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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해설 559
작가 연보 576
저자 소개
저자 :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Фёдор Михай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
1821년 10월 30일 러시아 모스크바의 마린스키 빈민 병원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페테르부르크 공병학교를 졸업했지만 문학의 길을 택한 뒤,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1846)로 당시 일약 러시아 문단의 총아가 되었다. 1849년부터 공상적 사회주의의 경향을 띤 페트라스키 모임에 출입하기 시작했다. 여기서 고골에게 보내는 벨린스키의 편지를 낭독했다는 이유로 사형 선고를 받지만 극적인 순간에 사형 집행이 취소되어 유형을 떠났다. 사 년간의 감옥 생활과 사 년간의 복무 이후, 잡지 《시대》를 창간함과 동시에 그의 작품 세계에서 이정표가 된 『지하로부터의 수기』(1864)를 발표했다. 이어 지병이었던 간질병과 가난에 시달리면서도 『죄와 벌』(1866), 『백치』(1868), 『악령』(1872),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1880) 등 심리적, 철학적, 윤리적, 종교적 문제의식으로 점철된 걸작들을 남겼다. 1881년 1월 28일 폐동맥 파열로 사망했으며 페테르부르크의 알렉산드르 네프스카야 대수도원 묘지에 안치되었다.

역자 : 김연경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와 동 대학원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박사 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모스크바 국립사범대학교에서 도스토옙스키의 「분신」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서울대학교에서 강의하고 있다.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톨스토이의 『이반 일리치의 죽음』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 소설집 『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 소설』, 『파우스트 박사의 오류』와 장편 소설 『고양이의 이중생활』, 『우주보다 낯설고 먼』 등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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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 탐욕과 격정으로 가득한 사회에 던져진 어느 순수한 영혼의 이야기

『백치』는 오랜 뇌전증 치료를 마치고 스위스에서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로 돌아온 미시킨 공작의 여정을 다룬다. 공작은 세상에 대한 순수한 신뢰와 무조건적인 선의를 지닌 인물로, 그를 처음 만난 이들은 모두 그를 ‘백치’라 부르며 기만하고 조롱하려 든다. 그러나 이내 사람들은 그의 맑고 고결한 성품에 매료되어 저마다 가슴속 깊은 은밀한 상처와 위선을 고백하며 영혼의 위안을 얻는다. 작품은 돈과 명예를 둘러싼 귀족 사회의 비열한 음모, 그리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녔으나 스스로를 파멸로 몰고 가는 여인 나스타시야를 향한 두 남자의 엇갈린 감정을 축으로 전개된다. 공작이 보여 주는 헌신적이고 연민 어린 사랑과 광기 어린 탐욕을 품은 로고진의 파괴적인 집착은 얽히고설키며 비극적인 파국을 향해 치닫는다. 작품은 이 격정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인간성을 잃지 않으려는 공작의 고독한 분투를 담담하면서도 팽팽한 필치로 묘사한다.

· 무조건적으로 선한 인간이라는 불가능한 이상에 대한 실존적 탐구

『백치』는 ‘무조건적으로 아름답고 선한 인간’을 문학적으로 형상화하려 시도했다는 점에서 미학적 성취를 거둔다. 도스토옙스키는 이기심과 탐욕으로 얼룩진 현실 세계에 순결한 그리스도적 인물인 미시킨 공작을 투척하여 인간 본성의 한계와 비극성을 시험대에 올린다. 공작이 보여 주는 무조건적인 용서와 타인의 고통에 대한 깊은 공감은 영혼을 정화하는 힘을 지니지만, 동시에 사회의 속물성과 위선을 폭로하는 거울이 되기도 한다. 현실에 발을 디딘 인간들은 결핍을 지닌 채 비열함 속에서 쾌감을 느끼거나 타인을 파괴하려 들지만, 공작은 홀로 그 모든 치욕을 묵묵히 받아낸다. 타락한 현실 세계는 그의 선의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도리어 이용하거나 파멸의 소용돌이로 끌어들인다. 도스토옙스키는 이를 통해 완전한 선(善)이 현실에서 마주하는 필연적인 한계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역설적으로 우리에게 인간다운 고결함의 가치가 무엇인지 자문하게 만든다.

· 돈과 물질주의에 함몰된 당대 러시아 사회의 날카로운 도덕적 해부

『백치』는 19세기 후반 자본주의적 가치관이 유입되며 급격히 붕괴하던 당대 러시아 상류 사회의 도덕적 위기를 날카롭게 해부한다. 인물들은 신분 상승과 부의 축적을 위해서라면 혼담을 흥정하고 인간의 존엄마저 기꺼이 팽개치며 영혼의 타락을 자처한다. 겉으로는 고상한 척 위선을 떨지만 속으로는 돈을 신성시하며 탐욕을 부리는 당대인들의 초상은 공작의 순수함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돈이 곧 재능이자 권력이 되는 무정한 세계에서 미시킨 공작이 지닌 정신적 가치와 순수함은 철저히 무력해 보이며 사회 구성원들에게 끊임없이 거부당한다. 작가는 물질 만능주의가 초래한 공동체의 붕괴와 지독한 인간 소외, 그리고 기만으로 가득 찬 인간관계를 세밀하게 포착해 낸다. 그러면서도 물질적 가치에 함몰되지 않는 내면의 순수함과 영적인 구원의 가능성만이 인간을 진정으로 구원할 수 있다는 준엄한 메시지를 던진다.

“여기 있는 사람 모두, 모두가 당신의 새끼손가락만큼도 못해요, 당신의 지성만큼도, 마음만큼도 못하다고요! 당신은 누구보다 정직하고 누구보다 고결하고 누구보다 훌륭하고 누구보다 선량하고 누구보다 현명해요! 여기 있는 사람들은 방금 당신이 떨어뜨린 손수건을 몸을 숙여 주워 줄 자격도 없어요…….” (2권, 46-47쪽)

· 고통을 응시하는 아름다움, 그리고 도스토옙스키 4대 장편

작품 속에 등장하는 “아름다움이 세계를 구원할 것인가.”라는 질문은 도스토옙스키 문학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화두이자 미학적 도발이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단순한 외형적 화려함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온전히 응시하고 짊어지는 숭고함, 즉 현실에서 마땅히 실현되어야 할 당위의 영역에 속하는 희망과 믿음이다. 『백치』에서 구원이란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아름다움은 세계를 구원해야 할 것, 그래야 마땅하리라'라는 당위적인 염원으로 독자에게 던져진다. 이 작품은 작가의 4대 장편(『죄와 벌』, 『백치』, 『악령』,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가운데 가장 이색적이면서도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인간의 죄악과 이성의 오만, 파괴적인 사상과 신의 부재를 주로 파고들었던 다른 명작들과 달리, 『백치』는 유일하게 ‘완전한 인류애와 긍정적인 성자’를 중심에 세워 구원의 가능성을 정면으로 타진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파국으로 끝나는 결말 속에서도 공작이 남긴 영혼의 파동은 깊은 울림을 주며, 이 소설이 도스토옙스키 문학의 가장 찬란하고 순수한 정점임을 증명한다.

『백치』는 도스토옙스키의 장편 중 가장 무질서한 혼돈의 소설, 말하자면 ‘헛것’처럼 ‘환상적인’ 소설이다. ‘묵시록-절망’의 심연을 들여다보다가 어처구니없이 그 ‘심연’의 습격을 받을 각오가 된 독자들에게 권한다. (작품 해설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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