 <일제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형식을 바탕으로 한다. 바익셀 강 어귀의 늪지대를 배경으로, 신석기 시대부터, 철기 시대, 중세, 바로크 시대, 절대 왕정기, 혁명의 19세기와 20세기, 제3제국을 거쳐 현대에 이르기까지 <내>가 만났던 열한 명의 여자 요리사들에 대한 이야기가 시대 순으로 전개된다.
작가는 1977년 9월 한 인터뷰에서 소설을 집필하게 된 동기에 대해 이렇게 밝힌 바 있다. <그때 나는 우리의 역사 서술에서 빠진 부분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여성들이 역사 형성에서 이름없이 이루어낸 몫을 말합니다. 요리사로서, 가정주부로서, 식량 구조를 혁명적으로 개선할 때, 즉 기장을 감자로 대체할 때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로서 말입니다. > 이렇게 작품 속의 여성들은 민족 대이동 시절에는 순무를 재배했고, 7년 전쟁 시기에는 감자를 도입했으며, 공산주의 혁명 시기에는 양배추를 들여오는 등, 식량 문제 해결을 통해 인류의 생존에 지대한 역할을 한 존재로 그려지고 있다. 한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요리의 재료 및 방법 또한 놀라우리만치 다양하여 작품을 읽는 동안 마치 성대한 만찬에 초대받은 듯한 느낌을 안겨주기도 한다.

* 남성 중심 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와 진정한 페미니즘을 향한 모색

여자 요리사들의 이야기와 엇물려, <나>와 마찬가지로 약 4000년에 이르는 시간 동안 존재해 왔던 <말하는 넙치>, 그리고 그가 역사상 남성 편만 들어왔다는 죄목으로 여성 배심 법정에서 재판을 받는 과정도 작품의 또 한 축이 된다.
여기에서 <넙치>는 헤겔의 세계 정신과 같은 전지전능한 존재로서 이성과 논리성의 상징이다. 약 4000년 전 세 개의 유방이 달려 있는 아우아의 보살핌을 받으며 모권 사회에서 남자들이 아무 생각 없이 살아가던 시절, <넙치>는 <나>에게 잡혀 남자들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맡기로 하고 그 이후로 역사의 주도권은 남성에게 넘어간다. 넙치는 모든 시대적 변동과 유행의 변화, 모든 혁명, 최신의 진리와 진보를 앞서서 예견하고 남자들이 그에 대비할 수 있게 해준다. 그러다가 현대에 이르러 <넙치>는 다시 여자들에게 잡히는데, 넙치는 남성 중심의 역사가 초래한 파멸에 대해 언급하며 앞으로는 여성들을 위한 조언자 역할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그렇지만 그 또한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은 작품 속에서도 나타나는데 화자는 어느 한 쪽의 우위가 아닌, 제3의 것을 통해 대립 구도를 허물고 진정한 화해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다.

* 동화적 서술방식을 통해 재구성한 또 하나의 역사

그라스는 동화적 서술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나는 『양철북』때부터 '옛날, 옛날에'라는 동화적 서술방식을 사용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독특한 독일적 서술형식이 우리 문학의 토대라고 생각합니다. (……) 나는 깊이 파고 들어가는 심리 소설보다 이 동화 형식 속에 더 많은 현실이 들어 있다고 봅니다. >
실제로 이 작품의 모티브가 된 것은 그림 형제의 동화 「어부와 그의 아내」이다. 이 동화에서 어부는 어느 날 말하는 넙치를 잡게 되는데, 마음씨 착한 어부는 넙치가 살려달라고 하소연하자 넙치를 그냥 풀어주고 만다. 그 이야기를 들은 어부의 아내는 넙치에게 가서 소원을 빌라고 어부에게 강요하고, 점점 큰 욕심에 사로잡힌 아내는 결국 모든 것을 잃게 된다. 그후로 어부의 아내는 무한한 소유욕에 사로잡힌 심술궂은 여인의 전형이 된다. 그러나 작중 화자는 그 동화를 가부장제를 지키려는 남자들의 음모라고 말하며, 원래 「어부와 그의 아내」는 두 가지 판본이 있었는데, 남성들의 욕구가 파멸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내용으로 한 판본은 남자들이 불태워 버렸다고 말한다. 그 불타버린 판본을 토대로 한 작품이 바로 『넙치』이며, 그라스는 이 작품에서 <백과사전과도 같은 풍부한 지식의 소유자>라는 찬사에 걸맞게 인류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상상력을 바탕으로 상세하고 진실된 또 하나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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