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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시리즈(17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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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소개

“훗날 내 글을 읽는 사람이 있어
‘사랑을 하고 갔구나.’ 하고 한숨지어 주기를 바란다.
나는 참 염치없는 사람이다.”

▶모든 군더더기를 떨어내고 남은 마지막 모습은 아름답다. 인간에 대한 따뜻한 애정을 배울 수 있는 책이다. -박완서(소설가)
▶오늘을 사는 우리가 잃어버린 정직하고 부끄러운 염치의 마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피천득의 글을 만나 봐야 한다. -최인호(소설가)
▶ 피천득의 삶과 글에서 우리가 깨닫게 되는 것은, 세상 소문에 들떠서 소문난 것을 찾아 헤매다가 자신의 삶을 놓쳐 버리는 오늘의 세상에서 자신에게 순정한 것을 지키고자 했다는 것이다. -김우창(문학평론가)

깨끗한 문장으로 작은 것들에 대한 사랑을 노래한 작가,
한국 수필에 미학적 기준을 세운 피천득 산문집

피천득 수필집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으로 출간되었다. 기존의 수필집 『인연』을 바탕으로 자식에게 보낸 미공개 편지들을 새롭게 더했다. 해당 편지들은 ‘수영이’라는 파트로 묶였으며, 딸 ‘서영이’에 대한 극진한 사랑으로 널리 알려진 피천득의 또 다른 얼굴, 아들을 향한 담담하고 절제된 애정을 처음으로 보여 준다. 새롭게 수록된 이 편지들은 피천득 문학을 이루는 정서의 지평을 한층 넓혀 준다.

작품 해설은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뷰어 김지수 작가가 맡았다. 국내외 석학들의 사유가 집결하는 인문학 플랫폼으로 자리 잡은 ‘김지수의 인터스텔라’를 비롯해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 『위대한 대화』, 『지켜야 할 마음이 있습니다』 등의 저서로 시대의 사유를 인물의 얼굴과 말의 결을 통해 길어 올려 온 김지수는, 사람의 삶에서 책임과 태도를 발견해 온 인터뷰어다. 이번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에서는 딸에 가려져 있던 아들과의 관계를 통해 피천득의 또 다른 매력을 조명하며 한국 근대 수필의 정수가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좌표 안에서 다시 읽힐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준다.

제목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는 피천득의 대표 수필 「인연」에 등장하는 한 구절이다. 피천득은 그 글에서 어떤 만남들은 애초에 스쳐 지나갔어야 했고, 어떤 관계들은 조용히 물러났어야 했다고 말한다. ‘세 번째는 아니 만났어야 했을 인연’이라는 고백 뒤에 이어지는 이 담담한 문장은, 인연의 빛이 아니라 그 본질에 깃든 그림자를 드러낸다. 우리가 인연이라 부르는 것들 가운데 많은 경우는 이렇듯 악수조차 나누지 못한 채 끝나 버리는 ‘미완의 문장’이다. 이 제목은 지금껏 피천득 읽기에 있어 대중화되지 않은 비창감(悲愴感)과 함께 그의 문학이 지닌 사랑과 윤리의 이면을 조용히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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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서문 13

인생은 작은 인연들로 아름답다

수필 17
신춘 20
조춘 23
종달새 25
봄 28
파리에 부친 편지 31
오월 34
가든파티 36
장미 40
여성의 미 42
모시 45
수상 스키 48
꿈 50
선물 52
플루트 플레이어 56
너무 많다 58
보기에 따라서는 60
여성의 편지 62
장난감 64
가구 66
눈물 68
맛과 멋 71
호이트 컬렉션 73
전화 75
시골 한약국 77
장수 79
황포탄의 추석 81
기다리는 편지 83
용돈 85
금반지 88
이사 90
보스턴 심포니 94

서영이

엄마 99
그날 105
찬란한 시절 109
서영이에게 111
어느 날 114
서영이 116
서영이 대학에 가다 120
딸에게 124
서영이와 난영이 127
외삼촌 할아버지 131
인연 134
유순이 138
도산 143
도산 선생께 146
춘원 148
셰익스피어 151
도연명 153
로버트 프로스트 Ⅰ 157
로버트 프로스트 Ⅱ 160
찰스 램 163
브룩의 애국시 166
여심 169
치옹 172
어느 학자의 초상 177
아인슈타인 180

나의 사랑하는 생활

나의 사랑하는 생활185
멋 189
반사적 광영 192
피가지변 196
이야기 200
잠 204
구원의 여상 208
낙서 212
은전 한 닢 215
술 218
순례 224
비원 230
기행소품 233
토요일 237
여린 마음 240
초대 243
여름밤의 나그네 245
기도 248
우정 250
1945년 8월 15일 253
콩코드 찬가 255
시집가는 친구 딸에게 258
유머의 기능 262
문화재 보존 264
송년 266
만년 269

수영이에게

날짜 없음 272
1976년 3월 19일 274
1977년 5월 15일 276
1977년 4월 3일 278
1980년 4월 3일 280
1980년 9월 4일 282
카드. 날짜 없음 283

작품 해설

겸손의 심연을 만나다 _김지수(기자/작가)

작가 연보
저자 소개
저자 : 피천득
서울에서 태어나 중국 상하이(上海) 공보국 중학을 거쳐 1937년 호강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했다. 일제강점기 때 경성중앙산업학원 교사로 근무했고, 8·15광복 직후인 1945년 경성제국대학 예과교수를 거쳐 1946~1974년까지 서울대학교사범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46년 서울대학교에서 영시(英詩) 강의 시작, 1954년 미국 국무성 초청으로 하버드대학교에서 1년간 영문학을 연구하였으며, 1966년 서울대 대학원 학생과장을 역임했다. 1930년 《신동아》에 「서정소곡(抒情小曲)」을 처음으로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1932년 《동광》에 시 「소곡(小曲)」(1932), 수필 「눈보라 치는 밤의 추억」(1933) 등을 발표하여 호평을 받았다. 대체로 투명한 서정으로 일관, 사상과 관념을 배제한 순수한 동심에 의해 시정(詩情)이 넘치는 생활을 노래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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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피천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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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개인’을 알았고, ‘개인’으로 살았으며, ‘개인’을 원했던 작가

피천득은 한국의 시인이자 수필가, 영문학자이자 번역가다. 1910년에 태어나 2007년에 생을 마감한 그는 20세기를 온전히 경험한 지식인이기도 하다. 식민지와 전쟁, 분단과 산업화를 거친 격동의 시대 속에서도 그는 시대의 구호보다 개인의 감정과 일상을 신뢰했다. 20세기 지식인으로서 그가 남긴 글은 근대적 개인으로 살아간 한 인간의 태도와 윤리를 고요하게 증언한다. 그의 글은 마음을 위로하는 소박한 문학일 뿐만 아니라, 근대 문학의 핵심인 ‘개인의 탄생’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사유되고 체현되었는지를 보여 주는 드문 기록이다.

한국 수필 문학의 미학적 기준

격동의 시대를 살았으되, 그가 남긴 단정하고 절제된 문장들은 투명한 서정을 빚어내며 한국 수필의 미학적 기준이 되었다. 순수한 동심, 맑고 고매한 정서, 고결하고 담백한 정신이 결합된 그의 글은 한국 근대 수필을 교양의 문학으로 끌어올린 이정표이자 한국인들에게 영원한 정신의 안식처가 되어 준다. 「인연」, 「나의 사랑하는 생활」, 「오월」, 「은전 한 잎」 등 수필의 대명사로 각인된 작품들은 일찍이 작고 아름다운 것들을 사랑했던 피천득의 수필 정신을 우아하고 산뜻하게 전한다.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는 그 미학의 정점을 이루는 작품들을 다시 묶어, 한국 수필이 도달한 한 기준을 오늘의 독자 앞에 또렷이 제시한다.

사랑을 하다 간 사람

피천득 문학의 핵심은 ‘사랑’이다. 그의 사랑은 감정의 고백이나 열정의 분출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태도이자 세계를 바라보는 윤리다. 그의 사랑은 타인을 소유하거나 변화시키려는 욕망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고 끝까지 존중하려는 인내의 형식에 가깝다. 문학적으로 그것은 극적인 사건이나 서사의 고조 대신 사소하고 미미한 순간들을 조심스레 붙드는 문장으로 나타난다. 작고 연약한 것들, 쉽게 스쳐 가는 일상과 관계를 끝내 외면하지 않고 기록하려는 태도, 말해지지 않은 감정 앞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절제는 그의 사랑이 지닌 미학적 성격을 이룬다. 피천득에게 사랑이란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지켜 내는 것이며, 확신을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오래 바라보는 일이었다. 그것이 그가 평생의 글을 통해 보여 준 사랑의 가장 조용하고도 단단한 실체였다.

젊음을 예찬하는 감각

청신하고 파릇한 피천득의 글은 유난히 늙지 않는 글이다. 많은 글에서 피천득은 한결같이 젊음을 예찬한다. 그가 이 글들을 쓴 것이 청춘이 지난 중년 무렵이어서이기도 할 것이다. 돌아갈 수 없는 시절에 대한 그리움은 그를 과거에 머물게 하기보다, 오히려 현재와 현실 속에서 만족과 절제의 태도로 행복의 실체를 발견하게 한다. 이 속에서 우리 독자들은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태도,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품위를 함께 사유하게 된다. 이 책은 삶의 끝자락에서조차 삶을 사랑하는 법을 잃지 않았던 한 지식인의 기록이다.

아들에게 보낸 편지 추가 수록

피천득의 독자들에게 그는 딸 ‘서영이’를 극진히 사랑하고 그리워한 아버지로 기억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그는 아들의 아버지이기도 했으며, 작고 후 작품을 정리하고 관리하는 실질적인 역할 역시 줄곧 아들 피수영이 맡아 왔다. 피수영은 아산병원에서 국내 최초로 신생아 의료 체계를 정착시킨 명의로, 여든 살에 하나로의료재단 고문직에서 은퇴하기까지 평생을 의료 현장에서 보낸 인물이다. 이 책에 수록된 편지들은 피수영 박사가 미국 미네소타주 덜루스 클리닉에서 신생아 전문의로 일하던 시절, 피천득이 아들에게 보낸 것들이다. 편지에는 아들을 향한 걱정과 염려, 자식들을 모두 멀리 두고 지내야 했던 노년의 적적한 생활, 그리고 절제된 말 속에 숨은 깊은 애정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이는 피천득 문학에서 좀처럼 드러나지 않았던 ‘아버지로서의 얼굴’을 조용히 비추는 기록이기도 하다.

김지수의 ‘인터뷰 해설’ 수록

이번 책에 수록된 해설은 인터뷰를 겸한 확장된 비평이다. 김지수의 인터뷰 해설은 피천득의 문학을 오늘의 언어로 다시 읽게 만든다. 그는 텍스트 바깥에서 인물을 소환해 한 인간의 삶과 글을 입체적으로 엮어 내며, 『악수도 없이 헤어졌다』를 단순한 수필 선집이 아닌 지금 이 시대에 다시 묻는 삶의 태도에 관한 책으로 확장시킨다.

피천득을 읽는 독자의 시선에서 출발해, 오랫동안 많은 독자들이 궁금해했을 딸에 대한 아버지의 마음, 아들에게는 어떤 아버지였는지, 어떤 사람들과 즐겨 어울렸는지, 작가의 가족으로서 어떤 삶을 살았는지까지 차분히 묻고 따라간다. 이 인터뷰 해설은 피천득의 글을 다르게 읽고, 더 깊이 읽는 길들을 독자 앞에 펼쳐 보인다.

해설에서

그렇게 감회에 젖어 느긋한 마음으로 첫 장을 읽기 시작했는데, 채 한 장을 넘기지 못하고 떨리는 손으로 연필을 깎아서 밑줄을 긋기 시작했습니다. 이토록 단정하고 격조 있고 생생하면서 겸양의 심연을 갖춘 한국말을 대면한 적이 언제였던가…… 주저함 없는 미문이 주는 아우라가 대단했습니다. 피천득 선생은 “수필은 마음의 산책”이라 했고 “수필의 빛은 비둘기빛이나 진줏빛”이라고 했습니다. “한가하면서도 나태하지” 않은 문학이며 “가고 싶은 대로 가는 것이 수필의 행로”라고 쓰고 있습니다. 힘을 빼고 쓴 문장이 오감의 적재적소에 산뜻하게 꽂히는 것은 그 표현의 정확함과 세련됨 때문이겠지요. 무엇보다 피천득 산문의 거의 모든 시작은 사소한 문장으로 시작해서 가슴팍에 포옹의 잔물결이 일도록 다정하게 마무리됩니다. (중략) 이 글을 읽고 저는 한강에 산책을 나갈 때마다 강물이 꽁꽁 얼어붙은 시린 날씨에도 어느 비둘기 목털에 윤이 나는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허공을 향해 턱을 들고 “햇빛 속에 고생을 잊어 보자.”라고 속삭였지요. 피 선생의 문장은 그렇게 읽는 이의 생활에 윤택하게 파고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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