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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174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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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전환점이 된 소설로, 최초의 실존주의 소설이라 일컬어진다. 그동안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설 형식을 선보여, 기존의 소설 문법뿐 아니라 세계 인식의 틀마저 배반하는 실험을 감행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1부 「지하」와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구린내 나고 추악한 지하"에서 이십 년 동안이나 독기를 품은 채 살아온 한 남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젊은 시절 하급관리로 사회생활을 했지만 친분 관계도 거의 없이, 모든 이들을 혐오해왔다. 한편으로는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에도 심한 모욕을 느끼며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궁리를 하지만,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2부에서는 그가 이십대에 겪었던 사건 두 가지를 들려준다.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며,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주인공 '지하인간'은 기존의 소설에서 상상할 수 없는 새로운 캐릭터를 보여준다. 그가 고백하는 위악적인 가치관 역시 기존의 세계관을 전복시키는 것이었다. '지하인간'은 이후 톨스토이, 체호프를 비롯하여 21세기 소설가 랠프 엘리슨, 영화 〈택시드라이버〉에까지 영향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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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부 지하 - 7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 - 69
작품 해설 - 201
작가 연보 - 215
저자 소개
저자 : 도스토예프스키

모스크바 출생. 톨스토이와 함께 19세기 러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문호이다. '넋의 리얼리즘'이라 불리는 독자적인 방법으로 인간의 내면을 추구하여 근대소설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농노제적(農奴制的) 구질서가 무너지고 자본주의적 제관계(諸關係)가 대신 들어서려는 과도기의 러시아에서 시대의 모순에 고민하면서, 그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을 전적으로 작품세계에 투영한 그의 문학세계는 현대성을 두드러지게 지니고 있으며, 20세기의 사상과 문학에 깊은 영향을 끼쳤다. 그는 빈민구제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도시적인 환경 속에서 자라났다. 이 점이 바로 러시아 도시문학의 선구자로서의 그의 위치를 굳히게 하는 한편, 훗날의 토양주의(土壤主義:러시아 메시아니즘)의 주장에서 엿보이는 바와 같은 농민이상화의 경향마저 그에게서 싹트게 하였다. 그는 어려서부터 문학을 좋아하여, 특히 W.스콧의 환상적이며 낭만적인 전기와 역사소설에 흥미를 느꼈다. 16세 때 상트페테르부르크 공병사관학교에 입학했고 졸업한 다음에는 공병국에 근무했으나, 싫증을 느껴 1년 남짓 있다가 퇴직했는데, 때마침 번역 출간된 발자크의 '외제니 그랑데'가 호평을 받은 데 힘을 얻어, 직업작가에 뜻을 두게 되었다. 그의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6)은 도시의 뒷골목에 사는 소외된 사람들의 사회적 비극과, 그들의 심리적 갈등을 그려낸 중편으로서, 사실주의적 휴머니즘을 기치로 하였던 당시 비평계의 거물인 V.G.벨린스키에게 인정되어, 24세의 무명작가는 일약 '새로운 고골'이라는 문명을 떨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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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번역 김연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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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구린내 나고 추악한 지하”에서 뿜어내는 싸늘한 독기,
세상에 대한 경멸과 증오가 자신을 향한 저주로 뒤바뀐다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1부 「지하」와 2부 「진눈깨비에 관하여」로 구성되어 있다. 「지하」는 “나는 아픈 인간이다……. 나는 심술궂은 인간이다.”라는 주인공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그는 마흔 살가량의 남자로, 이십 년쯤 전에 하급 관리로 일했으나 약간의 유산을 물려받은 이후 줄곧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살아왔다. 학창 시절의 친구도 없고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친분을 쌓지 못해 인간관계라 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 그는 이런 상황에 거의 아무런 불만이 없고 오히려 모든 이들을 혐오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자신을 무시하는 사람들의 작은 행동에도 심한 모욕을 느끼며 온갖 방법으로 복수할 궁리를 한다. 그러나 그뿐, 실제로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는다. 그렇게 이십 년간 아무도 만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은 채 지하에 틀어박혀 있었다.

「진눈깨비에 관하여」에서는 그가 이십 대에 경험했던 일들을 들려준다. 한 장교와 당구장에서 우연히 마주치는데, 장교는 길을 막고 있는 그를 물건처럼 집어 들어 옆에다 내려놓은 후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제 갈 길을 간다. 주인공은 이 일로 크나큰 치욕을 느끼고 장교에게 복수할 궁리를 시작한다. 그를 비방하는 소설도 쓰고 결투를 신청하는 편지도 쓰지만, 둘 다 거기서 그친다. 또 다른 일화는 초대받지 않은 동창생들 모임에 참석했던 이야기이다. 학교에 다닐 때는 물론이고 그 후에도 교류가 없었던 동창생들이 환송회를 연다고 하자 돈까지 빌려 가며 부득부득 그 자리에 낀다. 그러나 막상 모임에서는 같이 어울리지도 못하고 엉뚱한 행동만 할 뿐이다. 주인공은 그들을 쫓아 유곽에까지 따라가는데, 거기서 리자라는 매춘부를 만난다. 무슨 말을 해도 뚱한 반응을 보이는 리자의 태도에 약이 올라, 그녀의 미래에 대해 온갖 잔인한 말을 퍼부어 그녀를 울리고 만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며칠 동안이나 리자가 찾아올까 봐 노심초사하다가 하인에게 히스테리를 부리는데, 바로 그 순간에 리자가 그를 방문한다. 그녀가 그런 모습을 목격한 것에 수치심을 느끼고 그녀를 증오하게 된다.

자신은 누구보다 똑똑하다고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새로운 시대의 철학도 이념도 모두 경멸하고, 나아가 자기 자신을 가장 경멸하는 주인공. 언제나 조롱과 경멸을 자초해 놓고는 그들에 대한 증오로 어쩔 줄을 몰라 하다 결국에는 스스로를 괴롭히고 저주하는 지경에까지 자신을 몰고 간다.

구린내 나고 추악한 자신의 지하에서 우리 생쥐는 모욕과 조롱에 짓이겨진 채로 그 즉시 싸늘한 독기를 품은, 무엇보다도 영원토록 사라지지 않을 악의 속으로 침잠한다. 그러곤 사십 년을 내리 자신의 모욕을 가장 극악하고 수치스러운 세부 사항까지 죄다 기억해 내고 그때마다 자기 쪽에서 훨씬 더 수치스러운 세부 사항을 덧붙이면서 자신의 환상을 통해 표독스럽게 스스로를 약 올리고 짜증나게 만들 것이다. 그놈 스스로 자신의 공상을 부끄러워하면서도 어쨌거나 모든 것을 기억해 내고 모든 것을 곱씹고 이런 일도 일어날 수 있었다는 구실을 대며 자신에게 불리한 얼토당토않은 것만 잔뜩 지어내고 어느 것 하나 곱게 넘어가지 않을 것이다.(본문 중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미학적, 시학적 실험
19세기 리얼리즘 소설의 문법을 비켜 나간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

도스토예프스키는 소설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하던 스물여덟 살부터 팔 년 동안 유형 생활을 한다. 사 년을 감옥에서 보냈으며 사 년 동안은 시베리아에서 복무했는데, 특히 감옥 생활을 하는 중에 허락됐던 책은 ‘성경’이 유일했다고 한다. 이 공백기가 지난 후 그의 작품이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성격을 띠게 된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닐 것이다. 특히 퇴역한 지 오 년이 지난 1864년에 발표한 『지하로부터의 수기』에서는 “그동안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소설 형식을 선보였다. 기존의 소설 문법뿐 아니라 세계 인식의 틀마저 배반하면서 소설 장르에 대한 실험을 감행했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이런 결과 때문이다. 또한 『죄와 벌』이나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과 같은 도스토예프스키 자신의 대작과 비교했을 때 이 작품은 중편소설에 가까운 분량이지만, 평론가들은 그의 다른 작품보다도 훨씬 난해하고 모던하며 문제적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나는 쓴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게다가 이 ‘나’는 주인공-영웅이 되기는커녕 ‘반(半)주인공’, 심지어 ‘반(反)주인공’에, 그야말로 무위도식하는 백수에 불과하지만 오직 쓰는 행위를 통해 세계를 내 안에 담은 주인공으로 등극한다. 바로 이것이 발자크적 리얼리즘에 지배되던 19세기 소설 문법을 비켜나가 『지하로부터의 수기』만이 보여 준, 심지어 발견한 우리 의식과 실존의 새로운 지평이기도 하다.(「작품 해설」 중에서)

젊고 감각적인 번역으로 다시 읽는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 책의 번역자인 김연경은 서울대학교와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예프스키 연구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젊은 학자이다. 또한 21세에 등단해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내 아내의 모든 것』, 장편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등의 작품을 발표한 소설가이기도 하다. 젊은 학자이자 소설가로서, 김연경은 『지하로부터의 수기』를 감각적으로 번역해 냈다.

또한 고심 끝에 기존에 흔히 쓰이던 ‘지하 생활자의 수기’라는 제목 대신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제목을 붙였다. 이 작품의 원제목은 ‘Записки из подполья(Notes from (the) Underground)’로, ‘지하 생활자의 수기’는 일본어 번역(‘地下生活者の手記’)을 그대로 차용한 제목이다. 일견 자연스럽고 익숙한 듯한 이 제목 대신 ‘지하로부터의 수기’라는 제목을 택한 것은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다. 우선은 작품의 원제의 의미를 최대한 가깝게 전달하려 했다. 그리고 이 작품의 주인공인 ‘지하 인간’에게는 건강하고 활기찬 느낌을 주는 ‘생활’이라는 것이 결여되어 있다. 그의 수기는 그저 그의 ‘실존’, 그리고 그의 ‘지하’에서 흘러나온 고백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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